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번째 詩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7474623
8월 15일 밤에 나는 병원에서 울었다.
너희들은 다 같은 기쁨에
내가 운 줄 알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일본 천황의 방송도,
기쁨에 넘치는 소문도,
내게는 곧이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저 병든 탕아로
홀어머니 앞에서 죽는 것이 부끄럽고 원통하였다.
그러나 하루 아침 자고 깨니
이것은 너무나 가슴을 터치는 사실이었다.
기쁘다는 말,
에이 소용도 없는 말이다.
그저 울면서 두 주먹을 부르쥐고
나는 병원에서 뛰쳐나갔다.
그리고, 어째서 날마다 뛰쳐나간 것이냐.
큰 거리에는,
네거리에는, 누가 있느냐.
싱싱한 사람 굳건한 청년, 씩씩한 웃음이 있는 줄 알았다.
아, 저마다 손에 손에 깃발을 날리며
노래조차 없는 군중이 만세로 노래부르며
이것도 하루 아침의 가벼운 흥분이라면……
병든 서울아, 나는 보았다.
언제나 눈물없이 지날 수 없는 너의 거리마다
오늘은 더욱 짐승보다 더러운 심사에
눈'깔에 불을 켜들고 날뛰는 장사치와
나다니는 사람에게
호기 있이 먼지를 씌워주는 무슨 본부, 무슨 본부,
무슨 당, 무슨 당의 자동차.
그렇다. 병든 서울아,
지난날에 네가, 이 잡'놈 저 잡'놈
모두 다 술취한 놈들과 밤늦도록 어깨동무를 하다시피
아 다정한 서울아
나도 밑천을 털고보면 그런 놈 중의 하나이다.
나라 없는 원통함에
에이, 나라 없는 우리들 청춘의 반항은 이러한 것이었다.
반항이여! 반항이여! 이 얼마나 눈물나게 신명나는 일이냐
아름다운 서울, 사랑하는 그리고 정들은 나의 서울아
나는 조급히 병원 문에서 뛰어나온다.
포장 친 음식점, 다 썩은 구루마에 차려놓은 술장수
사뭇 돼지구융같이 늘어선
끝끝내 더러운 거릴지라도
아, 나의 뼈와 살은 이곳에서 굵어졌다.
병든 서울, 아름다운, 그리고 미칠 것 같은 나의 서울아
네 품에 아무리 춤추는 바보와 술취한 망종이 다시 끓어도
나는 또 보았다.
우리들 인민의 이름으로 씩씩한 새 나라를 세우려 힘쓰는 이들을……
그리고 나는 외친다.
우리 모든 인민의 이름으로
우리네 인민의 공통된 행복을 위하여
우리들은 얼마나 이것을 바라는 것이냐.
아, 인민의 힘으로 되는 새 나라
8월 15일, 9월15일,
아니, 삼백예순 날
나는 죽기가 싫다고 몸부림치면서 울겠다.
너희들은 모두 다 내가
시골구석에서 자식 땜에 아주 상해버린 홀어머니만을 위하여 우는 줄 아느냐.
아니다. 아니다. 나는 보고 싶으다.
큰물이 지나간 서울의 하늘이……
그때는 맑게 개인 하늘에
젊은이의 그리는 씩씩한 꿈들이 흰구름처럼 떠도는 것을……
아름다운 서울, 사모치는, 그리고, 자랑스런 나의 서울아,
나라 없이 자라난 서른 해,
나는 고향까지 없었다.
그리고, 내가 길거리에 자빠져 죽는 날,
「그곳은 넓은 하늘과 푸른 솔밭이나 잔디 한 뼘도 없는」
너의 가장 번화한 거리
종로의 뒷골목 썩은 냄새 나는 선술집 문턱으로 알았다.
그러나 나는 이처럼 살았다.
그리고 나의 반항은 잠시 끝났다.
