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소년 [811544]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18-11-22 00:30:55
조회수 6,040

국어42번 이의제기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9339176

이번 이의제기 이슈가 터지고 저는 사실 귀찮아서 안 보고 있었는데, 

이번에 궁금해서 한번 글과 문제를 읽어 봤어요(사실 42번은 이슈인 3번만 ㅎ)

일단 저는 이의제기는 충분히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복수정답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ㅎ


지문 속의 내용으로만 사고를 전개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도 수험생보다 논리학에 대해선 더 아는게 없어요 ㅠ



지문의 첫 문단에 따르면


"두 명제가 모두 참인 것도 모두 거짓인 것도 가능하지 않은
관계를 모순 관계라고 한다. 예를 들어, 임의의 명제를 P라고
하면 P와 ~P는 모순 관계이다.(기호 ‘~’은 부정을 나타낸다.)"


입니다.


즉 P와 ~P가 모순 관계라는 것은

(P,~P)의 참-거짓 결괏값은 (참, 거짓), (거짓, 참) 의 두 가지 진리치만을 가질 뿐

둘다 거짓이거나 둘다 참일 수는 없다는 것이죠.



한편, 지문 속 내용에 따르면, 가능세계의 완결성이란


"어느 세계에서든 임의의 명제 P에 대해 “P이거나~P이다.”라는 배중률이 성립한다. 

즉 P와 ~P 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라는 것이다."


입니다.


즉 임의의 "한" 명제 P와 ~P가 둘다 거짓인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둘다 참일 수는 없을까요?

이는 첫 문단의 "모순 관계의 예시" 부분을 끌어와서 붙이면

P와 ~P는 동시에 참일수도 거짓일 수도 없는 모순 관계이므로, 둘다 참일 수도 없으며

하나가 참이면 자동적으로 그 부정은 거짓인 명제가 됩니다.


정리하면

P가 참이면 ~P가 거짓이겠죠

P가 거짓이면 ~P가 참일 것입니다. 

~P가 참이면 P는 거짓이고,

~P가 거짓이면 P는 참입니다.



결과적으로 위의 두 말을 종합하면

선지의 "가능세계의 완결성에 따르면~"이라는 조건은
"임의의 한 명제와 그 부정이 모순 관계라는 조건 아래에서~" 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문제의 42번의 3번 선지를 한번 봅시당


"가능세계의 완결성에 따르면, 어느 세계에서든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중 하나는
반드시 참
이겠군."



명제를 판단하기 전에 지문의 내용 하나만 발췌해서 볼까요?

가장 첫 문단에서

"철학자들은 이를 두고, P와 ~P가 모두
참인 혹은 모두 거짓인 가능세계는 없지만 다보탑이 개성에 있는
가능세계는 있다고 표현한다."


우리는 이 지문 속 정보를 통해, 가능세계라는 개념을 두개의 명제 A, B에서 다룰 때

명제 A, B 가 모두 참인 가능세계1, 두개가 모두 거짓인 가능세계2, A만 참이고 B는 거짓인 가능세계3, 

A는 거짓이고 B는 참인 가능세계 4 이렇게 나눠지며 이때 지문 속 상황에서는 

가능세계3과 4만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다시 선지로 돌아와서 생각해 봅시다.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라는 명제를 A,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B 라고 하면, 

명제 A,B 가 모두 참인 가능세계1, 두개가 모두 거짓인 가능세계2, A만 참이고 B는 거짓인 가능세계3, 

A는 거짓이고 B는 참인 가능세계 4, 이렇게 4개의 후보 가능세계가 존재할 수 있지요. 


어느 세계에서든 A,B 둘 중 적어도 하나가 참이다 라고 했으므로, 가능세계2(=두 명제 모두 거짓인 가능세계) 가 존재하지 않음만 밝히면 이 선지는 자동으로 옳은 선지가 될 것입니다 (가능세계 134는 적어도 AB중 하나는 무조건 참이니까 있든 없든 상관없이 굳이 존재성을 검토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 물론 134 중 한 개는 필연적으로 존재하긴 해야 겠죠.)


