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고 먹고 살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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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또래의 친구들이 하고 있는 고민들이 정말 잘 담겨있다.
다시 한번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야하는 이 시점에,
서울대의 내 친구들은 행시, 로스쿨, 의전편입, 약전편입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또 다른 친구는 서울대를 다니다가 수능을 다시 친다.
난 그리고 이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빨리 의대에 들어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 그런 내가 굉장히 별로라고 느낀다.
1.
고등학교때는 마냥 수학도 재밌었고, 생물도 재밌었다.
그래서 난 공부를 잘 했었다.
그리고 난 의대에 재학중이다.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도 재미있지만, 아마 그때처럼 재미있진 못한 것 같다.
많은 것들이 안정된 지금도 좋지만,
내가 하는 일 그 자체가 정말 좋았던 때는 그때였던 것 같다.
학원에서 줬던 문제 하나가 안 풀려서 두달동안 고민해서 풀었을 때.
그때만큼 행복했던 적이, 근 4~5년간 공부하던 과정에서는 없었던 것 같다.
공부를 잘 했고, 어렸을 때부터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수학이 너무 너무 재미있어서 수학과를 갈까 한동안 고민했었던 적이 있다.
학교 수학선생님들께서도 수학을 그렇게 좋아하면 수학과를 가지 그러냐고 말하셨었다.
한 선생님은 위상수학을 전공했으면 좋겠다고 생활기록부에 적어주셨다.
적어달라고 말씀드리지도 않았었는데..
결국, "천재가 아니면 먹고살수 없는게 수학이잖아요" 라고 말씀드리고 수학과를 가지 않았다.
잘한 선택인거 같다. 내가 갔으면 결국 의전에 갔거나, 아니면 나보다 뛰어난 천재들을 보면서
열등감에 빠졌을 것 같다.
2.
고등학교때까지는 공부를 잘하는게 삶의 전부와 비슷했다.
입시가 전부인 대치동이엇기에 공부를 잘하면 인간으로써 부족한 면들을 다 용서해주는 곳이었고,
나는 그래서 공부에만 매달렸었다. 중간 중간, 원하는 만큼 결과가 안 나오거나, 굉장히 불안정한 때가 있었지만,
운이 좋아서 공부를 잘 할 수 있었다. 그 덕에 나는 공부에 한층 더 빠질 수 있었다.
이 즐거움이 나의 원동력이 되었고, 나는 죽을때까지 공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3.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생각이 많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평소에 공부를 안해서 그런걸수도 있지만, 시험 전날 밤을 새고, 밤을 새는게 내 마음대로 안되는 때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과연 내가 이걸 계속 좋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지금 아무것도 못하는 학생일 때 하는 공부도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그리고 몸도 아플때가 많은데,
과연 20대 후반의 나도, 30대초반의 나도, 아이가 청소년일때의 나도 공부를 하는걸 즐길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없다. 아직까지야 간간이 네이처나 셀 같은데서 내 궁금증을 해결하는게 즐겁지만.
이걸 직업으로 삼는게 내 눈에는 외줄타기로 보인다.
무섭다.
시험공부하거나 밤 새다가 몸이 심하게 아프기만 해도 이렇게 짜증나는데,
이런 걸 보면 나는
월 300~400만원을 받는 직장을 위해
박사학위를 위해 7년을 바치고, 바친 7년으로 페이퍼 내는 것에 만족할만 인재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뭘 하고 싶은지 의문이 드니까, 아닌 건 알지만, 결국 모든 것에 통할 것 같은 돈을 찾게 된다.
결국 모든 건 돈이라는 생각은 옳지 않은 것 같지만,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건지 항상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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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이 굉장히 길었는데..
최근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든 생각입니다.
공부를 잘 하는 친구들은 높은 확률로 본인 분야의 공부가 좋을거에요.
저는 수학과 생명과학을 굉장히 좋아했구요.
그러나, 학문의 세계는 광활하고, 험난합니다. 학문으로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하기에는
아직 고등학생때는 삶에 대해 아는게 너무 적습니다. 공부보다 좋은게 생길 수도 있고,
현실적 여건이 중요해질 수도 있어요.
이 모든 것들이 순수한 과정에서 타락하는 과정은 아닌 것 같아요.
향후 수능을 치시게 되면, 단순히 대학 간판과 학과가 아닌, 미래나 취업을 보시는 것이 필요해요.
좀 더 길게는 자신이 추구하는 삶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구요.
이런 추구도 항상 바뀌지만..
전 의대 온게 참 다행인거 같아요..
다른분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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