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부산대경북대가고싶어요 [863009]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19-01-23 02: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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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재수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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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년부터 여러 재수후기를 봐오면서 저도 한번 남겨보고 싶었는데 재수를 끝낸 지금 한번 써보려고요. 필력이 좋진 않습니다;;ㅎ


(숫자5개는 국/수/영/화1/생1 입니다)


현역 수능친 직후에 가입했는데 그게 벌써 제작년이네요.
처음엔 그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을 알아보려고 여기 가입했었는데 여러 재수고민글과 후기들이 재수를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조언과 마음가짐을 당부해주는 글들도 좋았지만 순수하게 현역,재수썰들도 감명깊게 본 글들이 여럿 있어서 저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고 제 썰이나 풀어보려고요.


고1,2때는 그냥 평범...보단 조금 더 놀았어요. 출결자체를 빵꾸내진 않았지만 재미없는 수업이나 보충수업들은 수시로 도망다녔어요. 조금 늦은 사춘기인지 아니면 그냥 노는게 너무 좋았었던건지. 그렇게 살다보니 내신은 6-9등급 뿐이더라고요. 비교과는 말할것도 없고ㅋㅋ 미친자식이었죠 수시가 얼마나 개꿀인데;
모의고사는 다른건 5-6등급 정도에 국어는 2등급 정도였어요. 어릴 때 책 많이 읽은게 국어에 도움이 되는 건 학계의 정설입니다. 따로 학원은 다니지 않았어요. 저도 공부랑 담을 쌓고 살았고 부모님도 이런 저에게 학원비 대주시긴 아까웠을 거에요.


고3이되고 3월 학력평가를 봤어요. 37556가 뜨더군요. 솔직히 전 나쁘지는 않은 줄 알았어요.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했더니 경남과기대 원예학과를 가야한대요. 그 때서야 뭔가 잘못된 거를 느꼈어요. 게다가 그 선생님이 경상대 간 선배들의 실상을 얘기해 주시더군요. 우리들 사이에서 우상인 경상대 기계항공은 카이를 1년에 고작 몇명내외로 보내고 토목건축에서 LH보내는 인원도 그정도래요. 부산경북대는 가라. 가야한다.
간단하게 적었지만 선생님이 1시간반정도 저와 상담해주셨어요.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지않았던 저에게 이정도까지 신경을 써주신것에 대한 감동과 나름대로 목표로했고 환상도 있었던 경상대학교의 실상?을 알게된건 꽤 자극적인 동기가 됬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됬어요.


3년넘게 다니지 않던 학원을 다니고 한번도 안해본 야자, 게다가 야자후 12시까지 독서실. 휴대폰 정지. 몸은 고된데 정말 상쾌한 기분. 처음으로 열심히 공부해본 신선함때문인지 꽤 유쾌하게 공부를 해나갔어요. 친구들한테도 공부한다고 선언하고 피씨방 당구장 모두 끊었죠. 재수때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아니 그 상쾌함덕분에 재수때보다도 밀도있게 공부했던거 같아요. 


6월 평가원 시험을 봤는데 성적이 각 과목별로 1등급 정도 올랐어요. 와 하니까 되는구나. 부산대 기계도 꿈이 아니구나... 정말 기쁜 마음으로 공부를 계속해 나갔습니다. 과탐도 공부를 하니까 3등급까지 올라가더군요. 근데 9월이 되고, 10월이 되도 수학이 5등급을 못벗어났어요. 공간도형벡터를 순수하게 처음 접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수능 2-3달 남겨놓고 공간을 처음 접하니 한계에 다한거죠. 급한 마음에 수능 1달전에 가당치도 않은 기벡 드릴 같은거나 사서 인강을 듣는 말도 안되는 짓을 하다가 결국 수능을 쳤고, 25333이 떳습니다. 