즉 

명제 A: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

명제 B: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동시에 거짓일 수 없고(가능세계2가 부재함) 나머지 가능세계는 적어도 하나 존재한다면 이것도 정답(이의제기 타당)

반면 동시에 거짓일 수 있다면 이의제기는 오류.



그런데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가 거짓-> 그 부정인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가 참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가 거짓-> 그 부정인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쓴다 가 참.(앞서 정의한 완결성에 의해서)

즉 명제 A, B가 모두 거짓인 가능세계가 존재한다=~A와 ~B의 교집합이 존재한다.이므로

(밴다이어그램 그리면 됨. A 동그라미 B동그라미 겹치게 그리고 각 동그라미 안쪽을 그 명제가 참인 경우라고 정의하면 둘다 거짓인 경우는 ~A교집합~B가 되더군요..근데 이부분이 좀 애매하긴 합니다. 제가 논리학을 아직 안배워서 ㅠ)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와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쓴다 가 동시에 참이라면,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 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가 동시에 거짓이라는 것이고,

가능세계 2가 존재하여,

선지의 "어느 세계에서든 참인 명제가 존재한다"는 조건에 위배되므로

이 선지는 틀리게 됩니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연필을 쓰지 않는다 와 모든 학생이 연필을 쓴다 라는 것은 

동시에 참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직관적으로...)

따라서 가능세계2는 존재하지 않고,

나머지 가능세계134에서는 학생이 단 한명이라도 존재한다면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참이 되므로,


이 선지는 맞다 - 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선지 내용으로만 생각해서 쓴 글이라 오류 가능합니다

평가원이 받아들이냐 그렇지 않으냐는 논점이 아닙니다

그냥 문제 자체에 대한 저의 궁금증이라서

제 논리가 어떠한지 피드백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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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학 · 774609 · 18/11/22 00:42 · MS 2017

    가능세계 2의 존재를 배척하기 위해서는 가능세계의 일관성 원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순수하게 가능세계의 완결성만으로는 선지 3을 추론할 수 없습니다.

  • 계란소년 · 811544 · 18/11/22 00:50 · MS 2018

    확실히 일관성 논리가 사용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완결성이 사용되지 않은 것은 아니잖아요?
    완결성에 따르면,이라고만 했으니
    완결성이 이용되었기만 하면 선지의 조건을 충족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것 때문에 거절되려면 애초에 선지에서
    완결성으로 제한하는 표지가 있었어야지 않을까요? 유일히 완결성에 따르면,~~이라던가요...

  • ONLiving · 812842 · 18/11/22 00:43 · MS 2018

    선지의 가능세계의 완결성에 따르면
    -> 조건이 모순 관계일 경우를 가정한건데
    선지의
    "어떤 학생도 연필을 쓰지 않는다"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가 모순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성립될 수 없다 생각합니다 ㅠㅠ
    말그대로 선지 내에서 충돌 일어났다고 생각해서
    전 오류 아니라 생각..

  • 계란소년 · 811544 · 18/11/22 00:45 · MS 2018

    그 완결성이 제가 언급한 명제 AB를 한번에 건드리는 게 아니라
    각 명제 A는 참 아니면 거짓이고,
    B도 참이 아니면 거짓이다. 즉 A가 참인 동시에 거짓이 아니며 B도 참인 동시에 거짓이 아니다-라고 이해했습니다.

