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영역 '내용일치 문제'에 대하여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8259189
글을 쓰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네요. 요즘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정신이 없네요ㅜㅜ 솔직히 국어에 대해 더 이상 할 말도 거의 없구요... 칼럼을 워낙 많이 써놔서..
그래도 오늘은 쓰고 싶은 주제가 생겨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바로 '내용일치' 문제인데요.
내용일치 문제라고 불리는 이 문제는 사실 오답률이 높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끔 학생들을 괴롭히기도 하고, 특히 정보량이 많은 지문에서는 답은 맞히더라도 시간을 엄청나게 쓸 수 있는 그런 파트죠.
그런데 이 내용일치 문제를 정말 단순히 '내용일치'로만 접근한다면 꽤나 애먹을 겁니다.
쉬운 지문에서야 순삭하겠지만 어려운 지문에서는 눈알굴리기로 푸는 경우가 대부분 일거예요. 그러면서 시간도 엄청나게 쓸 것이구요.
그러면 어떻게 접근해야할까요?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화제와 직결되는 정보'를 찾으셔야 합니다. 특히 '수능'에서 옳은 선지를 고르라는 문제에서는 이 화제와 직결되는 정보, 혹은 화제 그 자체가 정답인 경우가 매우 많아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이 지문들의 내용은 이 시점이라면 당연히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해요. 11수능 그레고리력 지문입니다.
이 문제의 정답은 3번인데, 왜 3번일까요? 뭐 지문을 보면 근거가 어디어디에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문제의 정답이 3번인 이유는 그것이 화제이기 때문입니다. 릴리우스가 교회의 요구 (부활절을 지켜달라)에 부응하여 역법 개혁안인 그레고리력을 만들었다는 것이 지문의 내용이거든요.
이렇게 수능에서 평가원은 화제 그 자체를 정답 선지로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이 문제는 17수능 33번 문제입니다. 굉장히 유명한 반추위 지문인데요. 이 일치 문제도 정답은 5번입니다. 2문단에 근거가 떡하니 있는, 지문을 제대로 읽어냈다면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의 정답인 5번 선지도, 이 지문의 화제인 '반추동물이 섬유소와 비섬유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나타내는 선지입니다. F와 같은 미생물이 저렇게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해서 생장하고, 그로부터 나오는 부속산물이 반추동물의 에너지원이 되는 것이죠. 이렇게 화제와 직결된 정보를 단순 내용일치처럼 맞는 선지로 주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하나만 더 볼까요?
18수능 부호화 지문의 내용일치 문제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처음 풀 때는 되게 당황스러웠습니다. 정답이 2번인데, 2문단에 '수신기로 복원한다'라는 근거가 있기는 하지만 제가 아는 '수능' 문제는 내용일치 문제의 정답선지를 이렇게 곁다리 정보로 주는 경우가 없거든요.
그래서 한 번 고민해봤습니다. 왜 평가원은 굳이 2번 선지를 정답선지로 줬을까.
화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고민하다보니 이런 내용이 보이더라구요.
일단 이 지문의 화제인 '부호화 과정'은 전송할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도록 해주는 것이고,
송신기에서는 저런 3가지 과정을 거쳐 '기호'를 '부호'로 변환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송신기가 기호를 부호로 변환하는 이유는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려고가 되겠네요. 복잡한 기호를 단순한 부호로 바꿔서 보내주면 좀 더 빠를거 아니예요.
자 그렇다면, 이걸 받는 수신기에서는? 당연히 이 부호가 원래 어떤 기호였는지를 알려면 부호를 기호(데이터)로 변환해주는 장치가 당연히 필요하겠죠. 이 지문의 화제인 '부호화 과정'은 결국 기호라는 데이터를 부호로 바꿔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고, 수신기의 목적은 그 데이터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일테니까요.
그럼 2번 선지가 이제 이해가 됩니다. 지문의 화제를 정확하게 이해했다면 수신기에 부호를 기호로 복원시켜주는 기능이 있는 것은 당연한 선지가 되는 거예요. 결국 이 문제의 정답 선지도 화제와 직결되는 정보로 나왔었네요.
어떠신가요? 조금 억지 같다구요?
그런 생각이 들면 평가원, 특히 수능 일치 문제들만 모아서 풀어보세요. 거의 대부분의 문제가 (물론 안 그런 별로인 문제도 있지만.. 예를 들면 DNS 스푸핑 사설IP문제..) '화제'와 직결되는 정보를 정답 선지로 설정해 두었을 것입니다.
물론 이걸 안다고 여러분의 국어 실력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결국 평가원은 '화제'를 이해했는지를 묻고 싶어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항상 화제를 생각하며 글을 읽어주셔야 하고, 일치 문제에서 정답 선지를 고를 때는 한 번만 고민해보세요. '이게 화제와 관련이 있나?' 만약 전혀 없다고 생각이 들면 다시 한 번만 확인해 보세요. 틀렸을 확률이 높습니다.
요즘 날씨가 참 꾸리꾸리하죠? 수능 디데이는 80도 깨져버렸구요. 지금 시점이 어떻게 보면 가장 열심히 하면서 가장 불안할 시기인거 같아요.
많이들 갑갑하실텐데, 조금만 참고 하던대로 해봅시다.
