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ron [905290] · MS 2019 · 쪽지

2019-09-26 21:09:09
조회수 508

이거 누구 잘못인가요?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4752863

엄마가 진지하게 

"아버지가 너무 지쳤다" 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무슨 소린가 싶어서

"알겠냐? 이젠 아버지를 믿지마라. 니가 아버지 대신 일해야 한다."

길래 난 순간 내 두 귀를 의심했다.

엄마가 울더라...

엄마는 인쇄소 제본 공장에서 나가 접지일 하는데 고무 골무 끼고 인쇄

물 접으신다.

나는 생소했다.

나는 결국 인쇄소 공무부 조역으로 갔는데 땀을 흘리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못 얻는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오더라...

걍 학교 자퇴하고 나니까 맘이 편하더라

그 와중에 설현이라는 애는 참 이쁘더라 

공부해야 겠더라 

세상은 공부를 한 자와 못 한자로 너무나 엄격하게 나눠져 있더라.

진짜 미개하더라.

나는 무슨 책이던지 손에 잡히면 읽었다..

그래서 검정고시 쳐서 방송 통신 고교에 입학했는데

겨울에 옆집 아주머니가 입주권이 자꾸 오른다고 하더라.

엄마가 불안해 하더라

아버지가 놓고 간 책 읽는데

[일만 년 후의 세계]라는 책이더라.

설현이는 하루종일 기타 치더라.

설현이는 고개 숙이고 기타치는데 

긴 머리에 반쯤 가려진 옆얼굴이 아주 예쁘더라.

설현이가 치는 기타 소리는 설현이에게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일만 년 후의 세계]라는 책을 아버지는 개천 건너 주택가에 사는 사촌

형에게서 빌렸던데

그형 이름이 동원이더라.


동원이는 밝고 깨끗한 주택가 삼층집에 살더라.

동원이가 문득 무슨 말을 하더라.

그는 이 땅에서 우리가 기대할 것은 이제 없다더라.

"왜?"

아버지가 물었는데 

동원이가

"사람들은 사랑이 없는 욕망만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 사람도 남을 위해 눈믈을 흘릴 줄 모릅니다.

이런 사람들만 사는 땅은 죽은 땅입니다."

"하긴!"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