씌이오 [348756] · MS 2010 · 쪽지

2012-01-08 18:22:53
조회수 795

수능이나 고시 등 중요한 시험 떨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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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나 고시 등 중요한 시험 떨어지고나서
가장  화가나는 거는   그래도  

배는 여전히 고파지고   잠은 여전히  온다는거..

그 힘든 상황에서도   저 두가지는 온전히 제기능을 한다는게 참

슬퍼지던데  님들은 안그러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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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자자 · 269516 · 12/01/08 18:26 · MS 2008

    저 새벽에 자서 방금 인났...ㅠㅠ

    슬퍼요 슬퍼요

  • 강지ㅋ · 331586 · 12/01/08 20:38 · MS 2010

    제가 현역때 수능날, 2009년 11월 15일에 시험을 망하고 나서.
    집에와서는 정말 답답하더군요. .
    어떻게 시간이 지나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밤이 되서 자리에 누웠는데 도저히 잠이 안오더라고요.
    자려고하는데 가슴 속에서 1년간 교만하고 태만했던 제 자신한테 너무 화가나서 그 화기떄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내가 원하던 삶에서 멀어지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름 전교 1등이라고 재고 다녔는데 이따위 성적을 받다니, 엄마한테 미안하고 동네사람들 만나기 부끄러워서 앞에 동네사람이 엘레베이터 타는 것 같으면 기다렸다가 다음 엘레베이터 타고 집에 가고 그랬습니다. 중학교 친구들이 다 대학교 갔다고 한번 모이자는데, 일이 있어서 못가겠다고 미안하다고 이렇게 문자보냈습니다.

    찝찝하고 부끄럽고 쪽팔리고 화가나는 그 애매모호한 기분때문에 남들은 여자친구랑 노는 날인 2009년 12월 25일 새벽부터 문닫을떄까지 도서관을 다녔습니다.
    졸업식날, 2010년 2월 8일에 부끄러워서 졸업식에 가지 말까 싶다가 다시는 못볼 수 있는 친구들을 보러 츄리닝 입고 새벽에 도서관가서 가방 놔두고 10시 쯤 졸업식 갔다가 엄마랑 점심 먹고 오후에는 도서관가서 공부했습니다.

    저한테 그 정도 독기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겨울동안 수능영어 만점받기 위해서 TEPS를 공부하고 메가 N제 수1 수2 미적 3권을 풀었습니다.
    남들은 3월에 공부를 시작하는데 저는 1월에 시작한 거지요.
    3월에 대성학원에 들어가서 첫 3월 대성 모의고사를 쳤는데 수리 외국어가 만점 받았고 지원가능대학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이 떳습니다.
    현역때는 한번도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던 점수였지요.

    6월쯤 되서 대략 세어보니 메가N제 와 모의고사등 합쳐서 수학문제만 만 문제를 풀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메가 N제로 수능형 문제 100문제씩 풀고 그랬습니다.
    6월 모의평가에서는 만족할만한 성적이 나왓습니다.
    백분위로 언수외 물1화1생1생2 100 100 100 / 100 100 98 98
    진학사에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합격권이 나왔습니다.

    그 이후엔 잠깐 교만했습니다. 제가 이미 엄청난 것을 이루었던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문제를 푸는 것은 헤이해지기도 했고 잠깐 PC방을 가서 1~2시간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전년 수능 직후에 느꼈던 억울하고 짜증나는 그 기분도 많이 잊어버렸습니다.
    9월 모의평가에서는 생각한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엔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했습니다.
    수능 직전인 10월 말 모의고사에서는 제 개인 최고점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가 원래 새가슴이라 현역 때도 수능 울렁증떄문에 좀 점수가 내려갔는데
    재수할 때도 수능 1주일 전 쯤부터는 불안해서 잠이 안오더군요. 강박적이 되고 미칠것 같았습니다. 독기를 품고 강박적으로 공부했던 만큼 수능 전에는 더 많이 긴장이 되었습니다.

    수능날 아침에 택시를 탔는데 TV에서 수능 시험 관련 뉴스가 나왔습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 이후에 울어본 적이 없었는데 그 떄 저도 왜 우는지 모르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일주일간이나 잠을 거의 못잤더니 시험장에서 컨디션은 매우 안좋았습니다. 언어와 수리를 푸는데 멍한데다 잠이 왔지요.
    채점해보기 전에는 제가 삼수를 하는줄 알앗습니다. 그 동안 공부한게 다 허사가 되는지 알았지요.
    채점해보았는데 언어 100 수리 92... 제 최고점보다는 낮은 성적이지만, 수능 대박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 노력만큼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그 떄 너무 멍했는데, 하도 문제를 많이 풀었다보니 머리는 못따라가도 몸이 알아서 풀었나 봅니다.

    고생과 역경 속에서도 하나의 과정을 뜻하는대로 성취했더니 제가 저를 보는 눈, 그리고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저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하신 분도 많은 것은 알고있습니다만

    그 슬픈 기분을 공부할떄의 동력으로 사용하실 수 있다면, 삶의 방향을 바꿀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 미친개 · 300973 · 12/01/08 23:17 · MS 2009

    어쩌면 , 그런 시험들이
    정작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일지도.,
    라고 생각하는게 마음편할듯 ㅋㅋ

    어떻게보면 각종 시험을 치르는 것도
    배불리먹고 등따시게 자려는게 큰 이유가 될 수도있으니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