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45 - 4번에 대한 피램해설 지지 및 근거 by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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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에서 학생들과 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현직 국어교사입니다.
이번 6평 45번 선택지4번에 대해 학교에서는 아직 해설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확실하지 않아서요.
우연히 피램님의 해설을 보고 제 생각이랑 일치해서 별 생각없이 그렇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다른 분들 해설을 들어보니 또 일리가 있더라고요.
--------------------------------------------------(원문 인용)
(가)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세로팡지(紙)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
-김광균, 추일서정-
(나)
담쟁이덩굴이 가벼운 공기에 업혀 허공에서
허공으로 이동하고 있다
새가 푸른 하늘에 눌려 납작하게 날고 있다
들찔레가 길 밖에서 하얀 꽃을 버리며
빈자리를 만들고
사방이 몸을 비워놓은 마른 길에
하늘이 내려와 누런 돌멩이 위에 얹힌다
길 한켠 모래가 바위를 들어올려
자기 몸 위에 놓아두고 있다
- 오규원, 하늘과 돌멩이 -
45. 이미지의 활용을 중심으로 (가)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4. (가)는 '길'을 '구겨진 넥타이'의 이미지와 연결하여 도시에서
느껴지는 소외감을 표현하고, (나)는 '길 밖'과 '길 한켠'처럼
중심에서 벗어난 공간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들 간의 거리
감을 드러내고 있군.
--------------------------------------------(원문 인용 끝)
(가)는 '길'을 '구겨진 넥타이'의 이미지와 연결하여 도시에서 느껴지는 소외감을 표현하고 (있군)
-> '길'을 '구겨진 넥타이'의 이미지와 연결 (O)
-> 도시에서 느껴지는 소외감을 표현 (X)
제 생각에 '구겨진 넥타이' 같은 '길'의 이미지를 통해 소외감을 표현하고 있다는 감상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소외감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사전정보입니다.
소외 「명사」「1」 어떤 무리에서 기피하여 따돌리거나 멀리함.
「2」『철학』인간이 자기의 본질을 상실하여 비인간적 상태에 놓이는 일.
=자기 소외.
소외감「명사」남에게 따돌림을 당하여 멀어진 듯한 느낌.
물론 평가원에서 사전적 의미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아 과거 평가원에서 사용된 '소외감'의 실례를 제시합니다.
④ ‘손’과 ‘주인’이 어울려 ‘풍입송’을 연주하는 장면에서 화자의 소외감이 심화되고 있다.
(가) 정철『성산별곡』- 13학년도 수능 47번 – 그른 설명
④ (가)는 (나)와 달리 감정을 노출하는 시어를 빈번하게 사용하여 현대 문명으로 인한 소외감을 제시하고 있군.
(가)김광균『와사등』(나)박용래『울타리 밖』- 15학년도 6월 33번 – 옳은 설명
④ (나)의 남주인공은 여주인공의 부탁을 실현함으로써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A]의 남주인공은 여주인공의 부탁을 실현함으로써 소외감을 해소한다.
(나)김현감호 (다)[A]김시습『이생규장전』- 17학년도 9월 42번 – 그른 설명
과거 평가원의 실례와 사전적 정보를 종합하면 타자나 세계로부터의 심리적 거리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 감정을 소외감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맥락에서, 길이 구겨진 듯 펼쳐지다 햇빛 속으로 사라지는 가을날의 풍경에서 소외감을 읽어내는 것은 보편적 감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품 전반을 통해, 특히 작품 후반부를 통해 현대 문명 속 고독감을 읽어낼 수 있고, 이를 통해 도시 문명에서 느끼게 되는 소외감을 읽어낼 수는 있겠지만 '길'과 '구겨진 넥타이'의 이미지를 연결함으로써 이를 읽어내는 것은 적절한 감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나)는 '길 밖'과 '길 한켠'처럼 중심에서 벗어난 공간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들 간의 거리감을 드러내고 있군.
-> (길 밖'과 '길 한켠'처럼) 중심에서 벗어난 공간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O)
-> 대상들 간의 거리감을 드러내고 있군. (O)
'중심에서 벗어난 공간의 이미지'로 제시되는 사례는 '길 밖'과 '길 한켠'인데요, 이러한 변두리, 구석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들 간의 거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을 때 '대상들'이 무엇인지가 판단 포인트가 되겠네요.
저는 이 '대상들'에 '들찔레', '돌멩이', '바위' 모두가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들찔레'는 '빈자리를 만들' 정도로 다른 사물들과 떨어져 '길 밖'에 있습니다. - '중심에서 벗어난 공간'
'돌멩이'는 '길에' 있는 만큼 '중심'에 있다고 보입니다. - '중심'에 해당하는 공간
'바위'는 '길 한켠'에 있는 만큼 구석에 있습니다. - '중심에서 벗어난 공간'
세 가지 '대상들'의 위치를 도식화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 ---
2. ---
:
(빈자리)
:
어떻게 도식화하더라도 --- 과 같은 거리감이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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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밖에 있는 것들은 모두 길이라는 기준으로부터 벗어난 것들일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길 밖에 있는 것들 사이의 거리감은 어찌알 수 있나요
오히려 길 밖에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지 않나요
들찔레 바로 옆에 바위가 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들찔레가 '빈자리를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빈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주변에 빈자리가 있다는 뜻으로 텅 빈 공간이 존재한다는 뜻이며 이는 곧 거리감으로 이어집니다.
