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만세 [616771] · MS 2015 · 쪽지

2018-11-16 20:52:00
조회수 790

좆능풍경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9196152

그 좆능이 그렇게도 좆같은 것을 그가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을 때, 그 국어지문은 벌써 머나먼 가능세계 속으로 사라지고, 그와 시험지 사이에는 몰려든 활자가 몇 겹으로 이해를 가로막았다. 평가원장 어머니는 소멸하였다. 그들의 틈을 비집고,

‘이제 조지면, 내가 언제나 대학을 간단 말이냐? ......’

대학이 이제 영영 오지 못하기나 하는 것같이, 그는 막 omr을 걷어가려는 감독관에게 달려들어,

“이시벌좆능.”

한마디 불렀으나, 다음은 목이 메어, 얼마를 벙하니 감독관의 옆 얼굴만 바라보다가, 그러한 N수생의 마음을 알아줄 턱없는 스피커가, 10시 정각이라는 경적을 두어 번 울렸을 때, 그는 또 소스라 치게 놀라며,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수학은, 정신 채려, 조심해서, 풀자......”

그러나 국어 홀수형의 겉지는 유난히 소리 내어 닫히고, 다시 또 스피커가 두어 번 운 뒤, 거둬지는 omr 안에 급하게 마킹한 모양을, N수생은 이미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실신한 사람같이, 얼마를 그곳에 서 있었다. 깨닫지 못하고, 눈물이 뺨을 흐른다. 그 마음속을 알아주면서도, 주변 현역들이, 올해 국어 좆도 쉬운 데 경사에 눈물이 당하냐고, 그렇게 책망하였을 때, 그는 갑자기 조금 웃고, 그리고, 문득,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그대로 그곳에서 혼도해 버리고 말 것 같은 극도의 피로와, 또 이제는 이미 도저히 구할 길 없는 국어점수의 공허를, 그는 일시에 느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