이게 잘본건가 못본건가 의아해하고 있는데 배치표를 보니까 경상대 공대도 힘들더라고요(수학이 5끝이라서)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고등학교 놀거 다 노는 친구들이 부산대 심지어 중앙대도 가던데 1년 꼬박 불태운 저는 경상대도 낮춰가야한다는게 (지금 보면 쌩노베에서 8개월했으니 그럴만 하다고 생각되네요ㅎㅎ) 

하지만 그렇다고 재수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고3때 그렇게 즐겁게 열심히 했는데 통수맞았다는 생각에 다시는 이렇게 할 수 없을것 같기도 했고..주변에 어중간하게 재수해서 망한 케이스를 너무 많이봐서... 결국엔 그냥 방학 때 알바하면서 점수 맞춰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능을 잊고 살다가 12월말에 원서를 넣기 위해 부모님과 모의지원을 돌려보는데...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수학때문에 정말 많이 낮춰야 되더군요. 부모님도 제가 1년동안 열심히 했던 걸 보셨기에 같이 안타까워 해주셨어요. 그렇게  1월초에 원서를 넣으려고 다시 가족 다 같이 모였는데 아버지께서 먼저 저에게 재수를 권해주셨어요. 형편이 썩 좋지도 않아서 생각도 안한 저는 괜찮다고 했는데 아버지께서 어차피 형이 이제 군대가서 여유가 있다고 원한다면 1번은 시켜줄 수 있다고 하셨어요. 몇일 생각후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재수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2월 고등학교 졸업식이 끝나고 며칠 후, 고등학교 친구와 같이 유명 기숙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수학등급이 낮아서 중하위 반에 배치를 받았어요. 후...첫날은 입학식?비슷한 걸해서 정신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충격의 둘째날은... 하루동안,6시에 일어나서 11시에 잠들 때 까지 담임선생님과 두마디 한게 끝이였습니다. 룸메들도 저처럼 적응이 힘들던지 밤에 말도 한마디 안하고 있더니 셋째날에 두명이 못 버티고 퇴소해버리더군요(4인1실) 재수학원안에서 대화도 금지시키니. 공부만 하겠다고 왔는데 정말 외로워서 퇴소하고 싶었어요. 일주일이 지나고 부모님과 첫 통화에서도 퇴소고민으로 10분을 채웠습니다(전화시간 1주일에 10분제한이에요) 그래도...정말 시간이 약이라는게 2주정도 지나니 새 룸메들과도 좀 친해지고 반에서 공부만 하는 분위기도 적응이 되더군요. 3주쯤부터는 본격적으로 적응끝내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학원선생님들은 정말 잘 가르치셨어요. 경남 촌구석 고등학교  다니던 저로서는 진짜 모의고사(수능)를 다룬다는 느낌을 받고 특히 국어는..감으로 푸는게 아니구나 라고 새삼 느꼈습니다. 정말 신세계였어요. 또 과탐도 학교수업만 듣다가 전문 강사분들 수업을 들으니 와! 했어요. 정말 열심히 하면 늘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6월까지는 논스톱으로 슬럼프없이 달렸어요. 기벡이 부족한걸 알고 기벡 학원수업과 인강도 하나 들으면서 꼼꼼하게 준비해나가면서 수학을 제외한 다른과목 끌어올리는데 온 힘을 다했어요. 다른 과목을 해둬야 후반에 수학 할 시간이 있다길래... 그렇게 재수 첫 공식모의고사인 6평을 쳤습니다. 13222였어요. 그 날 학원에서 저녁에 삼겹살파티를 했는데 그것도 거의 안먹고 내내 통화만 했습니다. 부모님과 친한친구들에게, 나 부산대 갈 수 있을거 같다고 믿어주고 응원해줘서 진짜 고맙다고... 학원담임선생님과도 서로 막 안고 발광하면서ㅋㅋ 수능대박난줄.

선생님이 조금 더 열심히 해서, 인서울해보자고 말씀을 먼저 꺼내셨어요. 부산대만 가도 좋은데 경희대 중앙대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네넵했어요ㅎㅎ.


7월이 시작되고 마음과는 다르게 체력이 슬슬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덥지말라고 에어컨 엄청 틀어주는데 덕분에 여름감기도 걸리고, 몸살도 나고.. 기숙학원비도 비싸 죄송해서 특강도 안듣는데 아프다니까 홍삼을 달여보내주시더군요 ㅠ.ㅠ 여러가지 비타민 홍삼 챙겨먹으면서 7,8월 보내는데 다시 성적이 6평권에서 머물렀어요. 욕심은 생겼는데 성적이멈추니까 조바심이 나더군요. 이맘떄쯤 되면 기숙친구들도 친해질대로 친해져서 꽤 많이 긴장이 풀려요. 두개가  맞물려서 쉬는시간에 애들이랑 노가리를 까다가도 '이러면 안되는데'하는 생각이 겹쳐서 독학재수로 갈아탈까 생각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럴때마다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멘탈케어가 많이 됐던거 같아요. 다른애들 몰래 치킨도 사주시기도  했는데ㅋㅋ 힘많이 됐습니다.


