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19-09-10 00: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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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지와 암묵지는 뭘까? - 지식의 구분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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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주제는 노벨 경제학상에서도 언급될 정도로 현재 우리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내용입니다. 제가 해당 개념을 처음 들었던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당시 매우 유식한 친구가 설명해줬던 때였습니다. 아마 해당 개념은 수능 국어 지문에도 나왔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정의 자체는 아주 간단명료합니다. 제 나름 설명을 해보자면~



 명시지(또는 형식지) - 글이나 그림 등으로 눈으로 쉽게 보일 수 있는 지식, 정보


 반면


 암묵지 - 사람의 표현으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인간에게 체득된 연륜과 내공


 이라 합니다. 구체적인 정의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나 큰 차이는 없을 껍니다.




 해당 개념은 단순히 수능공부를 하는 수험생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학교를 다니고 다양한 연구직종이나 기업에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될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내용입니다.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죠. 눈에 보이는 윗부분 아래에 잘 보이지 않는 훨씬 더 거대한 존재가 있습니다. 빙산의 윗부분은 명시지, 아랫 부분은 암묵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https://knowledgemanagement5.wordpress.com/explicit-knowledge/ )








 제가 이렇게 글을 써서 제 생각을 정리한 활동은 모두 제 속에 있는 암묵지들을 명시지로 바꾸는 과정을 거쳐 여러분에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오직 제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제 나름의 철학을, 남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깍아내고 다듬어서 보편적인 언어로 변환시킨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글을 잘 쓰고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자신이 가진 모든 암묵지를 명시지로 바꿀 수 없습니다. 인간의 뇌, 지식은 매우 고차원적이고 다양한 사고력과 지식을 저장했기 때문에, 언어라는 도구로 모든 것을 변환할 수 없습니다.




 명시지는 누구나 쉽게 찾거나 확인할 수 있고, 특히 요즘 시대에는 이 명시지로 변환된 지식들이 넘쳐 흐릅니다. 백과사전, 유튜브, 칼럼, 도서, 전자책, PPT 등등... 과거에 비해서 지식이 매우 흔해졌고 수능 공부를 하는 여러분들도 수많은 교재와 수업자료에 파묻혀서 살고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인간사회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인공지능, 로봇은 이 명시지에 대해서 가장 강력한 권위자들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빠르고 정확하게 찾으려고 해도 인공지능보다 느립니다. 저처럼 글쓰는거요? 이미 인공지능이 쓰는 기사가 인간 기자들이 쓴 기사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명시지 관련 부문에서는 절대적인 강자이며 이미 지금 기술 수준으로도 인간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9/2018040902854.html )









 반대로 이번엔 암묵지를 설명해보겠습니다. 뭔가 표현하기 힘든, 인간의 몸과 마음, 정신에 체득되고 저장된 경륜과 연륜을 말한다고 했습니다.




 단순히 요리책의 레시피를 따라한다고 해서, 백종원 유튜브를 보고 배운다고 해서 당장 높은 수준의 요리는 할 수 없습니다. 유명한 요리사들의 경력은 십년은 우습게 넘어갑니다. 그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경험한 지식은 지혜가 되어 몸에 남아있죠.




 놀랍게도 이런 내용은 현대에서 정립된 개념이 아닙니다. 고전 에서 나오는 '천도편'에서는 '생각의 찌꺼기'를 논합니다. 바퀴를 제작하고 조립하는 장인은, 말과 글로는 가장 정확한 온도와 타이밍을 아들에게 전수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장인에게는 암묵지로 지식이 존재하지만, 이걸 명시지로 쉽게 남들에게 전할 수 없다는 거죠.




 아무리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매우 오랜 시간 어떤 활동에 집중하고 경험했다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기 마련이며, 아주 경이로운 작업 속도와 효율성을 보여줍니다. 이걸 단순히 글과 사진으로 설명한다고 해서 곧장 학생들이 같은 속도를 낼 수 없습니다.




 이것은 기업이 '경력직'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력이 있는 사람에겐 신입사원보다 더 깊은 암묵지와 내공이 있을 것이며, 이 때문에 더 높은 효율을 보이고 이는 곧 기업의 비용절감이기 때문입니다.








(근데 모든 회사가 경력직을 바라면 나는 대체 어디서 경험을 쌓나?)







 처음에는 인공지능 이야기 하더니, 후반부에는 경력직 이야기 하면서 읽는 사람 기분 잡치게 만든다고 욕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절대로 염세주의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오랜 시간동안 글을 쓰는 연습을 하며, 의사소통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경험하고 관찰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덕에 글쓰기가 취미겸 직업 정도가 되서 이렇게 가끔 타자를 칩니다. 단순히 제가 '글 잘쓰는 비법서'를 한번 읽었다고 해서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나름 좀 오랫동안 책도 읽고 글도 써본 경험 덕에 계속해서 관련된 일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비단 이렇게 오르비에 글을 쓰는 것 뿐만 아니라, 남들과 소통하고 조정할 때, 설명하고 이해를 도울 때마다 일상에서도 제가 자주 나서며 계속 경력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관심이 있고 취미를 가진 분야가 다양할 것입니다. 해당 분야의 암묵지를 쌓기를 권합니다. 여러분이 오늘 흘린 땀 한방울은 여러분의 뇌 속에 각인되어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어떤 생산적인 취미를 오늘 한시간 했다면, 그 한시간의 경험과 노력은 체화되어 여러분에게 간직되는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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