  • ONLiving · 812842 · 18/11/22 00:49 · MS 2018

    아하.. 저는
    모순 관계는 P와 ~P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A를 P로 본다면 B가 ~P이어야 완결성에 따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AB를 동시에 생각했구요
    이 부분에서 아마 의견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 계란소년 · 811544 · 18/11/22 00:56 · MS 2018

    사실 실제로는 수많은 명제들이 하나의 가능 세계에 존재할텐데, 그 많은 명제들이 서로의 부정일 리가 없을 테고, 그렇다고 해서 가능세계 기본적 성질인 완결성이 적용이 안되는 것도 말이 안돼죠. 그래서 완결성이 보편성질로 존재하려면 가능세계의 각 명제들과 그 동일 명제만의 부정만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ONLiving · 812842 · 18/11/22 01:01 · MS 2018

    저는 지문에서
    두 명제가 P와 ~P의 관계일 때를
    모순 관계라고 한다. 라고 정의를 내려놓아서,
    선지에 있는 두 명제를 가지고 묶어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완결성은 두 명제가 모순 관계일때만
    성립하는 것이고
    선지에 있는 두 명제는 모순 관계가 아닌
    반대 관계이기 때문에 완결성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계란소년 · 811544 · 18/11/22 01:05 · MS 2018

    우선 지문에서 "어느 세계에서든 임의의 명제 P에 대해 배중률이 성립한다"라고 하였으므로 모순관계인 명제들에게만 완결성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세계에서 모든 명제들에 모두 완결성이 적용된다(=배중률이 성립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지문에서 설명을 "모순관계인 명제 A와
    B"로 주지 않고, 임의의 P와 ~P로 주었다는 점에서도 그 P라는 개별 명제 하나에 대해서 다룬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지문에 따르면 완결성은 모든 명제들에 적용되는 개념이라 하였으므로 선지의 두 명제가 완결성이 적용되지 않는다는것은 틀린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 ONLiving · 812842 · 18/11/22 01:07 · MS 2018

    제가 말을 조금 난잡하게 한 것 같습니다.
    배중률은 P와 ~P일 때 성립한다고 나와있으므로
    선지의 두 명제가 P와 ~P의 관계일때만 완결성이
    성립하는데 선지의 두 명제가 P와 ~P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완결성이 성립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계란소년 · 811544 · 18/11/22 01:13 · MS 2018

    두 명제가 P와 ~P일 때 배중률이 성립하지만 선지의 두 명제가 서로 그러한 관계여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완결성은 모든 임의의 명제 P에 대하여 성립한다고 했는데 저 두 선지가 완결성이 성립하지 않을리가 없겠죠.
    완결성을 조금 더 쉽게 풀어 보면
    어느 세계에서든 임의의 명제 P에 대해,
    ~P가 존재하여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다-입니다.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 라는 명제 P는 어떠한 부정 ~P를 가지고 이 둘은 배중률이 성립하겠지만,
    그 부정 ~P가 반드시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라는 명제여야 한다고는 그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습니당..

  • ONLiving · 812842 · 18/11/22 01:17 · MS 2018

    제가 지금 올려주신 내용 이외의 지문이 기억이 흐릿한 상태라 일단 자고
    내일 아침 지문 전체 다시 정독 후에
    댓글 남기겠습니다 ㅠㅠ!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계란소년 · 811544 · 18/11/22 01:18 · MS 2018

    어유 읽어주신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안녕히주무세요!
  • ONLiving · 812842 · 18/11/22 01:19 · MS 2018

    넵 좋은 밤 되시길 : )

  • ykyks · 504856 · 18/11/22 00:46 · MS 2017

    동의합니다..복수정답 인정 되는게 맞아요

  • 화반(花判)​ · 800227 · 18/11/22 01:01 · MS 2018

    일 단 보 내

  • goldsmith · 814162 · 18/11/22 01:11 · MS 2018

  • souvenir · 781763 · 18/11/22 10:51 · MS 2017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souvenir · 781763 · 18/11/22 10:52 · MS 2017

    참고로,
    https://orbi.kr/00019280926
    이건 제가 쓴 글

  • 계란소년 · 811544 · 18/11/22 11:00 · MS 2018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지문에서는 p->q라는 명제가 p가 거짓이라면 이 명제는 q의 참거짓과 관련없이 참이다라는 현대논리학의 관점만 설명했을 뿐 고전논리학에서는 p가 공집합이면 그 명제는 거짓이다 라는 개념을 설명해 주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당...
    평가원에서는 비록 그것이 실제 이론과 다르더라도 지문 내에서 확인이 불가능하면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죵...

