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의예서 [811737] · MS 2018 · 쪽지

2019-02-06 22:23:07
조회수 695

(약진지,긴글포비아주의) 평소에 하던 생각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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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본 내용에 앞서서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최근 슈퍼비와 오왼오바도즈 (둘다 랩퍼) 사이에 있던 논란을 보고 의견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논란내용은 제 글을 보다 보면 대충 알겠지만 보다 정확히 알고 싶다면 검색해 보시길...



결론 : 경제력이 동일한 A씨와 B씨가 있다.


자신의 진심이 동하지 않을 때 기부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생각하여 살면서 기부를 일절하지 않은 A씨.


매달 100만원씩 꾸준히 기부하지만 자신의 선행을 매번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고, 방송에 나와 겸손한 척 오지게 떨고, 


생색도 졸라게 내는 B씨가 있다면, 이런 B씨를 A씨가 비난한다면 나는 B씨에게 박수쳐주고 B씨 편에 설 것이다.



본내용


어릴 때부터 뭐 엄청 엄격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예의', '염치' 를 귀에 박히도록 들어서 그런지 커가면서 '윤리의식'에 대한 강박이 좀 있어음.


그런 상태로 초등학교 잘 졸업하고 중학교로 진학. 어릴 때 조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그냥 뭐 어른들한테 인사 잘 하고 존댓말 잘 쓰고 이런게 습관처럼 배어버려서 선생님들이 좋게 보시는 게 있었음. (???결국 지자랑?? 아니 좀 더 들어봐;;)


그렇게 나름 행복하게 학교생활 잘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뒷말들이 들리더라. '울의예서 ㅈㄴ 착한 척 하지 않냐??;;ㅋㅋㅋ;' 라든가 ' 저렇게까지 선생님들한테 점수 따고 싶나??ㅋㅋㅋ 피곤하게 산다;' 등등. 쉽게 말해서 고깝게 보는 시선들이 생겼음.


정말 내가 선한 놈이고 천성이 착한 놈이였으면 사실 이런 비난에 아무렇지 않았을거임. 뭐 난 진짜로 내 행동에 떳떳했을테니깐. 하지만 난 그런 놈이 아니라 그런 비난에 타격이 클 수 밖에 없었음. 사실 나 조차도 내 마음 속에서 '내가 너무 착한 척 하고 다니는건가??'라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으니깐.


그렇게 그 순간부터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그대로 고등학교를 진학함. 그때부터 나 스스로가 내 행동에 검열을 시작하게 된 거임. 평소처럼 길바닥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다가도 '잠깐만. 난 사실 지금 쓰레기 그냥 바닥에 버리고 싶은데 또 착한 척 하는건가?', 원래 선생님께 싹싹하게 했다가도 '잠깐만. 나 선생님한테 점수 딸려고 또 착한 척 하는건가?' 등등 수없이 나 자신에게 검열을 당했음.


그렇게 전에는 하지 않던 행동들도 이건 내 진심이 아니라면서 해버리기 시작함. 쓰레기도 바닥에 버리고, 선생님들께도 틱틱 거리고 등등.


그래도 사람 습관이 어디 안 간다고 뭐 엄청난 일탈을 저지른 건 아니어서 고등학교도 무난하게 졸업함. 그런데 확실히 중학교때보다 평판이 좋지는 않더라. 실제로 날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쌤도 계셨고.(이제 곧 끝남...좀만 참으셔용...)


그때 정신이 번쩍 들면서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 라고 생각이 듦. 내가 할 수 있는 선행을 그저 위선이라고 생각해서 재껴버리면서 나 스스로가 내 자신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음. '위선자'라는 타이틀이 무서워서, 나의 '착한이미지'에 금가는게 무서워서 오히려 착한 짓을 안 하는 웃기지도 않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던거임.


그때부터 나름 치열하게 고민해서 얻은 결론이 본내용 위에 썼던 결론임. 내가 하는 선행이 진심이면 당연히 좋고 착한 척이면 또 어떪?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 A씨보다 어찌됐든 세상을 좀더 환하게 밝히는 것에 일조했다고 생각함.


자 이제 진짜 마지막. (수고했어용~) 다시 결론 부분으로 돌아가서 기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박수를 쳐주는게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기부를 하지 않는 사람을 욕하자는 것도 아님. 다만 간혹 기부를 하자고 '독려' (강요x) 하는 사람들에게 '위선자', '착한척' 이라는 타이틀을 씌우며 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한테 한 마디만 하겠음.


"당신의 그 잘난 진심보다 B씨의 위선, 착한 척이 세상에서 소외받고 있는 이들에게 밥이 되고 불빛이 되고 있다. 본인의 고고함을 지키고 싶은 겁쟁이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 있을 진 모르겠는데 만약 있다면 정말 고맙고 혹시 본인 생각이 있다면 짤막하게나마 답글 달아주시면 넘나 고맙. S2. 그럼 안뇽히..(총총)


P.S. 아 그리고 나의 생각이 왜곡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세줄요약은 하지 않겠슴당 ^^;; 이해바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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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의예서 · 811737 · 19/02/06 22:24 · MS 2018

    엥 쓸때는 엄청 길게 보였는데 막상 웹으로 보니깐 그렇게 안 길구나 ㅋㅋ

  • Cu2+ · 861291 · 19/02/06 22:24 · MS 2018

    오왼 인스타갱

    저격 왜 한건지 모르겠음 ㄹㅇㅋㅋ 기부를 한 게 중요하지 어차피 슦떠네는 기부 많이 하는걸로 유명했는데
  • #짤쟁이 · 823040 · 19/02/06 22:28 · MS 2018

    개인적으로 의도가 나쁠지언정 결과가 좋으면 좋은것이고 의도가 좋을지언정 결과가 나쁘면 나쁜거라고 생각함. 전자의 극단은 연금술, 후자의 극단은 공산주의

  • 오븐토끼 · 781831 · 19/02/06 22:49 · MS 2017

    그냥 착한가보다 하면 될 걸 굳이 착한척을 하네 어찌네 하는 인간들이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