수능, 생각보다 금방 와요. 수능이 끝난 뒤 기분 좋게 교문을 나설 수 있도록, 오늘도 내일도 화이팅입니다!
ps. 다다음주? 정도부터 비문학 해설지 외전? 느낌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평가원, 교육청, LEET 등등 섞어서 매주 조금씩 푸실 수 있도록 해볼게요.
저도 끝까지 최선을 다할테니 여러분도 지치지 맙시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소,,솔직히 5수까지는 요즘엔 장수라고 생각 안 해요
-
오랜만에 오르비와서 글 보는데 2506 2509 이런거 보면 ㅈㄴ 이질감드네
-
한 달 넘게 매일 먹었는데 이거때매 졸린듯
-
ㅋㅋㅋ를 연타하지 못하는 습관이 생김
-
내 어린 시절아 어릴 땐 나이가 든다는 게 좋은 건 줄 알았어 어른이 되면 좋을 줄...
-
..
-
형이야 3
형은 9시에 자서 4시에 반에 일어났어
-
문제가 다 좋은거같아요 아님말구
-
편차 크긴한데 백97이상은 뜨련가…
-
23 수능 미적 원점수 100점이고 과외경험 15명이상입니다 안자는 사람들위해 잠깐 질문 받아요
-
이게 몇시야? 0
미쳤어
-
강민철 파이널 0
우기분 강이분 독서등등 강의 없이 풀어도되나여 그냥저냥 기출+사설섞인 문제...
-
공대가지 말로 상경갈걸 14
공대는 상당히 가성비가 좋지않은 듯 그냥 교차로 상경갈 것 싶기도 하고
-
sk계약인 고대가 더 높나요 저랑 1도 연관없는데 갑자기 궁금해짐
-
진짜 지금 이 상황에서 뭐를 어떻게 더 해야하는지 감이 잡혀요 반수로 7월부터...
-
난이도 평가 5
아직 평가원 기출 난이도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이 정도면 몇 번 문제 난이도인가요..??
-
2합 4 맞춰야 되는 최저러인데 탐구는 아예 버린 상태입니다 6평 기준 언매 1...
-
저렇게 똑똑하면 살 맛 날듯
-
히카 ebs 0
연계교재 반영되어잇나여
-
이제 임정환 리밋 3단원 개념 끝났습니다 수능때까지 개념만 파야 하나요? 목표는 4등급입니다
-
아니 그러게 누가 청포도 주고 선지에 광야랑 절정 주래? 이거 2개 준거면 그냥 맞추라는 거잖아
-
울고 싶다 1
수능끝나면울어야지 엉엉
-
불면증 ON 3
자다 깨서 접속
-
그러다가 한능검 깔짝 하고 졸리면 좀 자는거지
-
실력이 느는 듯..
-
꿀모 시즌2 2회 69점
-
개념부족인가.....
-
흠
-
시발 시험인데
-
기출 각 단원별 주요 문제들만 해서 빠르게 회독하고 싶은데 좋은 문제집이 있을까요??
-
적중예감 적생모 리트 하트 사만다 take-off 시즌별로 다 샀음 세상이 실모로 가득해
-
댓글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달아주면서 느낀 건데 그냥 진짜 잘 됐으면 좋겠어요 늘...
-
배고픈데
-
오르비 지우고 생활해야겠다... 공부가 집중이 안되는 듯 화욜 저녁에 봐용
-
님들은 의식적으로 쓰심? 전 매우 ㅇㅇ
-
이게 맞나
-
졸려죽겠다 1
밤낮 바꿔야하는데 곧 잠올듯
-
수학 실모 3페이지 한시간동안 쳐보고있는새끼는 처음이네
-
후
-
대화 오래 했네
-
하..
-
이게 맞나?
-
상계 지문 이거 왜 다 경제라 함? 9모 사회는 공정거래법 제외하고 RPM만 떼놓고...
-
ㅅㅂ
-
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저는 " 완벽하지 않아 기쁜 걸 "...
-
개구리가 뭐죠 2
??
-
사문 이거 왜 틀림? 18
큐브 질문받은 문젠데 3번 선지 (나)에 자발적 문화 접변이 어디 나타나나요 ?...
-
그래도 ~~ 좀 뿌듯한걸?
-
완장이애미뒤진페도짤올리는거부터걍좆같아서런침 걍심연이노
,이거 은근 공감, 맹신은 아니지만 검토용으로 충분, 괜히 사설 거르고 기출만으로 1가능하다는말이 나오는게 아님. 평가원이 최고시다
Direction
조용히 달리는 좋아요.. 승리갓 ㅎ
피램님 자료, 칼럼 항상 감사합니다ㅜㅜ
오랜만에 뵈요! 언제나 칼럼들 도움 많이 받고 있습니다. 9평도, 수능도 만족할 점수 받아올게요
오옹 공감되네요 저는 이렇게 풀고부터 한 번도 눈알굴리기 한 적 없어요
특히 적절한 선지를 물어볼 때 더욱 그런거같네요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잘 읽고갑니다
평가원은 비교적 이해가 쉽게 또는 조금만 변형해서 선지에 넣어놓는데
사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참 애매하네요 어디까지 잡아야할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