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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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글을 안쓰고, 매번 어그로성? 글만 쓰던 사람입니다.
그닥 유명하지도 않고, 매번 여러분들의 도움만 받다가 (과외학생은 잘 찾았고, 올해 대학갑니다 ㅎㅎ) 갑자기 생각나서, 이제서야 글을 올리고 오르비를 떠나려고 합니다.
제 첫 과외학생이 이제는 벌써 대학교 3학년이 된다니, 학생으로 입시판에 6년에 있었고, 과외 형으로는 4년 있었으니, 도합 10년을 이 입시세계에 있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군필 신입생으로 대학을 입학한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졸업하고 이 입시세계에서 손 뗀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고, 시원 섭섭하기도 하네요 ㅎㅎ 앞으로도 거의 몇년동안은 수능 관련기사만 나와도 클릭하는 습관은 여전할 것 같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올 한 해 너무 수고가 많으셨다는 것입니다. 제가 수능을 3번을 내리 망쳐보고, 군대로 도망갔을 때 ㅎㅎ 그 때 정말 좌절을 심하게 했습니다.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았고, 주변에서 보는 그 시선, 무엇인가 인생의 패배자가 된 기분, 그리고 명절 때 친지들을 만났을 때의 나만 죄인이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죄인이 되는 그 기분이 너무나 싫었고 괴로웠습니다. 그냥 내 수준이 이정도다. 나는 딱 이정도 점수를 받을 사람이다. 라고 인정하고 넘어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가 (중앙대 군전역했던 복학생 오빠, 너님 꼭 한번 사회나가서 한번 보고 싶다... 정말...) 헤어지면서 했던 말이 기억나네요 ㅎㅎ "너가 수능을 못봐서 싫은게 아니라, 너의 그 아픔이 나를 아프게 해서 이제 그만 만나자고 했던 ㅎㅎ.." 그정도로 저는 저뿐만이 아니라 제 주변에 모든 것을 시들게 했습니다.
그때 제가 필요했던 것은 위로였던 것 같습니다.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위로.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게 만드려고 하는 의도가 분명한 그런 위로 말고, 진짜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불행하게도 그런 위로를 못 받고, 군대를 다녀와서인지 아직도 그때의 그 상처들이 남아있습니다. 가끔씩 그 상처가 덧나 저를 아프게 할때도 많습니다 ㅎㅎ.
가끔 저희 엄마가 하는 말중에 "만약에 너가 그 때 군대를 가기전 3번째 수능 때, 그렇게 붙게 해달라고 빌었던 한양대 철학과(전혀 비하할 의도 없습니다. 그저 저의 사견이라는 점을 꼭 밝히고 싶습니다) 붙었으면, 너가 지금 다니는 학교 다닐 수 있었을까? 그럼 우리 아들 지금 로스쿨도 안되었겠지?" 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랑 절대 아니고, 나이차서 로스쿨 가는게 자랑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만, 정말로 그 때 한양대 붙었으면 저는 지금 완전 다른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지금 바라고 있는 결과가 나중에가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고, 지금의 아픔이 궁극적으로는 나의 삶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니까 너무 결과로만 생각하지 마세요. 올 한해 최선을 다해본 그 경험 어디 안갑니다. 무엇인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는데, 그게 어떻게 나의 인생에서 해가 될 수 있겠습니까. 남들은 여러분들이 열심히한거 몰라요.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상처주고, 부담주고 하는 겁니다. 저도 사실 잘 몰라요 ㅎㅎ. 그치만 어디가 빵구 났다고 해서 거기 쓸걸 후회하고, 어디가 터졌고, 매번 점공 확인하면서 그 붙었으면 하는 그 절박감은 너무나 잘알고 있습니다. 원하는 곳이 되면 너무나 축하할 일이고, 원하는 곳이 안되면 위로 받을 일입니다. 여러분들은 위로와 축하를 받을 일년동안 고생한 수험생이지, 절대로 상처 받을 대상이 아닙니다. 1년동안 땀 흘려 본 그 경험이 결국에는 여러분들의 인생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1년동안 너무나 멋진 모습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무 수고하셨어요 ㅎㅎ 이제는 마음 놓고 친구랑 술도 마시고 푹 쉬세요 그럴 자격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렇게 멋진 모습 살아가면서 보여주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앞날의 행복을 기원하겠습니다.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랑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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