  • 계란소년 · 811544 · 18/11/22 11:09 · MS 2018

    저는 이 부분을 읽고 전통논리학에서 주어부가 공집합(즉 거짓)이면 그 명제는 무조건 참이 된다, 라고 생각했던거 같은데,
    제가 잘못이해한 거였나요? ㅠㅠ
    전통논리학=/=고전논리학 인가요?

  • souvenir · 781763 · 18/11/22 11:12 · MS 2017

    일단은 명제의 형식이 다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주어의 자리에 올 수 있는 것은 실체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S is P의 문장에서 S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정언명제는 무조건 거짓이 됩니다.

    모든 유니콘은 동물이다는 무조건 거짓입니다.
    그런데, "만약 x가 무엇이든간에 그것이 유니콘이라면, x는 동물이다"
    라고 표현을 하면 뉘앙스가 좀 달라집니다.

  • 계란소년 · 811544 · 18/11/22 11:15 · MS 2018

    그것을 추론할 수 있는 정보가 지문 내에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ㅠㅠ
    저는 지문 내 지식만으로만 풀면 이런 결과가 도출되었었거든요.

  • 계란소년 · 811544 · 18/11/22 11:17 · MS 2018

    추가적으로 드는 궁금증인데요, 지문에서 q이면 q이다 라는 명제가 필연적 명제라고 주장했는데,
    Q의 존재성을 확인할 수 없으니 거짓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이것 때문에라도 그러한 고전논리학적 전제를 추론하기는 더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 souvenir · 781763 · 18/11/22 11:26 · MS 2017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souvenir · 781763 · 18/11/22 11:27 · MS 2017

    만약 Q이면 Q이다도 일단 명제는 맞습니다. 맞는데,
    주어부가 공집합일 때 명제가 거짓이 된다는 건 정언문장에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P이면 Q이다나 만약 Q이면 Q이다는 조건문이고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간단히, P가 참인 세계에서 P는 당연히 참일 것입니다.
    그러나 P의 주어부가 공집합인 세계에서 P는 거짓일 것입니다.

    지문에 근거가 있는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학교를 가야해서요.

  • souvenir · 781763 · 18/11/22 12:08 · MS 2017

    간단히 말씀드려 조건문과 정언문을 동일선상에 놓고 판단하시면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상의 이야기는 조금 이따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계란소년 · 811544 · 18/11/22 12:09 · MS 2018

    아, 이해했습니당.....
    학생의 존재성이 가정되지 않은 상황에선 그렇다면 둘다 거짓일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것을 과연 현장에서 제대로 풀 수 있을지는 의문이 가긴 합니다 ㅠㅠ

  • souvenir · 781763 · 18/11/22 10:54 · MS 2017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설경제18 · 707616 · 18/11/22 13:22 · MS 2016

    11번도 한 번 봐주실래요

  • souvenir · 781763 · 18/11/22 13:54 · MS 2017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souvenir · 781763 · 18/11/22 14:00 · MS 2017

    정리하면,

    1. 전통논리에서는 전건부가 거짓이면 P이면 Q꼴의 명제가 참이 된다는 지문의 서술 : 정언문과 조건문을 혼동하시면 안 됩니다. 지문을 통해 P 가 명제다 라는 것은 충분히 유추가능하다고 봅니다. P가 참인 세계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P라면 Q이다 꼴의 조건언과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쓴다 따위의 정언명제를 동일선상에서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2. 지문에 근거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느냐는 물음

    1)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같은 경우 그냥 3번 선지의 명제가 모순관계가 아니므로 완결성에서 바로 걸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그 이상의 생각을 할 수 있다는게 굉장히 놀랍고요. 그렇지만 만일 작성자님처럼 그 이상의 생각을 한 번 적용해본다면 -

    2) 일단 배경지식을 적용하더라도 3번 선지를 걸러내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고전논리의 관점에서 주어부가 공집합이면 모든 정언명제는 거짓이 되기 때문입니다.

