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게쎄게쎄 [805553] · MS 2018 · 쪽지

2019-02-14 21: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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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지구과학2 영역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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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수능까지 : 당시 상위권 대세는, 14수능까진 그래도 정말 괜찮은 과목이었던 생2였고 지2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았는지 혹은 돌멩이나 배우는 하찮은 과목이라 생각했는지 그 어느 커뮤니티를 가도 선택자도 얘기도 굉장히 적었다. 그냥 지2는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하기 싫었던' 사람들이 절대 다수였다. 그래서 당시 재종반의 지2 선택자들은 마치 마이너한 인디밴드의 열성적인 팬마냥 소수끼리 화목하게 다니는 느낌이었다고 하며, 문제 난이도도 정말로 지1 천체보다 쉬웠다. (다만 숨겨진 꿀을 찾아온 사람들의 노력+지2 선택자의 각성으로 당시 지2도 모평에 비해 수능의 컷이 높긴 했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는 애들 장난 등급컷으로밖에 안보이겠지만...)


그리고 15수능(정확히는 15 9평부터 조짐이 보이긴 했다)에서 온갖 최상위권/상위권이 모인 생2가 결국 난이도의 리미터를 해제하여 폭발해버렸다. 여담이지만 그 전까지의 생2 인식은, 타임어택이 없고 자기 공부한 만큼 나오는 정직한 과목이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진짜로 그랬다...


그리하여 물2, 화2는 이미 배제한 상태에서 생2까지 터진 상황에 서울대를 노리는 상위권들이 슬슬 미개척지인 지2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리고 돌멩이 외우는 과목 공부하는게 두드러기 날 정도로 싫은데 꼭 화2같은거 말고 지2를 해야하냐는 식의 글도 이 시기쯤부터 올라오기 시작했다.


16수능 : 그렇게 지2를 고른 상위권 수준은 전년도 대비 급격한 상승이 이루어졌지만 평가원 문제의 난이도가 그것을 커버할 정도로 올라가지 않았다. 9평도 1등급 컷 50, 수능도 1등급 컷 50. 심지어 16수능은 15수능(당시 1등급컷 46)보다도 쉬우며, 14학년도에 냈어도 1등급컷 45~46쯤(16수능 당시엔 신유형이었던 20번을 틀린 정도)으로 잡힌다고 말해도 믿을 수준의 시험지이다. 그렇게 수능 등급컷이 1등급 50(만점받아도 백분위가 96), 2등급 47, 3등급 44가 되었다. 그야말로 초 물


17수능 : 16학년도처럼 내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출제진들이 슬슬 지2를 이전까지와 아예 다른 과목으로 만들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17학년도 6평은 당시 기준으로는 확실히 '지2가 변해간다'를 느낄 수 있었던 역대급 시험이었는데, 조건을 이전보다 더 없애서 난이도를 높인 문제(12번), 엄청 괴이한 식 정리(14번), 당시엔 엄청 논란이 있었던 지엽(17번. 단 요즘 사람들은 절대 지엽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다.), (수증기 단원을 제외하고) 지2 정량화의 시작(19번), 당시엔 역대급 지질도 문제(20번)를 내며 1컷 41, 만점자가 7명? 9명?의 결과를 냈다.


(참고자료 : 170614. ㄷ은 정말 뜬금없이 식정리를 요구하는 문제였다)



(참고자료 : 170619. 지2 정량화의 시작을 알린 문제.) 


9평은 1컷이 47이었던 약간 무난한 시험(단 15학년도 까지의 시험들보단 어렵다.)이었지만 수능에서는 예전 지2가 아님을 다시 한번 보이듯 지2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문제가 등장한다. 171119이다.


(참고자료 : 171119. 지금은 지겹게 우려먹히는 '고지자기의 회전'이 처음 나온 문제.)


지2를 모르는 사람들한테도 와닿게 설명을 해보자면,

0. 기본적으로 이 내용이 포함된 단원인 '대륙의 이동'에서 킬러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한 사람의 수도 그리 많지 않았다.

1. 지괴의 '회전'은 17수능 이전까지 그 어느 지구과학 강사도, 지2 교재도 가르치지 않은 문제 상황이다.

2. 즉 완전히 신유형 문제이며 학생은 완전히 새로운 상황에 대해 사고를 해야한다.

3. 심지어 다른 시험도 아닌 '수능'에 나온 문제이다. 지금은 못풀지만 다음에 사고력 쌓아서 풀어야지~ 같은 도망도 못간다.


그리고 나머지 문제 난이도도 전년에 비해서는 확실히 해석의 깊이가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이제부터의 지2는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번 과시하며 1등급 컷 45를 만들었다.



18수능 : 1등급 컷 38점, 공식 만점자 1명(근데 오르비에 나타난 자기를 만점자라 주장한 사람 수를 세보면 적어도 7명 이상이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이었던 역대 최악의 시험 2018학년도 6월 평가원을 보자.


사실 당시 출제 방식도 생각보다 간단했다. 낚시, 초낚시, 조건 없애기 등이다.


