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한오소리 [655081] · MS 2016

2018-06-15 19: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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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은따의 희망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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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 닉이 'Miserere Nobis'였던 사람입니다.

이 글은 졸필인 입장에서 별로 대단한 글은 아닙니다. 일단 본 글은 본인의 탓은 아니지만 스스로의 치부를 동네방네 소문내고 있다는 점에서 어리석은 멍청이의 글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징징대며 되도 않는 복수를 하자는 의미에서 쓰는 글은 아닙니다.

필자는 학창시절 학우들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며 3년을 버텨온 사람입니다. 사실상 전교 최대의 아웃사이더였지만, 강력해진 제도와 교내 분위기 상 실제적으로 물리적인 폭력을 당한 적은 없고, 게다가 저에게는 좋은 친구들이 몇이라도 다행히 있었기에 '은따'라고 에둘러서 표현하는 겁니다. 사실 학우들이 필자에게 무슨 피해를 줬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얘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자기 합리화라고 비판받아도, 스스로를 치유하고 그들 입장에선 관심도 없겠지만 용서하고 싶은 심정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런 식의 '정신적 갈굼'이 저에겐 무려 성인이 되고 2년 동안이나 큰 상처가 되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게다가 저는 몸 정확히 장에 불치병이 생겨 신검에서 5급을 받은 사람입니다. 사회에 나와 대학에 입학한 뒤로도 저는 입원과 통원치료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걸린 병과 비슷한 병을 가진 환우들이나, 저 정도의 강도로 은따아싸 신세를 겪은 주위 지인들(저에겐 가족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을 보면, 젊은 사람은 대부분이 그 고개를 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재기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재수생활 동안 병원에서 시험을 봤음에도 뱃지가 증명하듯이 나름 유수한 대학에 입학했고, 지금도 악착같이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것만큼은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속물들은 아마 비웃겠지만. 

다른 얘기를 해서, 중학교 시절부터 제 꿈은 성직자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재수 시절에도 꿈은 성직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걸것이 신이 준 꿈이든, 혼자만의 망상이든, 정말 되고 싶고 하고 싶은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죠.

학창시절엔 절 괴롭히다 재수시절엔 절 무시하고 대학 합격 이후에는 절 아예 고립시킨 그 이들을 상기하면 지금도 솔직히 속으론 치가 떨립니다. 사회적으로 지위적으로 이미 그들 상당수를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최소한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피해는 제가 고스란히 안게 된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부터, 그리고 제가 몸이 아프고 마르고 여전히 어리고 약한 외모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알바 면접 심지어 동네 편의점 면접에서도 떨어진 뒤부터는, 저는 제가 누구보다 악착같고 잔인하게 살지 않으면 사회에서 콩고물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인문적 소양에서 사고를 완전히 교정했습니다. 교회나 성당에서 만난 성직자들과 교인들은 전부 위선자들이라 생각하고(일부 여전히 인정하는 바) 절대선의 존재나 신의 선함을 부정하게 되었습니다. 성직자라는 꿈도 당연히 버렸지요. (사실 제 몸이 안좋아 실격대상이고 어떤 성직에 붙을 만한 능력 노력 라인도 전무합니다 즉 포기가 정확한 표기일겁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저는 이라크 파병에서 귀환한 미군 병사들이 가족들과, 여자친구와, 친구들과 다시 만나는 장면들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게 되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저 자신에 대한 생각입니다.

저에게 훌륭한 가족도 있고 몇 안되지만 끈끈하고 믿을만한 친구들도 있고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하나라도 작지만 이룬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최소한 저는 제가 아프리카에서 태어나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그리고 교육환경이 마련되어 고등학교에 다니고 재수를 지원받고 좋은 대학에 다니게 됐다는 사실을 감사해야 됩니다. 몇 안되는 소중한 친구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 이들인지,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고 날 위해 기도해주는 가족과 지인들을 생각해서라도 이렇게 과거에 얽매일 시간을 가지는게 오히려 그들에게 얼마나 상처인지를 깨달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 특히 절 괴롭힌 이들에 대한 생각입니다.

그들이 저에게 얼마나 잘못을 했든지 간에 그 영상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들도 누군가의 하나뿐인, 최고의 자녀고 아들이고 딸이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연인이고 소중한 친구라는 겁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오면 아군이든 적군이든 흑이든 백이든 다들 포옹받아야 할 대상이고 사랑받아야 할 대상인 겁니다. 그들은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잊는 우를 범했기에, 혹은 알고도 첫인상부터 나를 미워하며 일부러 상처를 주었지만, 저마저 그들에게 으르렁대고 복수만을 꿈꾸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겁니다. 오히려 그들을 용서해야 하는 것은, 예수와 부처가 말했듯 원수를 사랑해야 하는 것은, 그들 역시 자기만의 고통을 겪는 소우주의 중심이고 생존의 위기에 맞설 때는 동일한 인간으로서 자기 존엄을 위해 싸우기 때문일겁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인생 때문입니다.

저는 제 사회적 이미지나 특성상도 그렇지만, 꼭 그것만이 아니어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게 될 겁니다. 그런데 그것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혹은 성격이 파탄 나버려 악한 인생을 산다면, 어디서 보람을 찾고 어디서 행복을 얻게 되겠습니까? 저는 끝까지 희망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성경에선 사람들에게 '사랑 믿음 희망(소망)'을 가지고 살아가라고 그랬습니다. 그 의미를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성직자가 제 천성이나 이미지에는 맞는다는 것을 이런저런 고민 끝에 알게 되었지만, 이것도 일종의 교만일 것 같습니다. 

자격이나 여건도 거의 불가해서 마음이 아프지만, 저는 최소한 신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선과 사랑같은 좋은 얘기들과는 별개로 마지막으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아니 정확히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 이번에 병든 몸을 이끌고 다시 수능에 재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왕 서울대에 가서 꼭 저같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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