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다르게 보내려고 합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8659216
2016년 겨울, 2017년 겨울, 이 년 동안 저의 크리스마스는, 저의 새해는 낭만이라곤 찾아볼 없었습니다.
집 안엔 낭만은 커녕, 웃음소리도 크게 나질 않았었죠.
만족스럽지 못한 수능성적표를 받은, 그리고 수시에 몽땅 떨어지고 만 고3, 반수생에게 활짝 웃는 것은 어쩌면 사치가 아니었을까요.
주위에서 괜찮다, 수고했다, 그정도도 잘한 거다, 위로 같지 않은 위로의 말들을 들으며 잔잔히 띄우는 미소는 진심이 아니었을 겁니다.
안그래도 적막한 공기가, 겨울이라 그런지 한층 더 쓸쓸하고 춥더군요.
가뜩이나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몸은 더욱 움츠러들었습니다.
이불 속에서만 보내던 세월, 그럴수록 더 비참해지는 마음.
이 모든 걸 지켜보고 계시는 부모님.
그리고 누구보다도 '실패'를 뼈저리게 겪고있던 나 자신.
이 년 동안의 겨울은 유난히도 시렸습니다.
첫 해에는 눈물나게 시렸고, 그 다음 해에는 눈물조차 나지 않게 시렸습니다.
그래도 봄은 오더군요. 시간이라는 것은 참 빠르게도 흐르는 것이니까요.
움츠리고 기다리니, 때맞추어 봄이 찾아오더군요.
물론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돌아가야할 나의 학교, 그곳은 나의 성에 차지 않는, 이미 한 발짝 정도 멀어진 곳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돌아가야했습니다.
좋은 성적을 받아야했고, 장학금을 타내야했고, 성실히 학교 생활에 임해야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수능'에 대한 생각을 접을 수가 없더군요.
학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시냅스를 사들였고,
강의 중에도 틈틈이 수능 공부를 했습니다. 비록 능률이 좋지는 않았지만요.
도저히 포기가 안되더군요.
삼반수. 부담스러운 타이틀이었으나, 떠안고 갈 생각이었습니다.
나는 아직 20대다.
젊다.
포기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저는 학기 중에 다른 의미의 '성공'을 거두어냈습니다.
첫학기에 동기들에 비해 월등히 적게 들은 학점을 메우려고,
무리해서라도 학점을 꽉꽉 채워 들었는데,
감사하게도 학년 수석을 하게 된겁니다.
계좌에 찍힌 전액장학금.
마음이 콩닥콩닥 떨리더군요.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뻤습니다.
그리고 저는 9월에 있었던 수능 접수 기간을 지나쳤습니다.
실수로 접수를 못한 것이 아니라, 까먹고 지냈던 것이 아니라, 겁났던 것이 아니라,
정말로 새로운 시작을 하고자 마으믈 먹었기에
과감히 단념했습니다.
나에게 최선의 길은 단지 수능에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만족을 알고, 지금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
그래서 이번 겨울은 지난 이 년과는 조금 다르게 보내보고자 합니다.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부담 없이, 슬픔 없이, 아쉬움 없이, 불안함 없이, 초조함 없이.
죄책감 없이.
크게 웃어도 보고, 진심으로 웃어도 보고, 잔잔하게 미소도 띄어보고.
다 해보려고 합니다.
온 힘을 다해.
중간고사를 준비하던 중 문득 이곳이 떠올라서 글 남기고 갑니다.
마침 오늘이 수능 d-40 날이네요.
지금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 건투를 빕니다.
부디 여러분들은 꼭 원하시는 바, 계획하신 바, 꿈꾸시는 바,
이 시험 한 번에 모두 이루시기를.
저와 함께 이 겨울을 활짝 웃으며 보냅시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신춘문예] 0
집으로 돌아오던 밤 내리던 투박하고 무겁던 눈들이 마치 비와 같았었는데 그것은 한...
-
학교 자습 3교시 째 저는 놀고만 있습니다 포기했냐고요?아닙니다 자신있냐고요?...
