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19-04-27 22: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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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모형화해서 설명하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2542341

 모형화(modeling)라는 말은 주로 물리학이나 컴퓨터과학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입니다. 간단히 정의를 내려보자면, '복잡한 현실이나 현상을 이론적으로 분해하고 간단하게 표현해서 해석하기' 정도로 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지난번 환원주의적 사고방식(https://orbi.kr/00022324124)에서도 말했듯이, 용어가 좀 생소할 뿐이지 모형화라는 사고능력은 이 글을 읽는 사람 누구나 자주 쓰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번편 또한 환원주의적 사고와 관련이 깊습니다.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남에게 설명하고 전달하기 위해서, 진짜 자동차를 들고 와서 직접 부딪혀야 한다면 많이 번거롭겠죠. 그래서 임의로 물건이나 장난감을 들고 와서 실제 자동차에 대응시켜서 설명하면 쉽고 빠르게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말 그대로 모형을 가지고 설명을 하는 방법일 뿐입니다.



 


(진짜 자동차 한대를 끌고와서 들이박기 보다는, 그림이나 장난감 모형을 가지고 설명하면 쉽고 간단하게 전달할 수 있겠죠)










 보통 모형화가 물리학에서 자주 쓰입니다. 마찬가지의 이유입니다. 더 쉽고 간단명료하게 표현하고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실에서는 정말 수많은 변수와 영향, 조건들이 실험에 영향을 미칩니다. 공기의 저항, 인간이 관찰하는 측정값의 한계, 물체의 균질성, 마찰열과 소리로 손실되는 에너지, 심지어 같은 지구라 하더라도 위치에 따라 중력도 달라집니다. 이런 요소들이 너무나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현실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모형화가 유용하게 쓰입니다.


 

 물리학에서 F=ma 라는 공식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임의로 물체에 줄을 연결해서 힘을 주는 모형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때 현실에서 발생하는 세세한 오차들이나 조건들을 무시하고 이론적으로만 접근하는 겁니다. 공기저항을 무시하자, 마찰을 무시하자 등등 단순한 모형화를 위한 전제입니다.






 현실에서는 빗면에다가 물체를 놓고 운동시키면 빗면과의 마찰, 공기저항, 각도, 질량의 미세한 차이 등으로 당연히 이론값과 다른 오차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항상 물리에서 우리가 푸는 문제는 세세한 조건들을 전부 배제시켜버리고, 오로지 우리가 필요한 이론들만 쓰이는 모형을 설정합니다.



 '간단하게' 표현하고 남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결국 이런 모형을 상상합니다. 처음 물리를 배우는데 다짜고짜 복잡한 오차와 조건들을 제시해주면 그거에 정신이 팔려서 정작 중요한 이론을 공부하기 힘들겠죠.












 본인은 여태 글을 쓰면서 간단명료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용어에 대한 정의, 조건 등을 일부러 명확하게 설정했었습니다. 쉽게 와닿게 만들기 위해서 이분법도 쓰고(과학과 비과학의 차이라던지) 제가 생각하는 대로 용어에 대한 정의도 내렸습니다. 본인이 쓰는 글 또한 일종의 '모형화'를 통해 구체적이고 뚜렷하게 설명해온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글쓴이는 원래 말도 많고 생각도 많습니다. 항상 친구들이랑 토론을 하게 되면 결론도 없이 말이 끝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오히려 본인이 이렇게 산만하고 발산적인 성향이기 때문에, 글을 쓸때는 의식적으로 많이 노력합니다. 당장 제 주관을 길게 나열하면 누가 제 글을 읽고싶어 할까요. 간단하고 정확한 전달을 위해서 다양한 변수와 조건들을 배제하며 글을 써왔습니다.



 제가 연재한 전쟁사 시리즈나 학습이란 무엇인가 시리즈도 깊게 들어가면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제 글을 읽는 학생들이 밀리터리 지식이 전무하기 때문에, 항상 '전투기'라는 용어만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투기' 외에도 '뇌격기', '급강하폭격기', '정찰비행기' 등의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며, 각 종류마다 구체적인 기종이나 이름도 다양합니다. 제로센, 돈틀리스, 0식 함상폭격기 등등등.... 대중성을 위해서 전문성을 다소 포기했습니다.







(태평양 전쟁에서 미 해군의 유명한 급강하폭격기 'SBD 돈틀리스' 그런데 이런 용어 쓰면 학생들 집중력이 분산될까봐 일부러 '전투기'로 퉁쳤습니다)







 


 제가 만약 처음부터 세세한 기종의 이름과 함재기 종류를 길게 나열했다면 누구나 이해하기 힘들어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좀 더 쉽고 간단하게 '전투기'라는 이름으로 전부 퉁쳤습니다. 지식과 글을 일부 깍아내고 더 단순하게 가공한 것이지요. 그래서 학생들은 전쟁사 시리즈의 주제를 더 쉽게 이해했을 것입니다. 생소한 전문용어가 별로 많이 안나오니까.



 여러분은 그래서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처음에는 어렵고 복잡한 문제나 이론을 무작정 건드리면 안됩니다. 그러면 쓸데없는 용어 하나하나에 집중력이 분산되서 효율이 떨어질테니까요. 간단하고 명료하고, 복잡한 조건들을 일부로 배제한 간단한 모형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함수를 활용해서 풀어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 더 단순한 차원의 문제부터 풀면서 익히는 것입니다. 일단 도함수의 정의가 무엇이고, 함수들의 도함수를 어떻게 구해야하는지 방법을 연습합니다. 처음부터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해야하는 문제를 풀려고하면 속된말로 뚝배기가 깨집니다. 더 단순한 조건, 더 단순한 모형으로 시작해서 점점 더 복잡한 모형까지 풀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수능 국어에서도 정말 복잡한 구조와 이론, 용어들이 한꺼번에 등장해서 학생들 멘탈을 갈아버립니다. 


 

 여러분은 일단 그 지문과 비슷하면서도 더 간단하고 쉬운 지문을 찾아서 연습해보세요. 그리고 처음부터 세세한 조건과 용어에 신경을 덜 썼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그것들은 엄청나게 중요하지 않고, 글에서는 더 중요한게 따로 있거든요. 제가 쓴 전쟁사 칼럼에서 '전투기'라는 용어로 싸잡아서 지칭했음에도, 학생들은 제 글을 읽고 주제를 찾는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국어 지문에서 세세한 조건과 변수, 복잡한 사실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안됩니다. 더 단순하고 간단하게 요약하고 나름 정리할 고민을 해보세요. 



 지금 제가 하는 말과 비슷한 이야기를 오르비 선생님들 칼럼으로 많이 접해봤습니다. '마닭'이라는 기출문제집에서는 지문을 시각적으로 정리하는 구조도 그리기를 시키더군요. 이 또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간단하고 더 명료한 모형화! 그것이 빠르고 쉽게 이해하는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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