(참고자료 : 180619. 전국의 모든 학생, 나아가 전국의 모든 강사의 통수를 노렸던 문제)


당시 4페이지 5문제가 전부 정답률이 절반이 채 안됐고, 14번 태양상수 문제도 거한 낚시로 정답률이 10퍼대였지만, 가장 눈여겨볼 문제는 전국의 모든 강사들이 지2 해설강의를 잠시 찍지 않게 되고 학생들끼리 논쟁도 심하게 일어났던 이 180619이다.

기본적으로 지2 교과서에선 공기 덩어리의 단열 변화만을 다루고 있으며, 단열 변화에선 '이슬점이 증가/감소하면 절대 습도도 증가/감소'라고 외울 수 있었다. 근데 7차 교육과정부터 쭉 모든 모의고사에서의 지2 수증기 파트는 단열 변화만을 다루었기 때문에 모든 강사가 저걸 절대명제마냥 가르쳤고 학생들도 그렇게 외웠다.

그런데 이 문제는, 중학교에서 다루는 수증기와 습도 내용을 연계해서 공기 덩어리의 단열 변화가 아닌 '등압 팽창' 상황을 낸 것이다. 따라서 A, B, C의 이슬점은 같지만 절대 습도는 다르다. 물론 위의 명제를 그대로 따른 학생들은 이 문제를 틀릴 수밖에 없었고 이 문제는 모든 학생들과 강사들에게 빅통수를 선사했다.



(참고자료 : 180620. 당시 기준으로는 정말 어려운 지질도 문제)


이 문제도 코멘트할 거리가 좀 있는데, '대한민국 지질도의 경사각은 45도' 같은 소리가 강사 입에서 나올 정도로 지질도 경사각은 45도(왜냐하면 경사각의 탄젠트값이 1이 되도록 문제를 설정하는 게 가장 심플해서...)로 굳어졌는데, 이 문제는 경사각이 45도가 아니다. 경사각의 탄젠트값이 4/3, 즉 직각삼각형의 비가 3:4:5가 나오게 설계되어 있다. 심지어 (지금 기준으로는 당연히 쉬워보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어려운 설정이었던 단층+골짜기+두께계산 이다.



(참고자료 : 180614. 수능특강 연계 문제였지만 태양 상수 문제 자체가 생소했고, 그 생소한 내용에서 엄청난 낚시를 걸어 정답률 10%대를 만들었다.)


앞서 말했듯 이 문제 외에도 이 시험엔 유독 정답률이 낮게 만들어질만한 문제가 많았고 그 결과 학생들은 '풀땐 엄청 어렵진 않은데 채점해보니 다 틀려있는' 상황이 벌어져 1등급컷이 38점이 되었고, 지2를 고르고 있던 중~하위권들이 이 시험을 기점으로 대거 빠져나가고 지2 응시자 수준은 급속도로 고이게 된다.



18학년도 9평은 딱히 코멘트할 게 없는 무난한 시험(1컷 47, 17학년도 9평보다도 쉬웠다는 평도 있을 정도)이었다.

이제 사람들에게 난이도로나 등급컷으로나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안긴 18학년도 수능을 살펴보자.


(참고자료 : 181113. 어... 아까 본 문제랑 모양이 비슷하지 않나요? 위로 다시 올라가 170619를 봅시다. 원래 19번급이었던 문제가 1년 반만에 13번급으로 내려왔다.)


이 시험은, 지2 특유의 '뻑뻑함'을 극도로 올린 시험이었다.

보통 다른 과목의 문제 난이도 배치가 1~4페이지가 최하 최하 하 중하 하 중 중상 중 중하 중하 상 상 최상 이런 식이면 지2는 중하 중하 중상 중상 중 중 중상 중상 상 상 이런 식으로 4페이지는 다른 과목보다 쉽지만 1~3페이지는 다른 과목보다 어려운 편(그냥 넘어가주는 문제가 없음)으로, 전체적으로 시험지가 '뻑뻑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18학년도 수능은 그 뻑뻑함이 정점에 달한 시험이었다.




(참고자료 : 시험지를 특히 뻑뻑하게 만들었던 문제 예시)


그럼 이 시험지의 4페이지엔 대체 어떤 문제가 있기에 3페이지까지 이런 문제가 나왔던 걸까? 하고 4페이지 20번을 보았을 때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참고자료 : 181120. 설마설마했던 단위 정리를 포함하는 정량 계산 문제의 등장.)


당시에 단위정리를 포함한 대기/해양의 운동 계산문제를 풀었던 사람들도 설마 수능에도 나올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 해 개념강의에서 모 강사는 바람 단원에서 '평가원에서 계산문제를 내는 건 아니니까'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때까진 맞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말 설마설마했던 단위 환산을 포함한 수식 정리 문제로, 1Pa=1kg/m*s^2 라는 점은 문제에서 알려주지도 않았다. 즉 직접 알고 있어야 했다. (사실 당해 수특에 있기야 하지만 그게 수능에 나올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그 전까지의 평가원 문제에서 내지 않았던 내용인데.)