    3) 배경지식을 적용하지 않고 지문에만 충실하게 읽는다 해도 3번 선지는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지문의 무모순율과 배중률을 충분히 고려하면 P ~P 어느 하나에 학생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포함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지문의 포괄성 서술에 부합합니다). 특칭부정에다가 그걸 포함시키든 전칭긍정에다가 그걸 포함시키든, 결국은 각각으로부터 3번 선지에 나온 명제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학생이 존재하지 않을 시에 거기서 무엇인가를 끌어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로부터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를 끌어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작성자님과 같은 방식으로 저 두 명제를 모순 관계로 받아들일 것이면, 무모순율&배중률을 종합하여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에 학생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끼어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한 편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에는 학생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수험생한테 그런 걸 기대할 수 있는가? 아니요. 다만 복잡한 사고과정을 먼저 적용한 것은 제가 아닙니다. 모든~의 문장이 참이라는 사실로부터 어떤~의 문장의 참을 유추해낼 수 있다는 것은 지문의 그 어디에서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런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경지식을 동원해야 하므로 (아니면 '상식' 을. 그런데 상식과 배경지식의 차이는 무엇인지요.) 지문 외부지식의 개입은 이 단계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문에 나와있는 지식만으로 결코 3번선지가 정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외부 지식을 동원하더라도 3번 선지는 거짓이 되고요.

    참고로, 모든~의 문장으로부터 어떤~을 유추하는 건 너무너무 당연한거 아니야? 라고 하실까봐 말씀드리면, 당연하지 않습니다. 부울 이후의 현대 논리철학자들은 모든~의 명제가 참이라고 어떤~의 명제가 참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이야기하거든요. 물론 고전논리학자들은 참이 유추가 된다고 이야기하지요. 그런데 1. 보기가 고전논리학의 관점이라는 것은 틀림없이 배경지식입니다. 만약 그냥 모든으로부터 어떤을 뽑아내면 그건 상식을 적용한건데요. 2. 앞서의 배경지식도, 이 떄의 상식도, 모두 비약입니다. 왜냐하면 고전논리학의 관점에서는 애초에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 하는 두 문장 모두에 학생이 존재한다는 가정이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둘 중 하나에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을 포함시켰고요 (지문에 근거, 포함시켜야만 했고요).

  • 계란소년 · 811544 · 18/11/22 15:31 · MS 2018

    와웅...멋지십니당..
    저는 고1 수학 2 명제 파트에서 배웠던 명제의 부정 단원에서 모든&어떤 명제가 서로 부정 관계이다 - 라고 배웠어서 이걸 적용했었는데
    이것이 그렇다면 잘못된 것인가요?
    아니면 이것은 수학에서만 한정해 가능한 논의인가요?
    저는 한명제의 부정은 서로 모순 관계이다
    ->(수2내용에기반하여)어떤~의 부정은 모든~이다 ->이 둘은 서로 모순이다.
    제가 배웠던 고교과정의 지식으론 이런 흐름이었는데, 수2에서의 내용을 제가 잘못 이해한 걸까요?

