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66129] · MS 2019 · 쪽지

2019-10-18 13: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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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평정=수능평정 <1> "공부할 의욕이 안 생겨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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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曰



<1> "공부할 의욕이 안 생겨요ㅠㅠ"

 

 

 

 

"공부하기 싫어! 이걸 언제 다해?!"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이 12년 동안 공부에 가장 의욕이 없을 때가 언제인지 아시나요?

 

 


 

보고 싶은 TV프로그램 할 때?

 

           11시에 웹툰 올라올 때?


친구가 놀자고 꼬실 때?


              게임 하고 싶을 때?

 

 

제 생각에는 수능 1주일 전입니다.


대부분 그때 제일 공부에 의욕이 없습니다. 이상하죠?


언뜻 생각하기에는 그때 가장 열심히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N수생들은 격하게 공감하고 있겠죠ㅋㅋㅋㅋ)



이해가 잘 안 되면 저번 수학 중간고사 보기 5분 전의 교실 분위기를 떠올려 보세요.

 


 

<중간고사 보기 5분전 교실 풍경>

 

 

주로 ‘망했다’며 야단법석에 떨기 바쁘지 않나요?  


그 전날에는 ‘내가 하루만 더 있었으면 진짜 열심히 할텐데’하며 빈둥거리다가


마침내 종말의 날(?!)이 다가오면 광란의 웃음기를 흘리며 친구들과 날뜁니다.


중간고사가 그 정도입니다.

 



수능 때는 훨씬 더합니다.

 




대체 왜 우리는 가장 공부해야 할 순간에 가장 공부하기 싫어할까요?




(↑으아아아 압박가아아아암!!!)


그것은 바로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입니다.


수능은 12년 동안 공부한 것을 한 순간에 평가합니다.


1년 동안 공부(하는 척)를 했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1주일 공부한다고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진 않으니까


현실을 받아드리지 못하고 정신줄을 놓고 맙니다.



 

제가 예전에 수능을 1주일 앞둔 후배를 만났습니다.


그 후배는 역시나 정신줄을 놓고 망연자실 놀고 있었습니다.


 




정신줄 후배 : 형, 지금 공부 해봤자 뭐해요.

 



지석이형 : 너 인마! 수능 잘 보기를 바라지마! 망해버려!

 



정신줄 후배 : 넹?!?!?!?!?!?!?!?!

 

 



지석이형 : 너는 지금 수능 잘 보기를 바라면 안 돼. 


왜냐? 네가 바라야 할 것은 따로 있어.


솔직히 지금 열심히 한다고 시험 잘 본다는 보장은 절대 없어.


남은 기간 공부를 하든 안 하든 비슷할 가능성이 크지.


어떤 노력을 해도 결과를 보장하지 못해.


열심히 해서 절정 내공을 쌓았는데 수능 날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고,


식중독에 걸릴 수도 있고, 계단에서 굴러서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어.


사고가 딱히 사람 사정 봐주면서 날짜를 가려서 오지 않아.


그런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게 수능날일 수도 있어.



그나마 공부는 정직한 편이지,


다른 일들은 잘해보려고 노력한 것 때문에 오히려 너 크게 실패할 수 있어.


차라리 처음부터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더 나았을 때도 있어.

(특히 연애는 괜히 잘해보겠다고 오버하가 망하기 십상입니다!^0^)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열심히 노력해놓고 좋은 성적표 못 얻어도 괜찮다고.


왜냐? 너는 열심히 하는 너 자신을 얻을 수 있는 거잖아. 


인간은 결과 앞에선 무력하지. 하지만 인간은 과정 앞에선 무적이지.


과정만큼은 네 맘대로 할 수 있잖아.


무력하게 네 주위 상황이 나아지기만 바라며 불평하지 말고,


너 자신이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며 무적이 되라.


상황이 안 좋아도 그를 통해 네가 성장하면 좋은 것이고


네가 성장하기 위해서라면 상황을 안 좋게 만들어도 된다.


단지 네가 지금 열심히 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기만을 바라라.




 

 

 

별건 아니지만 제 이야기를 조금 할게요.



제가 대학에 들어와서 수학 시험을 보기 10분 전의 일입니다. (제가 수학교육과 나왔거든요.)


시험보기 10분전의 강의실은 고등학교 때와 다를 바 없이


절망감에 휘말린 친구들이 광란의 웃음기를 흘리며 날뛰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서울대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진짜에요.)

 

 

<시험보기 10분전 서울대  강의실 풍경>

 

 

 

저는 책을 펴고 몇몇 문제에다 동그라미를 치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보던 친구가 물었습니다. “너 왜 동그라미를 치냐?”


제가 대답했습니다. 



“이제 이거 공부해보려고.”





친구가 어이 없어하며,


광란의 웃음기를 흘리는 다른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다시 날뛰며 가버렸습니다. 


친구의 눈에는 시험이 10분도 안남은 상태에서 수학을(그것도 대학교 수학을),


그것도 복습도 아니고 이제 처음 공부한다는 것이 헛수고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남은 10분 동안 공부했습니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일단 전체적으로 훑어 봤습니다.


아까 10분 동안 봤던 문제가 그대로 시험에 나왔습니다.


저는 풀이법을 까먹기 전에 잽싸게 그 문제부터 풀었습니다.


한 문제를 건졌습니다.  


(대학교 시험은 문제 수가 적습니다. 그때 시험이 일곱 문제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한 문제가 상당히 크죠.)

 




하지만 내가 10분 동안 공부했던 게 시험에 안 나왔어도 상관없습니다.


처음부터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했던 게 아니니까요. 아무렴 어떠냐 싶었습니다.


그저 나는 '응시자'였고, 시험을 보기 위해 이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므로 


저는 시험 10분 남은 상태에서 뭘 하는 게


내가 보다 나은 인간이 되는 일일까 생각했고


시험 직전에는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험 직전 10분에 공부하는 게 힘든가요?

 

힘듭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한다면 힘듭니다.


10분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리란 보장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쉽습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한다면 쉽습니다.


10시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10분 공부하는 것일 뿐인 걸요.





 

남들 엄청 잘하고 있을 때, 쉬운 것도 못하는 내가 초라해서 싫을 때가 있습니다.


남들 엄청 많이 해 놨을 때, 이제야 책을 펴는 내가 한심해서 싫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나는 마음을 다잡고


내가 잘하기를 바라지 않고, 내가 열심히 하기를 바랍니다.


내 성적이 나아지기에 앞서서, 

나라는 인간이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자, 바로 지금이야! 이제 좋아요를 눌러!)



    

나는 당신에게 꼭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나는 당신이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당신 안에는 지금보다 훨씬 강하고 아름다운 자기 자신이 들어 있습니다.


지금은 그 사람이 되어 나가야 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당신이 지금 이 순간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고 있길 기원합니다.


제가 항상 당신을 응원하겠습니다.

 




P.S.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올리는 글인데 떨리네요.

반응이 좋으면 또 <멘탈평정=수능평정> 올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좋아요를 누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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