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장관 [728175] · MS 2017 · 쪽지

2019-08-22 12: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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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나는 우리집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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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서 보고 눈시울이 붉어진 글이라

많은 수험생들이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들고왔습니다.

현재 비공개처리된거같긴한데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나는 우리 집의 자랑이다. 가난한 부모들 밑에서 평생을 노력해 작은 가게 한 칸을 겨우 얻은 자영업자 부부의 딸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에 갓 입사한 사회초년생이다.


1.        개천의 가재와 붕어 가족

유학도 못 보내 줄뿐더러, 논문 제 1 저자를 시켜주지도 못하는 바쁘고 가난한 부모는 따뜻한 말과 묵묵한 지지 외에는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4시간을 채 못 자고 말만한 딸들을 깨워서 학교에 보내는 엄마와, 학교 앞에서 자습을 마친 딸들을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차에 실어 집으로 날랐을 뿐인 아버지는, 딸자식의 편한 대입과 취업을 도와 주지 못한 죄인이다.


2.        고려대학교        

“우리 딸은 고려대학교를 4년동안 장학금 받고 다녔어요.” 4년 장학생이라는 타이틀은 쓰라린 가난과 아둔함의 훈장이다. 입학장학금은, 편법과 탈법의 길이 아닌 노력이라는 길을 택한 아둔함의 결과며, 다른 장학금은 국가장학재단을 비롯한 교내외 장학재단에 가난을 떠벌리고 다닌 결과이다.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순탄치는 않았다. 우리 과는 특성상 영어를 많이 쓰는 과이다. 유학은커녕 제대로 여행도 다녀온 적 없었다. 학원도 제대로 다녀본 적 없던 내게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는 것은 정말 벅찼다. 다른 유학파 동기들 보다 시간을 3배는 더 써야 비슷한 아웃풋을 낼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유학 경험이 없어서 수업 듣기가 조금 힘드네” “장학금 신청 하는 거 너무 번잡스럽다. 장학금 없이도 학교 편하게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런 생각과 의도 없이 꺼낸 이 두 마디가 당신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는 것을 한참이 지난 뒤에야 알았다.


3.        그래서 당신들은 평등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


당신은 말한다.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경쟁 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 데 힘을 쏟자!” 그래. 구구절절 좋은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당신 조차 개천의 용이 아니다. 당신과 당신의 따님은 얼음장과 같은 개천의 현실과 동떨어진 보드라운 구름속에 살았을 것이다.


얼마 전에 월급 통장을 만들었다. 아직은 잔고가 없지만 곧 차곡차곡 쌓여갈 것을 생각하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적금 열심히 들어서 하루 빨리 온 가족을 서울에 데려 오는 게 내 꿈이다. 지금은 5평도 안 되는 방 한 칸에 살고 있지만 서울에 사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을 같이 누리고 싶은 마음이다. 같이 개천을 떠나 포시라운 구름으로 가고 싶은 것이 개천의 애틋함이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지금, 당신과 당신의 따님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개천의 부모들을 바보병신으로 만들었다. 3년 전 부모 잘 만난 것도 실력이라고 떠벌리던 그 집구석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우리 집 가훈은 2개다.

1.  항상 정의롭고 명예로워라. 2.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


우리 엄마 아버지는 노상 말한다.

“가난하지만 떳떳하게 돈을 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 일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우리 부모님이 나를 자랑스러워 하는 이유도 작지만 소중한 성과를 최선이라는 정의롭고 명예로운 방법으로 얻었기 때문이리라.


‘태어나보니 용’ 이었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그의 딸 조민 학우의 명예롭기는커녕 정의롭지도 못한 행동은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직하게 살아 온 개천의 가재와 붕어들을 업신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당신이 평등을 누구보다 정의롭고 공정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을 해먹을 자격이 있는가?


4.        나는 계속 정의로울 것이다.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이 학원에서  받은 깔끔한 제본 자료와 참고서를 오리고 붙인 덕지덕지한 내 공책을 비교하며 우리 집의 가난에 불행을 느낀 적이 있다. 대학에 와서는 동기들의 실력과 문장력에 열등감을 느끼며 밤잠을 설쳤다.


그럼에도 요령 없고 수완이 좋지 않은 내가 노력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외모나 성격, 성적 하나 그저 그런 학생이었던 내가 노력 하나만으로 고려대학교에 입학한 경험은 노력에 대가에 대한 믿음을 공고히 하기 충분했다.

그 믿음은 아직도 내게 종교와도 같은 것이다.


학교에 입학해서도 여전히 열등감속에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노력했다. 그 노력을 응원해주시는 부모님이 계셨고, 열등감이 채찍질 하는 삶의 멋없음에 탄식할 때, 부족함을 곱씹는 내 삶의 방식을 긍정해주시는 교수님들도 계셨다.


주변 분들의 지지와 격려 속에 좌절하거나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고 노력은 좋은 결과가 되어 내게 돌아왔다.


내게 정직과 성실의 가치를 주지시켜준 어머니 아버지께서 오늘 돌연 “미안하다”라는 말씀을하셨다. 인맥이 있었더라면 인턴을 쉽게 얻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울면서 레쥬메 쓰고 면접 보러 다닐 필요 없었을 텐데. 내 정신의 지주셨던 당신께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나의 억장 또한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하지만 어머니 아버지, 미안하실 필요 없습니다. 차가운 현실 속에 박살이 나도 다시 몸을 일으킬 수 있고, 제 키보다 몇 갑절은 높은 꿈을 꿀 용기를 주셨으니까요. 현실을 외면하기 보다 직면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셨으니까요.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측근이 입이 닳도록 외치던 캐치프레이즈다.


결국 기회는 평등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고, 과정과 결과 또한 공정과 정의와는 동떨어 져 있다.


평등과 모두의 행복을 천명하던 사노맹 출신이 자승자박하는 모양새가 따로없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세치 혀로 떨어온 위선에, 뜨거운 피눈물이 끓어오른다.


그럼에도 나는 응분의 결과를 얻기 위해 공정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을 오늘도 다짐한다.  나는 자랑스런 엄마아빠 딸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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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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