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 내 분쟁과 판단에 대하여(매우 긴 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9391377
예전에 쓴 글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한 번은 읽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 다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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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오르비엔 어느 한 사항에 대한 다양한 판단들이 오가며 시끄러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과반수 이상은(혹은 거의 모든) 판단들은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그런 판단과 판단을 하는 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닌,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입니다.
판단은 무엇을 말할까요. 판단은 대상에 대해 대국적(?)으로는 옳고 그름을, 또 개인적으론 그저 기호를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상에 대한 올바른 분석을 통한 의견 전달이면 판단이라고 보기 적당할 것입니다. 분석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그리고 의견 전달이라는 점에서 판단은 "개인적 해석" 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윤리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자신이, 자신만이 그 대상에 대한 해석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니 한 사건에 대해 "이것은 어떠하다." 라고 판단을 내리면, 이들은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나 '보편적 판단'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각자의 판단만이, 혹은 그 경향성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계속해서 서로 부딪히고 깎이고 깎여나가는 점에서, 과장하여 표현하면, 판단은 유혈이 낭자하는 전쟁터의 병사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veteran 과 spring chicken의 차이도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어떤 것이 베테랑이고 풋내기인지 이야기하진 않겠습니다. 그림을 그려야만 미술 평론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뛰어난 영화를 만들어야만 "시민 케인"을 평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든, 무엇에 대해서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내 의견에 대한 당신의 판단도 존재할 수 있으며, 그 판단에 대한 저의 판단 역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린 무엇을 판단할 때 거창한 이름표나 작위는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판단들은 옳을 수도, 좋을 수도 있고 또 어떤 판단들은 옳지 않을 수도, 나쁠 수도 있습니다. 더 개인적으론 내 마음에 든다, 들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판단이든 그 존재성 자체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를 일부 집단이나 계급의 소유물이라고 한정하는 것은 불의임을 알아야 합니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입을 닫고 살아야만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궁금증이 생겼을 겁니다. 만일 위에서 제가 말했듯 판단에 올바름과 올바르지 않음이 존재한다면 올바른 판단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 말이죠.
멀리 가지 않고 이 사이트만 봐도 됩니다. 이곳에 쏟아지는 글들의 반수, 혹은 그 이상은 판단에 대한 글입니다. 정치글은 말할 것도 없고 선생님들에 대한 평가, 친구들과 가족들 이야기 역시 판단에 대한 글이 될 수 있습니다. 허나 이 많은 글 중에서 올바르다고 할만한 건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올바른가? 는 더 중요해보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올바른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은 사고를 획일화 시키는 파시즘적 사고관 같기도 합니다. 그러니,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를 파악하는 게 더 합리적이고 납득할 수 있어 보입니다.
1. 간편한 동조의 판단. 소비되는 객체.
우리가 누구든지 판단할 수 있는 자격이 있듯이,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해당 판단에 동의를 할 수도 있고,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허나, 우리는 이곳에서 우리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때때로, 누군가에게 '이 대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라고 판단을 물어보면 'A가 ~라고 말했어.' 라 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A에 오는 사람들의 말을 빌리는 것은 좋습니다. 또한 그들의 말을 온전히 전한다면 더 좋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 말은 온전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긴 말은 짧은 말이 되고, 전제는 무시되며, 결론은 재조립되어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로 제게 되돌아옵니다. 자신의 판단을 알리는 가장 편한 방법이긴 할 겁니다. 우리는 여기서 그들이 인용하는 객체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말을 즐겨 하는 자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이 숭배하는 우상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가끔 자신의 우상이, 자신의 평소 주장과 상반되는 판단을 던지면 그들은 참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몇번 더 계속된다면 그들은 금방 우상을 버리고 욕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상이었던, 판단의 객체가 된 자들은 인간에서 판단되는 상품으로 격하됩니다. 쉽게 선택받고 쉽게 버려지는, 그야말로 소비의 상품이죠.
2. 판단이 아닌 재판을 하는 자들
판단의 대상(사건, 사물, 예술, 사람 그 어떤 것이든)은 모두 이들 앞에서는 피의자가 됩니다. 죄를 저지르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판사님들의 거룩한 뜻 아래에 선고를 받게 됩니다.
"넌 대단하고, 넌 구려" 예. 여기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얜 구려요!" 하며 조롱을 하거나, "넌 대단해" 라고 그것을 알아본 자신의 눈썰미에 대해 우쭐해 하는 것까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역시 이들이 모범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요. 어떤 판단이든 가능하니까요.
허나, 저는 정성일 평론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판단의 칼날을 자신에게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왜" 구린 것인지 알아보는 자신을 발견해야만 하고, 이것이 어째서 대단한지 말하며 겸손함의 자세로 패배를 인정하는 자신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3. 대상은 대상 그 자체로.
요즘 가장 많이 보이는 판단의 행태는 판단의 대상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분석의 문제입니다.
어떤 정치적 잣대를 대상에게 들이밀어 원하는 부분은 칭찬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을 욕합니다. 결론을 완성해주고, 그것을 지지하는 근거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겁니다. 이들은 그 근거를 만들어내기 위해 거짓말도 지어내는 악질들입니다.
제가 정치적 판단들을 모두 혐오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대단한 도덕가인 것처럼 속이고, 자신이 원하는,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설정한 뒤, 모든 사건과 인물이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어떤 역할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부류는 극히 혐오합니다. 이들에게는 어떤 면으론 연민을 느끼기도 합니다. 자신이 설정한 이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아름다운 것들을 전부 놓치는 사람들입니다. 현실 인식이 없는 맹목적 이상 추구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들은 극단으로 치닫게 되며, 끔찍한 일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그 이데올로기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원하는 방법이 당신들의 천국이 지닐 모습인가요?"
마치며.
이 글도 결국 판단입니다. 판단에 대한 판단일 뿐이죠. 여러분들이 제 판단에 대해 뭐라 하든 자유롭습니다. 다만, 제가 제시한 모델에 속하지 않았으면 하는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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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어케 올림
낼 냥냥대 잘보고 올게염
논술 가르치실만 하네요.ㅎㅎ
이건 재판일까요? ㅋㅋ
아뇨 ㅎㅎ 과분한 긍정적 판단입니다.
탈오르비급 필력이십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존중,신뢰,주장,근거,판단...본인의 위선적면모..마치 글과 내생각은 신기루같은 현상이군요
자신에겐 지성의 등불일지라도, 누군가에겐 환상이죠.
글잘쓴다
감사합니다.
핸드폰으로 보면 역시 좋은 글의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군요... 지금 바로 인쇄하러 갑니다 *-*
요즘 저도 생각하고있던걸 명료하고 논리적으로 쓰신것같아요bb 자신의 의견,판단을 팩트처럼 간주하시는 분들이 꼭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어쩌라고 ㅋ
넌 가서 n수나 더 하라니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