아 그동안 슬픔에 울기만 하여 이냥 질척거리는 내 눈
아 그동안 독한 술과 끝없는 비굴과 절망에 문드러진 내 쓸개
내 눈'깔을 뽑아버리랴, 내 쓸개를 잡아떼어 길거리에 팽개치랴.
오장환 / 병(病)든 서울
─ 1946년 《병든 서울》에 발표, 正音社 출간
금지어 무슨... 헣헣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일단 지금 수분감 수1수2미적 다 끝냈고 n티켓 12일차 중 5일차까지 했는데 어떤...
-
이게 진짜 버튜버 오리지널곡이 맞냐
-
곧 47렙이네 3
오르비 ㅈㄴ했구나
-
누워서 이불에 볼 비비기
-
응응
-
에이스는.. 3
죽은거지..?
-
ㅇㅈ 달린다 하고 내가 생각하는 그 사진을 올린 걸까..
-
할건해야지 5
고양이 밥주고 똥치워주기
-
ㅠㅠ
-
호에엥
-
오늘 왜 저럼
-
암산테스트ㅇㅈ 0
아빠이겨서행복
-
알고보니 사람이었어요
-
울려라 이곳에 포 에버
-
ㄹㅇ
-
오르비 잘자요 10
기나긴 밤이 지나고 동이 트면 우리의 앞날은 햇살로 가득 찰 거예요
-
젠장 티치 2
난 너가 좋ㄷ가!
-
탈릅합니다 15
선착순 5분께 덕코 다드립니다
-
2d가 최고인 이유 10
예쁨
-
옯만추 D-5 6
-
ㅇㅇ
-
아무도 내 번호로 전화하지 않음 ㄷㄷ
-
4월까지 언제 기다리냐 ㄹㅇ
-
오늘 결산 3
1층 도착 그마 가보자잇
-
긴장 정도의 급격한 변화 누가말했던건지 기억안나는데 이게 맞는거같음
-
수학 커리 0
아니 지금 김범준 강기원 투커리 미적 듣고있는데 지금까지 병신마냥 두개 꾸역꾸역...
-
8시에 일어나기 4
목표 가보자
-
내번호임 ㅇㅇ ㅋㅋㅋ
-
마냥 귀엽게 생겼던데 요즘 너무 이뻐짐 히히
-
취했을 때 2
맘에 드는 사람 옆에 가서 웃는게 술주정 그나마 좋은 술주정인 것 같아요
-
한국인 테스트 1
-
? 왤캐어려움 ㄷㄷ
-
16분 <<< 롤 한판하고 3초가 남음 ㄷㄷ
-
국잘싶 1
광광울
-
필수이론도 완강못하고 2등급인 화학 -> 공부하면 만점 오답을 한적이 없어서...
-
술주정 메타는 껴야지 10
나는 술취하면 애교가 많아지는 듯
-
개새끼들아 4
씹새끼들아
-
좋은 소식 3
내일부터 날이 풀린대요 세상에
-
작수 공통만 21(풀엇는데 틀림) 22(아예 안 품) 틀렸는데 일단 문제집 없어서...
-
자취하면 제일 부족한게 채소 과일 비타민인데 컬리를 쓰면 진짜 좋음 이런 거 하나...
-
친구들 사진찍기 순순히 당해줘야해요
-
중등 교사 목표로 하고 있고 원하는 과가 충남대, 안동대에만 있어서 충남대 사범...
-
좀 아쉬운 건 있어도 미련은 안남는다 다들 꼭 미련 안남기고 수능판 뜨시길!! 저는...
-
남아있는건 20개도 안돼 나 볼때까지 지우지마라
-
나 대학생때 진짜 알쓰여서 돌연변이인가 싶었거든 근데 요새는 가족들이나 친척들 처럼...
-
좀 안될거같긴 하더라… 어디로 도망치지…
-
유전 5
유전 방학에 꼭 해여합니까? 저 방학에 놀아서 근수축 단원까지만 햏는데…
-
어떻게 검색하시나요?? 출처 알고싶은데
-
비상사태!! 4
찐따 증원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