벗어난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간의 거리감을 표현한다고 했는데
설명에 '돌멩이'는 벗어나지 않는 것을 가지고 설명하셨어요.
'벗어난 이미지'란 '중심'으로부터 '벗어난' 것이니, 당연히 '중심' 개념을 활용해야만 합니다. 즉, '활용'된 이미지는 '중심으로부터 벗어난' 것들이며,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중심 및 주변에 있는 '대상들' 간의 거리감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들찔레가 빈자릴 만들었다는 표현이 들찔레 옆에 빈자리를 만든 게 아니라 꽃잎이 떨어져 꽃받침만 남은 모습을 나타내는 거 같은데요? 그리고 원래 대상들이 연 구분 되어있는 모든 사물들을 함께 고려하라는 것이 아니라 덩쿨-공기 새-하늘 하늘-돌맹이 모래-바위로 봐야 될 거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시의 흐름이 길을 걷고 있는 화자가 연마다 자신을 길을 걷다가 바라본 주변 사물들을 묘사한다고 봐야 할 거 같아서요. 너무 연마다 독립적이고 관계성이 없어서 오히려 시선의 이동과 유사하잖아요. 이렇게 바라보면 거리감이 오히려 안느껴지네요....평가원이 해설 좀 해줬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소외감x 거리감x라 생각하긴했는데..
거리감이있다는 어떤얘기를 들어도 납득이안가네요
ㅜㅜ문학이이래서 찝찝하고 어려움
거리감에 대한 사전정보입니다.
「1」 어떤 대상과 일정한 거리가 떨어져 있다고 느끼는 느낌.
가을이 되자 여름내 멀게 보이던 남산이 갑자기 그 거리감을 느낄 수 없도록 가까이 다가온 듯하였다.
「2」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간격이 있다는 느낌. 보통 친숙하지 않아 서로 마음을 트고 지낼 수 없는 서먹서먹한 느낌을 이른다.
일정한 공간을 두고 떨어져 있다고 느끼면 거리감이 성립합니다. 들찔레는 분명 '빈자리'를 만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들찔레와 다른 대상들 사이에는 분명 '빈자리' 즉, 일정한 공간이 존재합니다. 이로써 들찔레는 어떤 대상과도 거리감을 갖게 됩니다.
소외감에 대한 선생님의 해설에 공감합니다. (가), (나)는 모두 시의 한 부분만 봐서는 전체적인 이미지에서 비롯되는 감정을 읽어내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시를 이루는 부분들을 서로 연결해서 읽어야 시의 맛이 어렴풋이드러날 수 있습니다.
다른 선지들은 시어를 시의 다른 부분에 나타난 내용과 결합해서 망명->무상함, 고독함->외로움 등과 같은 유력한 연결 요소가 나타나는 데에 비해 '구겨진 넥타이'가 풀어진 듯한 '길'은 어떤 가을길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부분들 중 하나만 콕 찝어 소개된 것이라 다른 선지와 같은 층위로 해석되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 그래서 저는 (나)의 경우에도 거리감이 아니라 공간감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해설해야 좀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합니다. 거리감은 문학 용어로서는 일반적으로 심리적 요소도 동반되는 반면 공간감은 순수하게 위치적 요소와 감상이 연결될 수 있는 단어니까요. 어쨌든 4번 선지는 다른 선지와는 내용적 괴리가 좀 있어서 해설하시는 분들이 논란이 없을 줄 알았는데 다소 의외의 전개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긴 댓글이 달릴 줄은 몰랐습니다. 고견 감사합니다.
(나)에서 '대상들 간의 거리감' 이라 함은 '길 밖', '길 한켠'에 각각 나타난 모레-돌멩이, 들찔레-꽃 각각 간의 거리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합니다.
시의 주제가 의미화되는 방식을 생각해 보면, (나)는 #44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대상들' 간의 전위적인 만남, 교접을 병렬적으로 드러내면서 주제를 구체화합니다.
병렬적인 대상들 간에 어떤 연관성이나 그들 간의 '거리감'을 논할 이유나 맥락은 전혀 없고, 따라서 #45 4번 선지에서 (나)부분 설명은 틀렸습니다.
'대상들 간의 거리감'을 '들찔레+꽃' 과 '모레+돌멩이' 간의 거리감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없지는 않겠으나, 그렇게 엄격하게 선지의 의미를 새기는 것은 시의 주제와 그를 드러내는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타당하지 않습니다.
선택지의 진위 판별에서 (그것이 비문학 줄글이 아닌 시 텍스트라고 하더라도) '텍스트의 일부분'의 의미를 재구성할 때에는 '텍스트 전체의 내용/구조 대한 이해'에서 동떨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고견 감사합니다^^ 다만, 이 작품은 병렬적인 대상들에 대한 서술을 통해 화자가 마주하고 있는 세계의 모습을 구성하고 있는 바, 대상들 간의 '거리감' 즉, 공간감을 통해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대상들의 모습을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 작품에 나타난 대상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고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대상들 간의 물리적 이격이 있다는 것, 즉 선지에 나타난 '중심에서 벗어난 이미지를 활용'했다는 서술이 맞다면 거리감은 100% 발생한다고 봅니다. 중심에도 시적 '대상'이 있고 이는 분명 주변 '대상'들과의 거리감을 발생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