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 [676106] · MS 2016 · 쪽지

2018-11-27 13: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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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 아버지의 국어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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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대를 졸업하고 석박사를 거쳐 연구직에 20년 이상 종사하고 있습니다. 제 둘째 아이가 이번에 수능을 쳤구요. 큰 애는 현재 의대에 재학하고 있고, 국어는 늘 만점에 가까웠기 때문에 수능 국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둘째 아이는 문과인데도 불구하고 늘 1등급인 수학에 비해 국어는 3등급을 면하기 힘들었습니다. 우연히 아이의 모의고사 문제지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히 국어 과목인데, 깊이 있는 물리나 화학 문제가 출제 되어 있었습니다. 국어를 빙자한 과학 문제라서 그런지 제시문이 반 페이지를 넘어가니 더 풀기가 힘들더군요. 고백컨대 저는 주어진 시간 내에 절반 이상 풀 자신이 없습니다. 문제보다 더 이해하기가 힘든 것은 국어시험에 왜 과학문제를 출제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수학은 잘 하지만 과탐이 부족해 문과를 택한 우리 아이가 국어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설마 수능에서도 그런 문제를 내겠냐던 제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저는 제 아이가 수시든지 정시든지 이번으로 수능을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문제에 적응하느라 힘든 1년을 또 보내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들 능력으로 출제할 수 없는 문제는 수능 국어에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번 수능 국어는 문자 해득 능력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물리, 화학 같은 특정 교과를 배우지 않아도 언어에 대한 이해만으로 풀수 있는 문제를 출제해야 합니다. 만점자가 7명이나 된다는 것이 면죄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들의 뛰어난 지적능력에 경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만, 비문학이라는 이름의 통합교과 출제는 없어져야 합니다. 국어를 잘하는 것이 다른 교과목을 잘하는 바탕이 되어야지,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국어시험은 국어시험 다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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