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erence-N [676526] · MS 2016 · 쪽지

2018-06-09 0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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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얘기 좀 해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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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봐줘도 되지만 그래도 누군가 읽어줬으면 좋겠고 누군가 댓글 달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냥 제가 어떻게 살았는지 얘기해보고 싶어서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살짝 인간관계를 두려워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쯤에는 아무한테나 친한척하고 했던 거 같은데 그러면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때부터 조금씩 ‘저 사람이 날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도 했던 거 같고.


근데 애초에 제가 누군가랑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다른 애들이 많이 하는 게임들을 하지도 않았고 운동을 잘하거나 좋아하지도 않았거든요. 꼭 이런 것들을 탓하려는 건 아니지만 뭐, 무시는 못하지 않을까요?


이런게 5학년 때는 극에 달해서 반에 그런 애 한 명씩 있잖아요. 2인1조로 뭔가 한다고 하면 누구도 같은 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 항상 조를 짜면 저만 남고 그러더라구요. 그래도 괜찮았어요. 나름 익숙해졌었기도 하구…


그래도 6학년때는 나름 같이 노는 친구도 생기고 했어요. 이때부터 나름 성격이 변했던 거 같네요.’


그러다 중학교에 입학했어요. 중학교 때도 나름 친구도 사귀고 했었어요.


근데 제가 교회를 다니는데(집안이 기독교 집안) 청소년부(중고등학생)를 올라가니까 사람들끼리 되게 친하더라구요. 앞에서 노래부르는 밴드부 같은 것도 있어서 그 사람들끼리는 더 유별하게 친하고…


교회가 그러면 안되는 곳 같은데 저는 되게 소외감 느꼈었어요. 뭐 어차피 일주일에 1시간 정도 밖에 시간을 안보내지만 그들만의 울타리가 있고 저는 그 밖에 있는 기분이었어요.


그러다 정말 우연히(라기보단 사람이 없어서이긴 했는데) 1년에 1번씩 학예회(?)라고 해야하나 그냥 연극이랑 이것저것 준비해서 하는 공연 같은 거에서 어느 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됬어요.

그걸 참여하게 되면서 더 큰 소외감을 느꼈고 소외감을 넘어서 ‘나도 저기에 속하고 싶다’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 후로 그 사이에 끼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 같아요. 천성이 내성적이라 그리고 또, ‘내가 이랬다가 저 사람이 날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도 여전히 제 행동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안간힘을 썼다곤 했지만 별거 없었던 거 같아요.


그 후로 어찌어찌 그 교회 밴드에도 들어가게 되고 나름 행복했어요. 때론 ‘나는 울타리 안에 있는가 바깥에 있는가’ 같은 강박에 괴롭긴 했지만요.


어디를 놀러가거나 무언가를 먹었는데 저는 거기에 없었다는 걸 알게 될 때 더 심했어요.


그런 와중에 교회에 엄청 밝은 누나가 한 명 있었어요. 그 누나는 어울리는 사람들하고만 어울리기보단 그냥 누구한테나 다가와줬어요.


저한테도 항상 친절했고 항상 밝고 그랬는데 신이 데려가 버렸어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였을까 처음 20~30분은 미친듯이 끄억끄억거리면서 울었는데 그 후로는 슬픈 것보다는 너무 보고 싶었어요. 다시 연습하러 교회가면 있을 것 같고 또 배시시 웃어줄 것 같고


정말 믿을 수가 없다는 말이 너무… 적절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성적으로 호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지만

이제 와선 이렇게 의미 없는 말도 없죠.


그럼에도 너무 보고 싶고 그 누나는 나한테 그렇게 다가와줬는데 나는 왜 다가가지 못했을까 후회됬어요. 좀 더 친해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좀 더 많은 기억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더욱이 그 누나 정말 힘든 상황이었더라구요. 주변인 중에서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아니, 가장 착하고 밝았는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괜찮아지더라구요. 처음엔 잠도 잘 못자고 했는데, 정말 시간이 지나니까 잊혀지더라구요. 사실 처음에는 조금은 두려웠어요. 그 사람이 얼마나 밝은 미소를 가졌었는지 언젠가는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시간은 빠르게 흘렀어요. 어느새 보면 시간이 훌쩍 빠르게 가 있는데, 한편으론 그동안 보낸 시간 동안 허전함 밖에 안 느껴져서 시간이 흘러갔다는 게 체감이 안되더라구요.


그래도 그래도 누나는 밝게 살아갔으니까 계속 살고 싶어했으니까 저라도 후회없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영어를 좀 못했었는데 부모님 친구분 소개로 ‘공책영어학원’(말 안해도 아시겠죠)에 다니기로 했어요. 그래서 영어공부 열심히 했어요. 평준화 때문에 공부 못하는 고등학교를 가게 됬지만 거기서 열심히 해서 전교1등 했어요. 내신만 잘받고 모의고사는 2~3등급 나오는 내신충이었지만요.


