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튀김페티쉬 [897322] · MS 2019 · 쪽지

2019-11-09 01:31:40
조회수 13,616

다음 주에 친누나 49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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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물넷 군수생입니다


열아홉 현역 때는 음악 반대하는 아버지 밑에서 지내면서 공부를 하는 척만 하다가 말아먹고

근처 가까운 대학교 다니다가 음악이 하고 싶어서 학교를 그만뒀어요


학교 자퇴하고 노가다 하면서 장비 구하고, 집에 구멍나면 내 월급으로 메꾸고 하던 생활을 보내다가

스물셋 학벌 없는 사람치고는 조금 늦은 나이에 군대를 왔는데


제 1년 선임이 수능을 준비하고 있어서 계속 관심을 가지다가


적당한 성적 만들어서 실용음악 입시 준비하려고 시작했던 수능공부가...


처음엔 하루에 두시간, 취침시간 미루면서 네시간, 쉬는시간 다 쏟아서 여섯시간 점점 늘리다보니

하루에 네 시간씩 자면서 군인 일과 시간 자는 시간 빼고는 다 공부만 하면서 지냈네요...

제가 생각하던 적당한 성적에 도달하고 보니 눈이 높아져서 계속 목표를 높이면서 공부하게 됐네요...


6월, 9월 모의고사 응시하려고, 수능 때문에 휴가를 다 적고 나니

나가서 놀 수 있는 휴가는 하루도 안 남았지만

그깟 잠깐 노는 것보다 이걸 좀 더 하면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도전의 맛을 느껴서 계속 달렸습니다





요즘엔 군인들이 핸드폰을 다 써서 싸지방이 텅텅 비어요,


부대 싸지방에서 혼자 앉아서 책상 두 개 차지하고 쌓인 책들 사이에서 모의고사 풀고 있던

수능이 50일 비스무리 남은 저번 달 초에

친누나가 사고사로 세상을 떠났다는 전화를 받고 청원휴가를 나갔습니다.....


어린 나이에 떠나서 아랫사람이 저밖에 없어 3일간 상주를 보고 복귀했는데


이혼해서 누나와 단 둘이 지내던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나쁜 생각을 하지 않을까

계속 걱정하다 보니 펜도 안잡히고...


그동안 부대에서 잠수타면서 연락 안했던 친구들이 장례 때문에 얼굴을 한 둘 보면서

공무원시험, 대학졸업시험, 로스쿨입학시험 등 준비하는 거 보면서

박탈감도 많이 느끼고...


그래도

자식 밖에 없는 저희 엄마

이제 저 밖에 안 남았을 텐데 제가 꼭 잘되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서

진짜 꾹 참고 마지막 스퍼트 달렸습니다...





오늘 싸지방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는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 수능 보러 휴가를 나가거든요

원래 11월 1일에 출발했어야 했는데 청원휴가 때문에 몇일 날아가고,,

다음주 주말에 제사 때문에 뒤로 미루느라 내일 나가게 됐네요...!



다들 정말 힘든 시간 겪고 있을거고

외로운 시간 겪고 있을텐데 조금만 버티고


실수 없이 잘 하고 옵시다! 화이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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