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학번 예비 후배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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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수능이 연기된 바람에 연기된 수능 당일 저녁에 연대 면접형 최종 발표가 난 것이 생각나네요. 다음날 발표한다 공지 했었기에 당일 수능 끝난 후 아무생각 없이 대충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왔는데 부모님이 일이 있으셔서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 것도 없어서 집에 있는 물건들을 둘러보았는데 위화감이 들더군요. 저의 집에 있는 화초는 머리가 맑아지는 화초라고 부모님이 놓으신 것이었고 제 책상 앞에 붙어있었던 학사일정이나 응원 글은 부모님이 공부하는 아들 편하라고 붙인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 기간 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본 사물들이었고 앉았던 자리였는데 지금 보니 어느 하나도 의미가 있지 않은 것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혼자 달려왔다고 생각했지만, 항상 누군가는 저의 뒤에서, 또는 저의 손을 함께 잡고 그 거칠고 어려운 길을 나아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 제 자리에 놓인 그 물건 하나에 추억이, 또 하나에 사랑이 담겨있다는 것을 늦게나마 알고 아무 생각 없이 울었던 것 같네요.
감정이 조금 잠잠해질 즈음에 전화가 왔습니다. 연세대 발표가 났느냐는 아빠의 전화였습니다. 저는 긴장하는 마음으로 제 수험번호를 누르고 확인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러자 한 영상이 뜨면서 합격을 축하한다는 글이 나왔습니다. 그때 감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분 지금까지 정말 고생 많으셨고 어렵고 외로운 길을 묵묵히 걸어오신 것에 같은 길을 걸었던 한 사람으로서 경의를 표합니다. 아마 오늘이나 내일 연대 면접형 최종 발표가 날 것이고 그 외 여러분의 대학이 수능 이후 계속 발표가 날 텐데 부디 여러분의 노력이 결실이 대학으로도 나타나길 기원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약간의 시간이 있다면 여러분의 방을, 여러분 주위에 있었던 사람들을 둘러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시간과 공간 하나하나에 분명 의미가 담기지 않는 것이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사주신 영양제, 바쁠까봐 서점에 가서 나 대신 사 오신 문제집, 여러분의 물건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지 앞으로 여러분에게 주어질 많은 자유의 시간 중 잠시나마 생각해보시길 조심스럽게 권합니다.
갑작스럽게 감정적으로 글을 써서 매우 서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들어오실 20학번 아기독수리 여러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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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저 좀 데려가주세요ㅠㅠㅜ
선배님 감사합니다 ㅠㅠㅠ
꼭 님에게 12월에 연락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