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tata [348885] · MS 2010 · 쪽지

2019-08-05 23: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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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tat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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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르비에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제가 갑자기 나타난 이유는,


오늘이 바로 오르비북스와 계약기간이 끝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불과 10분 후면 끝이 나네요...




5년전 오르비북스와 계약을 하고 처음 수학모의고사를 냈을 때가 엊그제 같아요.


하지만 그때 Hidden Kice로 공부하고 수능을 쳐서 대학을 간 학생들은 


여기에 거의 남아있지 않겠지요.


사실 작년 초에 군대에서 전역을 하고 돌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원래 수험 시장에서 활동한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고객이던 수험생들은 대부분 그 해 대학에 진학하고, 


더 이상 입시에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그 빈자리를 새로운 수험생들이 채우죠.


이렇게 1년마다 고객들이 물갈이가 되기 때문에,


뭘 하든 금방 잊혀지고 묻혀지기 마련입니다.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말이죠.


그래서 누군가는 이것을 영리하게 이용하기도 합니다.


수험생들에게 물의를 일으키고도,


잊혀질 때까지 잠깐 기다렸다가,


수험생들이 물갈이가 되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활동하기도 하는 것이 그 예가 되겠죠.




그래서 저는 억울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의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단지 21개월 동안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떠난 것이었는데,


도리어 Hidden Kice에 대한 인지도와 인기를 묻어버리고 말아버렸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영리하게 수험시장의 특성을 잘 이용하며


떵떵거리면서 잘 사는데,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래서였는지,


새로운 학생들에게 빨리 Hidden Kice를 알리고 다시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도 많이 쓰고 열심히 홍보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과는 달리,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12월 이후 모든 커뮤니티의 활동을 접었습니다.


앞으로 출판을 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죠.


어차피 이제는 학생들이 별로 찾지도 않는데다가,


대형학원에 외주를 하면 돈도 훨씬 많이 벌고,


굳이 인지도를 유지하기 위해 이전만큼 노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과거에 저를 영입하려고 했던 모 학원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선생님, 좋은 문제는 바로바로 파시고 돈을 버셔야죠. 종이책은 돈이 안됩니다.'


당시 실전모의고사를 외주 제작하여 학원에 팔아달라는(저작권 양도) 설득과,


출판을 해야하니 저작권을 양도할 수 없다는 저의 의견이 대립하면서였습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의 협상에도 끝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였고,


저는 제가 만든 문제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였죠.


그런데 이렇게 금방 막다른 길에 서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내가 만든 문제를 돈으로 바꿀 것인가, 마치 트로피처럼 남겨둘 것인가.'


돈이 있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트로피는 단지 자기 만족과 자랑용일지도 모르죠.


'나 이런 문제 만들 수 있으니 봐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제가 만든 문제로 버는 돈은 어디서 오는가?'


라고 생각해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얼굴은 모르지만, 누군가의 부모님이 버신 돈이겠죠.


그 중에서도 어느정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일 것입니다.


옛날에 실전모의고사는 ebs 하나만 있었습니다.


누구나 저렴하게 살 수 있고, 강의도 들을 수 있었죠.


돈이 많은 학생이나 적은 학생이나 똑같은 실전모의고사로 연습하고 수능을 쳤습니다.


그러나 최근 사설 실전모의고사들의 명품화로 인하여


양질의 실전모의고사와 강의 및 성적표 제공 등의 서비스는 


값비싼 수강료를 내야 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런 학원은 대부분 서울에 있고, 성적 제한을 두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수강료를 낼 형편이 안되거나, 집이 지방에 있거나, 성적이 안되는 수많은 학생들은?


얼마나 소외감을 느낄까...


그래서 만약 제가 문제의 저작권을 양도하라던 그 학원과 계약을 했다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을 겁니다.


제가 돈을 벌수록 소외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죠.


(물론 팀을 꾸리면서 공장처럼 문제들을 많이 만들 수 있어서 외주도 하고 출판도 할 수 있다면 상관 없겠지만,


저는 그러지 못하기에,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하는 상황에서는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답은 명확했습니다.


실전모의고사 현장강의를 들을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출판을 계속 하자.


대신에 '싼게 비지떡'이 되면 안되니까,


작년에 부족했던 컨텐츠를 보완하여 


적어도 유명 실전모의고사 현장강의에서 접할 수 있는 컨텐츠에 뒤지지 않을 퀄리티로 만들자.


그리고 답안을 입력하면 원점수 뿐만 아니라, 백분위, 표준점수, 등급까지 제공해주는 


자동채점 프로그램을 제공해서


조금이나마 실전모의고사 현장강의에서 학생들이 받는 성적표 느낌이 나게 해주자.


또한 일부 실전모의고사 현장강의에서 해설지를 제공하지 않는데,(전체문항이든 킬러문항에 대해서든)


내가 만든 모의고사를 사는 학생들이 보는 해설지는 최대한 자세하게 써줘서 자부심을 갖게 하자.


그래도 지면보다는 강의가 있으면 더 좋을테니까 실력있는 선생님을 섭외해서 무료로 강의도 제공하자.


아, 그리고 혼자 공부하면 질문할 곳이 없지 않을까? Q&A를 제공할 공간을 만들고 성실히 관리하자.



제가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겠습니다.


유명 학원 실전모의고사 pdf파일 찾으러 다니지 마세요.


구입한 실전모의고사에 해설이 없다고 속상해하지도 마시고,


실전모의고사 현강을 보내주지 못하는 부모님을 원망하지도 마세요.


그리고 보란듯이 해내길 바랍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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