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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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그러한 시차는 왜 발생하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보통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삶은 보통의 것이고, 내 삶은 이렇게나 춥다는 생각을 언젠가 문득할 수 있다.
누군가의 삶도 보통은 없다. 누구나 어느 순간의 겨울은 온다. 누군가는 진한 씁쓸함으로 겨울을 나고, 누군가는 그 겨울이 너무나도 시리다. 그리고 바깥은 보통이다. 세상은 개인의 추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항상 여름이다. 누군가의 개인에게는 (그리고 그 개인의 수는 꽤 많을 테다.) 지금 당장의 겨울을 버텨야 할 것이지만, 그 개인을 포함한 세상은 항상 여름이다.
언제 한번 지인이 자살하고 싶다고 했다. 그 사람은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다. 그렇게 보였다. 누구나 그렇게 보았다. 단언컨대 지인도 여름을 연기했던 것이다. 세상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혼자 남은 집에 있기 싫었을 것이다. 바깥은 여름이고, 여름을 연기했던 그때보다 방안에 홀로 남은 그곳이 추웠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겨울이 있었기에 그것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아마 누군가의 겨울의 얘기를 조금 더 많이 듣는지도 모른다. SOS를 알리기에는 바깥은 너무나도 여름이다. 바깥은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여름을 망치기가 싫다. 봄을 망치기 너무나도 싫다. 그렇기에 개인의 방의 겨울과 바깥의 여름을 분리했어야 했다. 개인은 그렇게 안은 겨울, 바깥은 여름인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 같다. 그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왔고, 이제는 이 책으로 보게 되었다.
“입동”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의 망가진 일상을 그리고 있다.
아이 엄마는 사람들이 아이 잃은 사람은 무슨 옷을 입나. 자식 잃은 사람도 시식 코너에서 음식을 먹나, 무슨 반찬을 사고 어떤 흥정을 하나 사람들이 지켜본다고 생각해 문밖출입을 끊었다. 도저히 방안의 겨울을 숨길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방 안의 겨울 속에서 항상 지내게 된 영우 엄마.
‘노찬성과 에반’은 고속도로 휴게소 근방에 살면서 휴게소 음식점에서 일하며 살고 있는 할머니와 손자의 집에 유기견이 들어와 사는 모습이었다.
병에 걸린 에반. 아파하는 에반을 위한 안락사 비용을 모으는 찬성. 그리고 결국 에반을 위한 선택이 아닌, 자신의 욕심을 위한 선택을 하는 찬성과 고속도로 위로 달리는 에반.
약간의 비틀림이 크게 남는다. 크게 비틀려버린 상황이 만들어버린 겨울을 보았다.
‘건너편’을 읽으며, 내가 살았던 내 동네 노량진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계속해서 나아가는 사람과, 그 노량진에서 정체되어있는 사람. ‘주인아주머니를 만난 뒤 자신이 느낀 게 배신감이 아닌 안도감이라는 것’은 아마도 나아갈 자신에게 달라붙은 정을 떼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큰 잘못을 저질러주어 쉽게 떼낼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정이라는 것이 꽤 따뜻했다는 것. 그 정을 떼어내고 쓸쓸함이란 이름의 겨울을 짙은 향처럼 겪는다는 것을 나는 상상하게 되었다.
'풍경의 쓸모'는 대학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평범함이라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말이다. 누구도 평범할 수 없다.
이 한 사람은 사람으로 평범하게 살지만, 평범하지 않은 일들을 겪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경이 되어간다.
기대한 것들은 계속 꺾이고, 중심에서부터 멀어지는 느낌을 계속 받는다.
자신은 겨울인데 바깥은 여름이라는 부조화는 여기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 전체를 읽어가면서 나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 의지하는 삶을 사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해.]
나 자신은 가난을 겪었다. 그리고 겪고 있고, 겪을 것이다.
가난한 대학생은 나 자신이 홀로 서는 삶 외에는 바람직한 모습을 찾지 않았다.
사람은 변하고, 나도 변한다. 그러므로 사람은 불안정하다.
또한 사람은 항상 성공적일 수 없다. 언제나 실패와 좌절이 공존한다.
그리고 죽음도 항상 공존한다.
나는 그러므로, 사람을 믿지 않는다.
나 자신을 믿지 않는다. 약간의 자기혐오도 있는 것 같다.
내가 배운 어느 정도의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것이 나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것은 죽기 전까지의 나를 유지하는 것 같다.
의문스럽다. 사람으로 살고, 사람을 믿고, 사람에게 의지하면 분명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으로 아프고, 사람으로 힘들며, 사람으로 상처받는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사람답지 않는 것이 낫겠어.
사람답게 살면 평범하게, 사람답게, 실망하고 슬퍼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야.]
이렇게 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인문학은 쓰레기라며 치워버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참 궁금하다.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어쩌면, 이 작가는 모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건넨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공감을 건네는 당신은 소설가는 참 못난 직업이라 생각한 적이 없는지.
사람을 이해해야 하는 운명에 염증을 느끼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그 추운 겨울이 모두에게 있고, 그것에 과연 아름다움은 있는가.
하긴,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의 문장도 아직까지 살아있으니.
조금 첨언하고 싶은 것이 있어 적는다.
내 주변에 밖에는 여름인 그 온도차를 가진 사람들이 은근히 많음을 알았다.
이성적으로는, 아무것도 변하는 것 없으니 네가 마음을 굳게 먹으라 한다.
그 냉정함은 아마도 내가 가지는 속성인 것 같다.
어려움을 그동안 많이 겪었다. 적어도 내 주변인들 보다는 많이 겪었다.
그러니까.. 내가 죽어도 싫었던 상황이 현실이 될 때,
죽기보다는 그래도 힘들어도, 더러워도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런 떫은 생각이 조금 많이 든다.
그러니까. 내 주변인들은 그 떫은 생각을 각자가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바깥은 여름인 감정은.. 힘들어도, 더러워도 살아내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떫은 생각의 연속이 어른을 만드는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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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 대
바깥은 여름 책 좋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책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