이 문제는 수능 지2가 확실히 정량적으로 변해간다는 표현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렇게 시험이 나오고 모두가 등급컷을 엄청 낮게 추측했다. 현장에서 시험을 본 나도 1컷을 42로 예상했고, '진짜 표본이 미치면 1등급컷 45'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참고자료 : 18수능 직후 오르비에 모 분이 올리셨던 지2 등급컷 예상 투표이다.

확정 1등급컷인 47은 저기에 있지도 않은게 유머)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6평 이후 각성하여 온갖 방법이란 방법은 다 써서 고이고 고여버린 지2 선택자 판이었다. 1등급 컷 47에 만점 백분위 99, 만점 표준점수 66으로 만점 표준점수가 과탐 8과목 중 가장 낮았다. "분명히 어려운 시험이었는데 나는 잘봤다" 같은 반응이 정말 많았다. 지2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완전히 투과목이 되어버린 것이다.



19수능 : 6평은 딱히 코멘트할 거리가 없는 무난한(수능이었으면 1컷이 50일 가능성도 있는) 시험이었고(원래 16학년도부터 6평은 그 해의 모든 시험 중 유달리 어려운 편이었는데 너무 무난해서 당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작년 수능의 여파로 온갖 사설 지2 모의고사에선 정량적 해석 문제가 많아졌고 9평도 약간 그런 성향이 있긴 했다.

9평의 성격은 약간 18수능(극도의 뻑뻑함)이랑 비슷하다. 그런데 계산량은 모든 평가원 지2 시험 중 가장 많았다. 지2에서 처음으로 타임어택을 느꼈단 사람도 있을 정도이며, 18수능보다 어렵다는 사람도 종종 있을 정도였다. 다만 따로 코멘트할 정도로 특출난 문항은 없기 때문에 문항 코멘트는 생략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등급컷이 45가 나왔다. 이를 두고 물x공x님같은 분이 성적 분포를 통해 표본수준을 분석한 결과 압도적 썩은물 과목이라는 코멘트를 달았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이렇게 지2는 계속해서 계산을 중심으로 내는 과목이 될 줄 알았으며, 사설 문제들의 난이도는 주로 계산에 치우쳐 있었다. 그런데, 수능 출제자들이 사설에서 출제되는 문제들의 형태가 주로 어떤 것인지를 알아챈 탓일까, 수능은 9평이랑 문제 스타일이 엄청 달랐다. 계산이 있는 문제가 1~2개 뿐이었고, 그마저도 단순 연산만 잠깐 하면 되는 그런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1등급컷은 46점으로 미친 난이도 18수능의 1컷 47보다도 낮았다. 압도적 썩은물들의 약점을 어떻게든 노리기 위해 문제 스타일을 바꾼 것이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참고 자료 : 191113. 지1으로 치면 약간 18수능 망원경같은 문제...라고 할 수 있으려나?)


이 문제의 핵심은 ㄴ 보기에 있다. 원래 기출이나 시중 어느 문제에서나 거의 표면 온도만을 물어봤는데 '중심 온도'를 묻고 있고, 이에 따라 생각을 전환하며 오른쪽 위의 a를 신경쓰지 않으면 틀리는 문제이다. 예전 문제와 비교해 달라진 표현을 찾아내어 생각을 다르게 해야한다는 점이 18수능 지1 망원경 문제와 유사하다. 이 문제의 정답률은 20% 대를 찍었다.


(참고자료 : 191117. 학생한테 심리전을 거는 문제이다.)


이 문제의 ㄴ을 틀린 사람의 사고 과정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1. 암흑 성운이니까 티끌이 기체보다 많으니 성간 소광이 저렇게 일어나는 것이겠지!

2. 원래 성간 물질은 성간 기체가 99%고 성간 티끌이 1%야. 그런데 우주 어딘가엔 그 1%의 성간 티끌이 엄청 밀집되어서 성간 기체보다 많은 공간이 존재할 것이고 그게 암흑 성운인 건 아닐까?

(* 맞은 사람의 사고 과정 : 아 그냥 성간 기체 99%고 티끌 1%니까 그냥 틀려)


따로 암흑 성운에서 성운을 구성하는 물질이 누가 더 많은지 서술을 하지 않았으므로,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99% 1%로 밀어붙여야 정답이 나오고, 2번처럼 심리전에 걸려버리면 틀리게 된다.

이렇게 다수 문제들의 정량적 해석에서 갑자기 개념을 참 신박하게 묻는 방식으로 출제 방식을 바꾸어서 문제 풀이의 난이도는 18수능보다 쉽다는 사람들이 나올지언정 1등급컷은 전년도보다 낮게 형성되었다. 썩은물 과목인 지2에서 참 특이할만한 사항이고, 어찌 보면 '이것이 고교 지구과학인데 사설은 본질에서 자꾸 벗어나고 있음 ㅋㅋ'라는 평가원의 메시지가 담긴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현재 지2는 어떻게든 최상위권과 중위권, 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해 정말 여러 가지 출제 방식이 나오며 그게 매 시험마다 달라지는 과목이 된 것이다. 앞으로의 지2 수험생들은 나올 수 있는 모든 출제 방식에 대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부를 해야하는데... 근데 나 이 글을 대체 왜 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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