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박사 아버지의 국어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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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대를 졸업하고 석박사를 거쳐 연구직에 20년 이상 종사하고 있습니다. 제 둘째 아이가 이번에 수능을 쳤구요. 큰 애는 현재 의대에 재학하고 있고, 국어는 늘 만점에 가까웠기 때문에 수능 국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둘째 아이는 문과인데도 불구하고 늘 1등급인 수학에 비해 국어는 3등급을 면하기 힘들었습니다. 우연히 아이의 모의고사 문제지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히 국어 과목인데, 깊이 있는 물리나 화학 문제가 출제 되어 있었습니다. 국어를 빙자한 과학 문제라서 그런지 제시문이 반 페이지를 넘어가니 더 풀기가 힘들더군요. 고백컨대 저는 주어진 시간 내에 절반 이상 풀 자신이 없습니다. 문제보다 더 이해하기가 힘든 것은 국어시험에 왜 과학문제를 출제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수학은 잘 하지만 과탐이 부족해 문과를 택한 우리 아이가 국어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설마 수능에서도 그런 문제를 내겠냐던 제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저는 제 아이가 수시든지 정시든지 이번으로 수능을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문제에 적응하느라 힘든 1년을 또 보내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들 능력으로 출제할 수 없는 문제는 수능 국어에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번 수능 국어는 문자 해득 능력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물리, 화학 같은 특정 교과를 배우지 않아도 언어에 대한 이해만으로 풀수 있는 문제를 출제해야 합니다. 만점자가 7명이나 된다는 것이 면죄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들의 뛰어난 지적능력에 경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만, 비문학이라는 이름의 통합교과 출제는 없어져야 합니다. 국어를 잘하는 것이 다른 교과목을 잘하는 바탕이 되어야지,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국어시험은 국어시험 다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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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재제 선정에 있어서의 논란은 피할 수 없을거 같아요 철학이 나와도 이걸 어찌하냐 얘기가 나올거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고
저 자신이 이공계이긴 하지만 인문학적 문제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수능 문제 수준의 인문학, 경제학 문제는 이과 학생들이 풀기에도 큰 무리가 없을 듯 싶습니다.
가능하면 편차 안나게 만들려고는 하는데 과학지문은 약간의 유리함이라도 생기죠
잘 모르겠어요 오버슈팅도 18때 언론이 경제학 지문 죽어라 때린거보면
경제학 출제하는게 가장 좋은듯
국어선생님의 실력으로 풀수있는 문제만 나오면 만점자가 수두룩할거에요. 변별이 안되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는건 매한가지에요.
30년전에도 국어시험은 있었습니다. 국어교사가 풀 수 없는 문제가 나오지도, 만점자가 수두룩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때는 과목수가 많아서 변별이 됐지요
과목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어만으로 변별력이 충분히 있었다는 이야기지요.
15과목을 공부하는 수험생에게는 국어의 난이도를 극한으로 몰고갈 필요는 없지만 영어절평 제외하고 4과목으로 변별하려다보니 이런 사단이 날수밖에요
동의합니다. 어렵고 쉽고의 문제 보다는 "국어"라는 과목의 정의와 범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좋은 글입니다.지금이 한페이지인데 이 지문마져 과학과 연계된 지문이라면 문제가 있지요.님의 견해에 깊이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