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제발요 [782849] · MS 2017 · 쪽지

2019-02-14 21: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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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내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긴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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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올해 입시가 끝났다. N수를 한 내 여자친구도 그렇고옆에서 응원해 주던 나도 그렇고, 바라던 결과는 얻지 못했다. 그것도 정말 아쉽게도 발표 직후부터 오늘까지 문턱 바로 앞에서 계속 기다리면서.


그동안 우리에게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거 같다. 수능 직후부터 모의지원사이트와 여러 입시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의대가 목표였던 여자친구의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는 스나가 있을까 전국의 37개 의과대학이 있는 대학들 입학처, 그리고 안전한 대학을 찾으려 서울시내 주요대학 10군데의 입학요강을 들여다보며 분석했고 모의지원사이트와 입시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정보 수집하고 표본 파악을 했다. 


한달여 시간 인구 변동을 보며 추이를 파악하고,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던 곳에 여자친구와 여자친구 가족과도 상의하여 가나다군 라인을 잡고, 실제로 그렇게 지원을 하였다. 가능성은 희박하였지만, 가능성은 언제나 독립시행이기에 확률의 편이 우리에게 와 주길, 원서직후 계속적으로 기도하고 소망했었다. 그 과정중에서 뜻하지 않게 누군가가 불법적으로 진X사에서 합격도 채 안 한 내 여자친구의 표본을 사진으로 찍어다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졌었고, 조롱성 댓글까지 올라왔었다. 다행히도 빠른 시간에 발견하여 진X사와 연락하여 조치를 취해줄 것을, 그리고 나는 아직도 불안에 떨고 있을 여자친구를 위해 더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그 글을 올린 사람들을 색출하여 협박아닌 협박을 하기도 했다. 한동안 사이버경찰대를 중심으로 경찰서에 가서 최초유포자에게 콩밥을 먹일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수 있을 거만 같은 그런 시간도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중에서 여자친구랑 많이 다투기도 하였다.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고백하자면, 그래. 때로는 여자친구 미래에 대한 걱정을 볼모로 내가 겪는 마음의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여 화낼 때도 있었던 거 같다. 특히나 대학교에 있는 나와, 아직 대학에 들어오지 못한 여자친구에 대한 미안함이 너무나 컸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손만 뻗으면 닿을 거 같던 합격의 소식이 1차, 2차를 지나며 누구 하나 빠질 기미 없는 그 야속한 문을 바라보며 꿈길을 걸을 우리의 앞날을 기약할 시간이 다시금 멀어지는 거 같아 가슴이 아파오는 걸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잘 버텨준 내 여자친구에게 고맙다고, 못난 남자친구가 이제서야 용서를 구할게. 개인적으로 해도 될 이야기를 여기에 왜 올리냐면, 다시금 목표인 의대를 향해 도전을 앞둔 당신이 미래의 어느 순간에 힘들어질 때 이 글을 보고 당신 편이 옆에 항상 있을거라는, 가장 암울한 밑바닥에서 당신을 받쳐줄 누군가가 있을거란 믿음만큼은 안고 갈 수 있도록 사라지지 않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였달까. 지금 당장 내 말도 위로가 안되고 위안이 안되겠지만, 우리 차차 힘내자. 내 소중한 여자친구. 지금까지 당신 옆에 있어줬듯, 미래에도 있어줄게. 우리 이번 결과를 실패와 불합격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아름다운 도전이었다고 기억하자. 우리의 최선이 그래도 그정도의 결과물을 이뤄냈고 그걸로 희망과 가능성을 보았다고 받아들이자. 다시 한다는 그 힘든 결정을 내린 당신에게 다시금 난 항상 믿음과 용기와 사랑을 줄게. 세상이 내 편이 아닌거 같더라도 단 한 사람은 예외란 걸 느낄 수 있게 내가 더 노력할게. 올해 끝엔, 더 좋은 세상이 우리를 기다릴거란걸 의심치 않고 변함없이 당신 옆자리에 있을게. 입시 결과 이상으로, 당신은 그 자체로 사랑받고 행복할 자격이 충분히 넘치고도 남는 사람이니까. 


정말 고생했어. 이 과정을 걸어온 당신은 누구보다도 대단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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