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커피 [782056] · MS 2017 · 쪽지

2019-09-01 0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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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충현역이 19수능 본 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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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2018년 11월 15일..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날이었음


필자는 참고로 서울러가 아니고 지방 광역시에 일반고를 다니는 파릇파릇한 현역이었음

처음 본 인생에서 가장 큰 시험이라서 졸라 떨리겠지? 했는데

신기하게 전날도 안 떨렸고 그날 아침까지도 안 떨렸음


그냥 얼른 수능보고 퍼 놀고 싶다~ 이런 생각만 들었음 ㅋㅋ 전날에 수능 끝나고 할 100가지 버킷리스트 적고 그랬음


그리고 수능 날 아침.

부모님께서 직접 손수 만들어주신 도시락이랑 필통, 수험표와 간쓸개 36주차를 챙기고,

아버지께서 출근길에 시험장으로 차를 태워 주심.


학교 앞에서는 선생님들이 수능 응원을 하러 오셨고, 선생님과 애틋한 포옹을 하고 시험장에 입성함.


근데 수능 경험담이나 그런거 들어보면 같은 고사장에 친한 친구 여러명 있을 거라 했는데 다 다른 반 별로 안 친한 애들이 같은 고사장이라서 너무 슬펐음 ㅠㅠ 공부 잘하는 친한 친구 있었으면 위안이라도 됐을 텐데


아무튼 내 책상을 확인하고 앉아서 간쓸개를 쓱쓱 풀기 시작함

근데 간쓸개를 푸는데 생각보다 지문이 잘 안 읽히는 거임


어? ㅅㅂ 좃댓다 생각으로 간쓸개를 더욱 들여다 보았지만 지문이 안 읽힘 어우 ㅋㅋ


그러다가 결국에 1교시 준비령이 치고 간쓸개 가방에 집어넣고 가방 앞으로 빼냈음..


그렇게 역대급 불수능국어라고 불렸던 1교시가 시작됨


참고로 필자는 6, 9평 꾸준히 백분위 97로 안정적인 1등급 후반 성적이 나오는 사람임

참고로 의대를 수시로 가려고 했던 사람이라 최저 4합 5(탐구 선택1)만 맞추면 된다는 생각이었음

(물론 정시도 노리고 있었음)


그래서 국어는 무난하게 1등급 받겠지~ 생각함 ㅋㅋㅋㅋ


화작 첫번째 지문 눈치게임 빠르게 이겨주고 ㅋㅋ

두번째 지문 딱 보는데 평가원이 학생들 이름 안 주고 학생 1, 학생 2, 학생 3으로 도배해 놔서 눈에 하나도 안들어옴 ㅋㅋ 아 이때 살짝 좃댔음을 느꼈음 ㅋㅋ

그리고 화작을 다 풀고 시계를 봤는데 9시였음

순간 시간 감각을 잃었나 멘붕 빠지고 문법을 풀기 시작함 ㅋㅋ


그리고 화작문 다보니깐 9시 5분 ㅋㅋㅋㅋ 아 ㅋㅋㅋ 그때 생각하니깐 진짜 기분 뭣같았음..

진짜 머릿속은 "좃됐다" 석 자만 계속 맴돌았고 비문학 첫 지문은 무슨 하나하나 분석적으로 따져야 하는 지문이었음 ㅋㅋ 그래도 나름 난이도는 쉬운 편이라서 가볍게 풀고 넘김


그런데 문학 첫 지문 천변풍경, 오발탄.. 이 지문 마지막 문제가 무슨 옛날 비문학 마냥 대따 길고, 천변풍경과 오발탄 지문을 모두 이해하고 풀어야 하는 문제라서 시간 엄청 씀 ㅋㅋㅋㅋ


그리고 시계를 보니까 9시 25분 ㅋㅋㅋㅋ 비문학 2개랑 문학 3지문 남았는데 진짜 큰일 났다 ㅋㅋㅋㅋ 생각함

게다가 내 왼쪽 사람은 문학 세번째 지문 보고 있길래 어 ㅋㅋㅋㅋ 진짜 좃됐다 싶었음 ㅋㅋㅋㅋ


그렇게 우주론 지문 보고 정신 해탈한 채로 풀기 시작함..

지문 자체는 읽히는데 이해는 아예 안될 정도로 멘탈 나갔음 ㅋㅋㅋ

게다가 31번 문제는 거의 그냥 배경지식으로 찍다시피 풀었음..(필자 물1지1러)


그리고 문학 3지문(현대시, 고전소설, 고전시가) ㅋㅋㅋㅋ

현대시는 작가는 아는데 시는 쌩판 처음본 시가 나와서 당황타면서 겨우겨우 풀고

고전소설은 모르던 뒷부분 줄거리 나와서 진짜 무슨 동화책 읽듯이 겨우겨우 풀었음


그렇게 고전시가 1지문이랑 가능세계 1지문 남았는데 9시 53분

마킹이랑 가채점표에 체크도 안한상태..


그래서 일단 고전시가로 넘어가서 고전시가부터 빠르게 풀었음. 고전시가는 수특에 나온 지문이 일부 수록되어 있어서 진짜 칼같이 풀어냈음.


그리고 9시 55분. 가능세계 지문 1개와 마킹과 가채점표 남음..


진짜 울분을 토해 내면서 가능세계 지문 1분만에 훑어 읽고 찍다시피 4문제를 풀었음

그리고 마킹을 하고 가채점표 체크하니까 9시 59분.


의미 없는 1분 검토를 마치고 종료령이 울렸음..


해탈한 경지로 고사장을 나와 친구들을 만나러 갔음


근데 친구들 반응이 하나같이 다 나같이 좃된 표정을 짓고 있었음 ㅋㅋㅋㅋ


그래서 답은 정시다 ㅋㅋㅋㅋ 싶어서 그때 기준으로 작년 지거국 의대 입시 원점수 컷이 283이었으니 국어 83 가정하고 수학 100 탐구 100맞으면 된다 ㅋㅋㅋㅋ 이러면서 위로를 했음 ㅋㅋㅋㅋ


실제로 수학 100 탐구 100 맞으면 되겠네 ㅋㅋㅋㅋ라고 드립이 아니라 "진심"으로 생각했음


참고로 그 때 필자는 평가원, 교육청 모의고사에 100점을 맞아본적이 없었음.

93점이 최대였고, 3점 징크스가 있었던 사람이었음


그렇게 자기 위안을 하면서 수학 시험을 보러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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