2-5월 보다는 조금 힘들었고 절대공부량도 작았던 6-8월. 작은 사설모의고사들도 쳤지만 그런건 무시했던 성격이기에 수시논술 지원 직전의 9평은 압박감이 꽤나 컸어요. 현역때 제일 약했던 기벡공간이 처음 들어오는 시험이기도 했기에 긴장이 많이 됬습니다. 이 시험을 못치면 길었던 재수1년이 허비될것만 같아서. 성적은 22211이었어요. 국어 1등급컷이 97이였죠 아마? 95점받았는데  2떠서 깜짝 놀랬습니다 ㅡㅡ  아무튼 긴장했던 것 과는 달리 좋은성적을 받아서 행복했습니다. 중앙대, 좀더 노력하면 성균관대학교까지 지원이 가능한 성적. 현역 떄를 생각하면 기적적인 점수.

수시는 6논술을 썻어요. 한양대 성균관대 서강대 연세대 부산대 경북대(수의)     선생님이 부산대를 안써도 될 것 같댔지만 전 쫄보라서 부산대 기공까지 넣었어요ㅋ.


수시접수후부터 수능까지는 정말 빠르게 지나갔던거 같아요. 파이널 모의고사와 최신기출, 올해 69평들을 달달볶으니 1달반은 금방이더라구요. (아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상상모의고사는 진짜 좋은거 같아요)

국어는 상상모의고사,  수학은 양승진모의고사와 러셀모의고사, 영어는 이명학모의고사, 과탐은 기출만 수백번..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 수능전날 수험표를 받고(전 기숙학원 근처 학교에서 바로 쳤어요) 9시쯤에 일찍 잠자리를 들었어요. 근데...마지막에 문제가 생긴 게.. 잠이 안오는 거에요. 당연히 수능전날이니 안오는게 아니냐라고 하실 수있는데 제가 그날 2시까지 잠을 못잔거에요. 저희는 대형학원이라 챙길게 많아서 수능날 5시 30분에 깨우는데.... 

수만가지 생각이 다들었어요. 나의 재수가 정말 이렇게 망하는건가? 난 1년동안 뭘한거지? 국어때 졸면 어떡하지? 이러다가 결국 2시에 기숙사를 나와서 학원 교직원실로가서 수면유도제를먹고 잠시 진정하고, 2시반쯤 들어가서 잤어요.상담선생님이 3시간자면 적당한 긴장감이 생겨서 오히려 더 집중할 수도 있다는 농담도 해주셔서 겨우 마음편하게 먹고 잠들 수 있었던거 같아요. 그렇게 수능날 아침이 밝고, 미친 난이도의 국어를 멘탈 잡아가며 겨우 풀어내고, 29번에 공간이 안나와서 이상한 억울함이 들던 수학을 30번미리거르고 풀고, 영어, 한국사, 화학, 생명을 풀었습니다.


다치고나서 든 생각은 국어2에 수학2가뜨면 중앙대나 경상대수의대를 갈 수 있겠다 였습니다. 내 재수는 헛되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재수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용인에서 경남으로 향하는 4시간행 버스를 탔고, 집에 도착해서 가채점을 했어요.


91/96/83/47/50  11211


제가 집 도착할떄 쯤에 퇴근하신 부모님은 제 성적, 특히 수학성적을 듣고 우셨습니다.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이후로 처음봤습니다. 형에게 들었는데 적금을 멈추고 하신거라더군요..

부산대 의예과/한림대 의예과/동국대경주 의예과를 지원했습니다. 내일 모레 발표가 나는데 fait/진x사 기준 모두 초합~추합권에 걸리네요. 집이 경남이라 부산대 갈지 한림대 갈지를 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논술은 한군데도 가지않았고 시대인재 논술특강은 전부 취소했습니다. 주변 고2아는동생 과외도 한명 하고있네요. 친척분들과 이웃분들도 과분할 정도로 칭찬해주십니다.

고3 3월 37556. 촉매가 되어준 그 순간에 감사하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들과 선생님들께 감사하고 고2까지 속썩였던 아들을 재수까지 시켜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합니다. 2년동안 인생을 바꿧다는게 아직도 실감이 안나네요. 매순간이 즐겁고 감사합니다. 현역 때 재수결정하고 여기 글 보면서 나도 꼭 성공해서 글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뤄서 기쁘네요. 


아마 이 글을 끝으로 오르비를 졸업하겠죠?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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