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투님 [829616]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19-02-08 18:25:56
조회수 6,908

듣기만 했었던 수능기적은 존재하네요.(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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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일반고에서 저는 내신 챙기고 공부를 하다가 고3 6평 이후 풀어져서 수능을 망쳐 재수하는 학생입니다. 저랑 가장 친한 친구를 보니 수능 기적이라는 게 존재하는 게 맞는 것 같네요..

이게 사람들이 중학교 때는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해야지 스카이 간다 스카이 간다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고등학교 때부터가 진짜 공부다 지금부터 공부해야 스카이 간다 이런 소리를 주변에서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본인은 중학교 때부터 극상위는 아니라도 상위권 안에 들었던 학생입니다.

근데 저랑 가장 친한 친구 중 집도 가깝고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등하교하고 초중고를 같이 나온 친구가 있는데 초등학교 1학년 때 친구의 부모님이 학구열이 강하셔서 그런지 초등학교 1학년 때 한문 3급을 취득하고 막 공부만 하던 친구가 초등학교 5학년쯤 되니 공부를 더 이상 못하겠는지 힘들다고 계속 놀더라고요 저도 그 당시에는 노는 걸 좋아하던 어린 학생이어서 같이 놀면서 중학교에 올라갔는데 중학교 때는 저는 공부를 하고 그 친구는 계속 놀았었던 기억이 납니다.



중학교 졸업식 성적표를 보니 저는 4% 후반 정도였고 친구는 81%였던 기억이 나네요.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 되고 그 친구는 고등학교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서 그 친구는 매일 고등학교 새 친구들이랑 피시방을 다니고 전 반에서 공부를 하니 그 친했던 친구도 점점 자연스럽게 멀어지더라고요 제가 학원 끝나는 시간이랑 그 친구가 pc방에서 나오는 시간인 저녁 10시경 집 갈 때 우연히 만나서 어색하게 같이 집을 걸어가던 그 길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나네요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서로 다른 반이 되어 그 친구는 그대로 놀고 저도 그대로 학교생활을 착실히 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반 배정을 받고 개학식 날에 평소에 일찍 등교하는 습관으로 등교를 원래 등교 시간보다 20분 정도 미리 반에 도착했는데 그 친구가 책을 펴고 공부를 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놀라서 그 친구한테 인사를 했는데 같은 반이라면서 웃으면서 반겨주며 일 년간 파이팅 하자고 하이파이브를 쳐주더라고요 그리고는 다시 공부에 몰두하던 모습을 보고 아 쟤가 고3이라 정신차렸구나 했습니다 그렇게 그 친구는 쭉 공부만 했습니다 정말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친구는 공부만 했습니다.

저도 그래서 하던 대로 공부를 하고 시간이 지나 6월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고 저는 충격을 가장 크게 받았던 것 같아요. 수학에 약했던 제가 처음으로 가채점 당시 88점 1등급으로 고3 평가원 1등급이라는 사실에 정말 행복해하고 있었는데 성적표를 받아보니 학급 등수에 2/35 가 적혀있어서 뭔가 싶었습니다. 전 당연히 제가 반에서 일등인 줄 알았거든요.. 정말 반에서 국어랑 탐구를 잘하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정말 이 친구도 공부를 열심히 했거든요 이 친구가 정말 수학이 부족해서 3등급 받는다고 맨날 힘들어하던 친군데 이 친구한테 가서 너 수학 일등급 받았냐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자긴 그대로 3등급이라고 수학적인 머리가 없다고 저한테 자책하며 말하더라고요. 반에 수학을 일등급 받을 만큼 잘하고 잘했던 친구가 정말 없다고 생각을 하던 저는 설마 하고 그냥 그 친구한테 가서 혹시 수학 잘 봤어?라고 물어봤는데 웃으면서 이번에 찍은 것도 맞춘 것 같고 되게 잘 봤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도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점수를 물어보니까 92점 맞았다고 하더라고요.

아 그때 와 정말 이 친구가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생각보다는 속으로는 욕하며 얘가? 얘가 92점 맞았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이후로부터 집에 가서도 공부도 안되고 제 자신을 원망하기 시작했어요 난 계속 공부를 6년간 놓지 않았는데 왜 쟤가 나보다 잘 본 거지? 이러면서요.. 그 이후로부터 공부에 대해 흥미가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노력충은 재능충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하며 말이죠 그렇게 9평도 혼란을 겪고 수능도 망치고 나니 허무하더라고요.

물론 수시로 2승을 했지만 부모님도 제 자신도 만족할 정도의 대학이 아니라.. 고민하다 결국 재수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근데 최근 연락이 왔는데 친구가 연대 정치외교학과에 합격했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두 곳이 발표 안 나서 어느 대학 갈지는 모르겠다고 하고요. 그만큼 친구는 수능을 잘 본 거겠죠. 크게 놀랐지만 그래도 같이 공부하고 친한 친구라 축하를 해줬는데 그 친구가 제가 아니었다면 자기도 공부 시작하지 않았을 거라고 고맙다고 해주더라고요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들어보니 고3 겨울방학 때 근처 공원이 있는 공공 도서관에서 혼자 영어 단어장 보며 밥 먹는 모습을 그 친구가 농구하고 물을 마시다가 봤다고 하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고등학교 들어와 어색하기도 하고 자기가 공부를 시작하면서 저에게 질문하면 어색한 게 풀리지 않을까? 생각으로 공부를 했대요. 저도 다시 생각해보니 고3 학기 초에 그 친구가 영어를 많이 질문해서 답해줬던 기억이 났고.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들어보니 고등학교 때 내신은 5등급 정도였고 출결도 안 좋았다고 하는데 뭐 씁쓸하긴 하지만 친구로서 정말 존경스러웠어요. 하루에 4시간씩 자면서 공부만 했다고 하고. 너무 힘들었대요. 물론 전 2019대입에서는 실패했지만 2020년대입에서 저는 그 친구가 저를 보고 공부를 했듯이 올해는 제가 그 친구를 본받아 열심히 해보려 해요.

글이 정말 길었네요 다 읽으시는 분이 있을까 싶은데.. 그냥 저는 만약 고3까지 공부를 안 하시고 성적이 낮으시더라도 포기하지 마시고 제 친구처럼 열심히하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제 이야기가 아니라 와닿지 않으실수 있으시겠지만. 다들 대입하시는 n수생분들과 현역분들 화이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빠진이야기도많지만  내년에는 제가 대입에 성공해서 글을작성할수있으면 좋겠네요.


 필력이 부족한 한 학생의 글을 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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