  • souvenir · 781763 · 18/11/22 16:04 · MS 2017

    정언명제는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모든 P는 Q이다 (이하 A)
    모든 P는 Q가 아니다 (이하 E)
    어떤 P는 Q이다 (이하 I)
    어떤 P는 Q가 아니다 (이하 O)

    현대논리학에서는 주어부가 공집합이어도 A와 E는 참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I와 O가 참이 되기 위해서는 주어부가 공집합이면 안 됩니다. 즉, 현대논리학은 특칭명제의 존재함축만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A의 부정은 O가 되고 E의 부정은 I가 된다는데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O가 거짓일 가능성에 주어부가 공집합일 가능성이 포함되는데 주어부가 공집합일 경우 A는 참이 되기 때문에 모순관계가 제대로 성립합니다. 따라서 작성자님의 수학 이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보기겠죠. ‘보기’는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쓴다 (A) 와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E)가 나란히 참이 될 수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논리의 관점에서 주어부가 공집합이면 나란히 참이 되지요. 따라서 보기는 현대논리의 관점이 아닌 고전논리의 관점에서 쓰여져 있고, 고전논리의 관점에서 명제가 참이 되기 위해서 그것이 특칭이든 전칭이든 주어부가 공집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관점은 부울을 전후로 하여 달라집니다.

    그런데 ‘보기’로부터 고전논리 관점을 뽑아내는 것은 배경지식이고 이 배경지식을 끝까지 밀고 나가도 3번이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한편 배경지식과 무관하게 작성자님처럼 풀 경우 P와 ~P를 불충분하게 설정하게 됩니다. P U ~P = U가 되어야 하니까요. P U ~P = U 가 되게 설정하면 3번은 답이 될 수 없습니다.

  • 나카렌 · 278738 · 18/11/22 23:04 · MS 2018

    A와 E가 반대 관계이고, A와 O가 모순 관계이고, E와 I가 모순 관계라는 것으로부터 A가 I를 함축하고 E가 O를 함축한다는 것이 따라나오기는 합니다.

  • souvenir · 781763 · 18/11/22 23:08 · MS 2017

    맞습니다. 그런데 현대논리학에서는 대당의 사각형을 인정하지 않기 떄문에 모순 관계를 제외한 모든 관계가 유명무실해지니까요. A가 I를 함축한다는 것이 실은 아주 당연한 상식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고전논리에서는 A가 I를 함축하는데, 여기서는 A와 O 둘 중 어느 무엇도 학생이 없는 가능세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기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 글 댓글보다는 나카렌님 게시글에 아까 남겨둔 댓글이 조금 더 정제된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 것 같으니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는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되풀이하여 말씀드리는 제 생각은... 예를 들어 A와 O 모두에 있어 학생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적용시킬 경우 지문의 포괄성, 배중률 서술을 충족시키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점입니다.

  • 나카렌 · 278738 · 18/11/22 23:12 · MS 2018

    이해합니다. 다만 이 글만 읽은 분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노파심에서 덧붙인 것이고요.

  • souvenir · 781763 · 18/11/22 23:16 · MS 2017

    아무쪼록 못된 문제라고 생각하고, 42번 문제가 출제되지 않은 가능세계에서는 학생들이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 나카렌 · 278738 · 18/11/22 23:20 · MS 2018

    정말 그럴 거 같아요. 라이프니츠는 현실 세계가 가능한 세계들 중 최선이라고 주장했었지만......

    souvenir님도 좋은 밤 되세요.

  • 나카렌 · 278738 · 18/11/22 22:59 · MS 2018

    https://orbi.kr/00019305786

    이것이 제 의견입니다. 제 생각에는, 3번 선지의 쉼표 이후를 추론하기 위해서는 가능세계의 완결성과 일관성 "둘 다"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중 하나가 다른 것보다 비중을 더 크게 차지하거나 하는 것 같지도 않고요. 이 점 때문에 선지 3번이 복수정답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꽤 있다고 봅니다.

  • 베이스71 · 776826 · 18/11/23 14:29 · MS 2017

    평가원이 혹시라도 몰리게 되면 '가장 적절한 것'은 3번이 아닌 4(2)번이다...라는 거로라도 빠져나갈듯 싶네요 복수정답은 아마 불가..ㅠㅠ

  • 까루드스 · 842835 · 18/11/24 20:23 · MS 2018

    복수정답 인정된대요~

  • 계란소년 · 811544 · 18/11/24 21:21 · MS 2018

    ㄹㅇ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