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학지구사학과 [738599]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8-07-06 23:16:10
조회수 14,392

돌대가리 지구과학충의 하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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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대가리 지구과학충들은 역시 오늘도 답이 없구나."

아침조례를 시작한 지과반 담임의 첫마디였다.

"무슨 낯짝으로 오늘도 등원했는지 모르겠군"

"너네 한 명 한 명이 우리 학원 이미지에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모두 맞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지과 선택자들을 기피해서 그들을 받아주는 학원은 거의 없었으며
받아주는 몇몇 학원들은 모두 입시계로부터 비난을 받고있었다.

반 학생들은 자신들의 죄를 알았기에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담임이 교실을 나가면서 말했다.

"수업 전까지 알아서 자습해라. 니들이 뭐 공부라 해봤자 지구과학이겠지만..."

지구 수특을 가방에서 꺼내던 지과생은 담임의 말을 듣고 흠칫했다.

같은 반 학생들도 양심에 찔린듯한 모습이었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책을 집어넣었지만
담임이 나가자 다시 꺼내 아름다운 한반도 단원을 펴서 공부를 시작했다.

'변산반도...채석강....층리 발달...'

마이산에 분포하는 지형을 타포니라고 한다는 것을 문과생 사탐 외우듯 달달 외우던 그때,
또 다시 교실문이 열렸다.

"지금 책상 위에 지구과학 책 있는 새끼들 앞으로 다 나와!"

들어온 것은 대머리의 학원 유명 수학 강사였다.


지과생을 포함한 열댓명 정도가 우르르 나갔고 강사는 나온 학생들의 다리를 모두 각목으로 후려패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퍽! 퍽!

매질 소리가 조용한 교실 전체에 울려퍼졌다.

지구과학충들은 같은 지과충들이 맞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패는걸 마친 수학 강사는 말했다.

"너네들 모두 패고 싶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만 한다."

지과생은 쓰라린 다리를 만지며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앞으로도 내가 들어올 때 지구과학 책 꺼낸 놈들은 오늘의 몇 배로 맞을 것이야."

얼마 남지 않은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도 수업은 없다. 지학충들에겐 수학 나형도 과분하거든."


강사는 각목을 가장 앞자리 학생 얼굴에 집어던지고 밖에 나갔다.

수많은 비난을 들어왔던 지과생이지만 강사의 마지막 말은 그의 마음속에도 또 다른 쓰라림을 남겼다.

적어도 그는, 문과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돌대가리 문돌이 새끼들이 감히..!!'


지과생이 엎드려 쓰라린 다리를 만지면서 문과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불타오르고 있을때
국어 강사가 들어왔다.


"크윽.. 악취가 나는군"

강사는 얼굴을 찌푸린 채 코를 막으며 지과충들을 바라보았다.

"너넨 말야.. 사실 어떤 수업도 들을 자격이 없어"

강사는 코를 쥔 손을 놓고 마스크를 꺼냈다.

"나도 비록 문과지만.. 너네보단 낫다고 생각해"


한 마디 한 마디가 지과생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그가 스스로 이과생으로서 세운 마지막 자존심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어디가서 이과라고 하지 마라. 너네는 이과가 아니라 지과다."




덜컹




지과생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뭐냐 넌.. 빨리 앉지 못해?"

지과생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분명 이과생이었다.
아니, 비록 아닐지라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의 앞에는 그를 욕하는 문돌이가 있었다.

문돌이는 계속해서 뭐라 말을 하고 있었지만 지과생에겐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지과생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졌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과생은 앞으로 달려가 그 문돌이에게 달려가 돌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그대로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음화에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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