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찬우가 보내는 9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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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수업시간에 이따금 등장하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90이 넘은 우리 외할머니 이야기입니다. 한평생 건강하게 사셨던 할머니가 암 선고를 받으시더니, 어느새 온몸으로 암이 전이되어 시한부 선고를 받으셨습니다.
설날을 넘기기가 어렵다는 주치의의 얘기를 듣고, 할머니가 혹 돌아가시면 수업 보강은 어떻게 하나라는 천박한 생각부터 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사랑하는 내 가족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나는 분명 올한해 행복해지겠다고 아이들에게 다짐했는데, 겉으로만 또 행복한 척을 했던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서글픔마저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얘기해왔지만, 스스로는 기본적인 사고 판단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이지요.
제가 편지를 통해서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다름아닌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많은 아픔들 속에서 이 길을 걷고 있다는걸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가끔은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가는 방향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지고, 조금은 더 행복하게 갈 수 있음에도, 무엇을 위해 이리도 공격적으로, 이리도 냉정하게 길을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이 편지를 받는 그대들은 나보다는 조금은 더 성숙했으면 좋겠습니다.
내 가족의 아픔마저 외면할 정도로 이것이 그리 중요한 것일까. 내 몸이 부서지고,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이것이 중요한 것일까.
저 역시 잠깐 멈춰서서 고민해보려 합니다.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심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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