-
생각해보면 2
군대 갔다 복학한 애들도 ㅈㄴ 애기네 해봐야 25정도일건데 얼라들이네
-
조진건가 0
막판에 젤 복잡한거 하나버렷는데 그게나왓네 그래도 벼락치기치곤 ㄱㅊ응거깉은데...
-
고3인데 정시로 가고싶어요 궁금한점은 1. 수특은 보통 언제까지는 끝내야 함? 2....
-
안녕하세요 '지구과학 최단기간 고정 1등급만들기' 저자 발로탱이입니다. 지난 1년간...
-
수의대 다니면서 조류에 대해서 조금 아는 거라곤 닭뿐이었음... 동물들은 정말 신기하고 지혜로운듯요
-
자작시-정자체 0
-
기하 ㄱㄱ
-
이 문제는 걍 0
나머지 문제들이 쉬워서 이 문제에 쓸 시간이 많으니까 정답률이 높았던거죠?
-
상상 언매 N제 같이 실전형식으로 선택만 잇는거요 기출로 돼잇으면 더 좋긴 해요
-
공유) “수능 수학, 다시 등장한 빈칸 넣기 문항!” 1
https://blog.naver.com/idream2024/223842310999...
-
다름이 아니라 이제는 대회글이 너무 묻혀서 새로운 유입도 기대하기 어러운 상황이고...
-
국어괴물.. 걍 ㅈㄴ세보임
-
더프 미적 0
4덮 미적 84 무보 1 ㄱㄴ??
-
님들도 화이팅 하십쇼 저는 다음주 수요일까지 눕습니다
-
괴통의 재설득 0
-
1컷 가능할려나요
-
지각 에바야 0
ㅈㅂ 진짜 하...
-
디지털 교제 확대가 유빈이의 사용을 막을 수 있다네요
-
이번에 N제를 새로 사는제 4규 시즌2는 5월 개강이라 들어서 차라리 그동안 다른...
-
암산테스트 평균 80대 초중반 나오면 수능판 상위 몇 퍼 정도 되나요?(자존감...
-
이번 수능 표본 4
작년보다 높은거랑 낮은거중에 뭐가 정배인가요
-
생윤 안맞는걸 이제야 깨달아서 정법으로 갈려고함 지금 정법 시작하려는데 어떰? 평소...
-
애니볼까 4
화장실에 와이파이 잘 잡히네
-
장재원은 근데 0
로비스트나 그런거 미적분만 있는거 없나
-
‘롤스로이스男에 마약류 처방’ 의사 징역 16년 확정 1
이른바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게 치료 목적 외의 마약류를 불법 처방하고 수면...
-
시험기간 되니까 평소에 수업 ㅈ도 안듣다가 존나 기본적인 질문하러 쪼르르 선생님한테...
-
생애 두번째 리트 70분잡고 풀어봤는데 22개 맞음 (질문받음)
-
자작시-루비짱 3
-
착한척이라도 열심히 하자
-
투자해야되는 공부시간/ 난도/ 표본 면에서요
-
어쩌다가 이사님들까지 쫙 오신다네요 ㅠㅠ 하아 ㅠㅠ 오늘 브리핑 통역번역 하고나서...
-
러셀은 전대실모 봐서 더프 안 봄 거주지 : 서울 강동구 가능권 : 강동, 송파,...
-
이해원 n제 0
아니 해원이형 작년에 비해 시즌1 너무 어려운데 기분탓인가.. 작년시즌2>올해...
-
웨~미
-
ㅈㄱㄴ 3등급이 목푠데
-
자작시-시험기간 0
오 나름 잘쓴거 같아서 기분이가 기모띠해여
-
17살 자퇴생이고 국어는 고1 3모 5등급, 수학은 중2 2학기 이후로 공부한적...
-
비도 오는데 0
하루만 더 잘까 5일이면 중간고사 충분한거같은데
-
도착... 0
비 진짜 너무 많이 오네 오다 물웅덩이 몇개나 밟았는지 워터파크 온줄 앎;
-
이게 던파지.. 던파재밌다 으헤헤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