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까먹는토끼 [895504] · MS 2019 · 쪽지

2019-06-30 00:05:24
조회수 487

[탈르비 선언문]-현역 ver.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3372125

휴 오르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옯창이 된 기분입니다.


일단 저는 현역 여고생이고요. 내년 바뀌는 교육과정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재수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올해 수능대박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특히나 정시러이기 때문에 더 그렇죠.


사실 제 목표는 사자나 배꽃이었는데요, 이번에 진짜 죽을듯이 해서 행운과 더불어 수능 대박을 치면 독수리도 희망을 하고 있습니다. 학과는 국어국문학과를 목표로 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 오르비라는 사이트는 전국의 상위권 학생들이 애용했을 정도로 유명한 입시 사이트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중독성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탈르비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주변의 오르비 전 이용자 분들도 적극 추천하셨고요. 


특히 정시러에게는 기만러들의 게시물들이 정신건강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 뻔하고, 자신감 하락을 촉진시킬 것 같다는 경험자들의 조언에 이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내신을 전혀 챙기지 않고 오직 수능에만 집중하고 있고, 논술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오르비의 좋은 점은 일단 수험생으로서 공감하기 좋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공부 고민을 올려도 댓글이 정말 많이 달리기 때문에 그만큼 위로를 받기도 했고요, 또 웃긴 게시물로 우울했던 마음을 조금 달래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사이트는 정말 좋은 사이트 같았어요. 굳이 자료 다운이나 강의를 듣지 않아도 이런 점에서는 충분했죠.


안 좋은 점은, 앞서 말했듯이 중독성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싱숭생숭하고 공부에만 얽매여 있는, 그래서 소소한 일탈거리를 찾고 있는 고3에겐 치명적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런 것을 잘 조절하는 분들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요.


저같은 경우엔 제 상황을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몇 없어서 자꾸 게시물을 올리게 되고, 공감해주는 고마운 분들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오르비를 끄는 순간, 갑자기 공부 대신 오르비만 했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우울해지곤 했습니다. 


종교와 윤리에서 마르크스의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아편 까진 아니겠지만 내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 노력해야 하는데 다른 길로 빠지는 것 같아 무서워졌습니다.



말이 길었네요. 그래도 오르비란 사이트, 그리고 댓글이랑 쪽지 달아주신 분들 진짜 고마웠고요

내일부터 오르비라는 사이트에 들어오지 않겠습니다.



수능 끝나고 만약 대학에 합격했다면 다른 계정을 파서 오르비에 다시 들어와서 인증하겠습니다.


아마 오르비 닉네임은 '탈르비했다복귀함'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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