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ke [696501]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8-12-09 23:15:32
조회수 16,195

이다지 강사 분에 대한 마지막 글입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9819811


처음 이다지 강사님의 연구실에 질문을 하게 되면서 알게된 강사 분의 빛나는 커리어의 영광에 뭍힌, 그 이면의 진실을 알게 된후 저는 이 사실을 묵인할 것인가. 


아니면 수면 위로 이 진실들을 끌어낼 것인가.


강의에 대한 내용을 질문 받는 연구실은 학생들에게 묵묵부답이었고, 저를 비롯한 학생들의 불안은 커져만 갔습니다.


결국 선택한 길은 한 번도 해본적 없는 커뮤니티상에 글을 남기자는 길을 택함을 통해 조금이라도 세상에 알려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셨고 제 일이 아님에도 걱정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르비 뿐만 아니라 이 일을 진행케 해준 제 지인 친구들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이 자리를 빌어 하고가겠습니다. 고마워요.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곳은 말로만 들어왔지 이렇게 비정하고 무른 공간인줄 몰랐습니다. 이성과 논리가 통하지 않으며, 어느 순간부터 저는 순식간에 ‘가해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습니다. 


모진 풍파를 받았습니다.


“댓글알바 아니느냐.”


“굳이 수능 전에 올려서 학생들을 불안에 빠트리느냐.”


부터 시작해서 강사의 반응이 올라온 후에는


“선생님이 오개념이 아니라는데 왜 이리 집요하냐.”


“글쓴이가 지혜가 없다.”


“저는 님도 싫고 이다지 강사도 싫고 다 싫어요.”


“내가 가르친대로 나왔다. 지적한 이가 안타깝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나는 댓글은


신원미상 :  “너 강사잖아. 나 이 사람 알아요.”

본인 : “아닙니다.”

신원미상 : “ㅋㅅㅋ 그냥 시비 걸어봄, 강사 아니면 수학문제 배틀 ㄱ? 현역이면 풀 수 있겠지.”




선원 하나 없는 이 배는 망망대해 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다 이제 가라앉고 있습니다. 거대한 파도 속에 무기력하게 휩쓸려 가버린 그 배를 기억해주는 이들이 남아있기만을 나지막하게 기도합니다.


제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덧없게 느껴지고 이제는 정말 지쳤습니다. 지금도 저에게 제보를 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는 정말 외람된 말씀이지만 더이상 이다지 강사의 올해 커리큘럼 내에서의 오개념/오탈자등에 대한 내용들은 제보 받지 않겠습니다.


어찌보면 고작 인강 강사에 대한 오개념 지적하는 일에 혈안이 되버린 우리의 거울 속 모습에 실증이 나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근데 이는 사실상 제 자신, 우리를 위한 면벌부인지도 모릅니다. 


비록 수능시험 강의하는 인강 강사에 대해 저항하는 하찮은 일일지라도, 이는 우리 사회 속 또다른 소사회마저도 우리 같은 소시민들은 그 거센 물의 흐름에 아무 저항 못하는 곳이 되버린게 아닌가라는 씁쓸한 생각이 먼저 듭니다. 


강사가 고소를 암시했을 때 본인은 언론에 제보를 했습니다. 


그 당시 냉랭한 담당관들의 목소리가 저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그게 수능에 나와서 피해를 봤습니까? 아니잖아요.” 라는 말에 저는 솔직히 남 몰래 눈물을 훔쳤습니다. 세상사 호락하지 않음은 알지만, 내가 할 수 있는게 이리 없는줄은 꿈엔줄 상상치 못했습니다.


오늘은 이다지 강사의 캐스트에 댓글을 남겼습니다. 몇몇 지인이 이를 보고 저인지 물었습니다. 이내 한 지인이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그 댓글이 지워진거 같다.


그 고고한 높이의 성역에 무너져버린 나 자신과, 그간 저를 지지해준 모든 이들에게 미안합니다. 저는 이렇게 떠나지만 여러분들은 어떤 선택을 택하시든 후회없는 길이 되길 나지막하게 먼 곳에서 속되지만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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