그러는 와중에 인간관계에 회의를 느끼게 됬어요. 겉으로는 친한척하면서 서로 질색하는 사람들도 봤고, 고백했다가 갑분싸되는 것도 봤어요. 제가 아는 친구들이 서로 사이가 안좋은데 저는 그냥 모두가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그 사이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보기도 했어요. 그 사이에서 뭐 할 수 있는게 없더라구요. 서로가 저랑만 있을 때 상대방 욕을 하는데 그것도 못 듣겠고…


그래서 인간관계에 대한 강박이 없어졌어요. 어차피 노답에 무의미한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한편 내신이 잘 나오니까 지균으로 서울대를 가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2학년 후반부터 물2공부도 했었고 최저를 맞춰야 하니까 수능 공부도 열심히 했었는데, 3학년이 되니까 공부를 수능 공부는 커녕 내신 공부도 안하더라구요.


그 때 스스로는 ‘확통이 싫어서’라든가 ‘시험 범위가 EBS인게 싫어서’ 같은 핑계를 대긴 했는데 결국은 그냥 공부를 안했어요. 그랬던 거면 수능공부라도 열심히 했겠죠.


(전 확통을 되게 못했어요. 맞게 푼 거 같은데 답이 항상 다르더라구요. 나중엔 괜찮아졌지만)


그렇게 3학년1학기 내신을 조졌고 그 전까진 1.09였는데 연고대도 상향으로 써야할 내신으로 내려가게됬어요.


그 땐 ‘이미 끝난 내신 어쩔 수 있나’ 했는데 역시 아쉬움이 남긴 하네요.


그래도 대학을 가야하니까 자소서도 쓰고 수능 공부도 해야 했는데 또 둘 다 열심히 안하더라구요.


열심히 안 한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오히려 고2때가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수시로 고려대/한양대/중앙대/서울시립대/인하대/아주대를 썼는데 고려대는 1차(내신성적)에서 광탈되어 버렸어요. 나머지는 다 교과여서 최저 맞출 것만 생각하면 됬어요.


근데 한양대가 수시 발표를 일찍 했고(교과인데 최저가 없었음) 그것도 광탈이더라구요.


아주대는 전장으로 합격이 되서 수능 못봐도 갈 곳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시 수능은 잘보지 못했어요. (33145로 기억)


중앙대랑 인하대는 최저에서부터 탈락이었어요.


시립대는 최저는 맞췄는데 불합격이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아주대 전장 가나보다 했어요.


그러다가 12월쯤 교회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이번엔 후회하기 싫었고 막 대쉬? 같은 걸 하진 않았지만 최대한 가까워지려고 했어요. 연락도 제가 먼저 해보려고 했는데 결국은 걔한테서 선톡이 왔어요.


원래는 카카오톡 잘 키지도 않았는데 걔랑 연락하려고 카카오톡을 자주 켜기 시작했어요. 휴대폰이 안 좋아서 카톡이 느리게 보내지고 가끔 꺼졌다 켜질 때마다 짜증나서 부모님한테 휴대폰도 바꿔달라고 했어요.


걔랑 연락하고서 일주일인가쯤 뒤에 부모님이랑 유럽 여행을 가는데 너무 가기 싫었어요.


시차나서 카톡할 시간도 별로 없고, 와이파이 되는 곳도 별로 없을 것 같고 시차랑 와이파이 없는 곳이랑 맞물리면 답도 없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부모님 졸라서 에그 비슷한 것도 렌탈했으면서 그래도 카톡을 잘 못하는 것 같아서 여행 내내 부모님에게 짜증을 냈어요.


아 참 유럽 여행하는 동안 한양대랑 시립대 추합이 됬어요. 유럽에서 한양대 등록했어요.


그러다 한국에 돌아와서 얼마 안 있어 걔가 먼저 고백을 해줬고 사귀게 됬어요.


정말 행복했어요. 제 평생 이렇게 행복했던 적은 없었어요.


근데 헤어졌어요.


아마 걔는 일시적인 호감이었던 것 같아요. 걔가 예체능 입시라 늦게까지 입시를 준비했는데 그거에 관해서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니까 잠깐 호감이 있었던 거겠죠.


“이과생은 다 차갑고 냉철한 줄 알았는데 널 보니 아닌가봐”라는 말도 하더라구요.ㅋㅋ…


다시 허전함이었어요. 허전함을 넘어 공허함이었어요.


근데 지금도 그래요.


허전해요. 허전함을 넘어 공허해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대학에 들어와서도 공부를 안해요.


물리학을 계속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도 잘 모르겠어요.

(물리가 수능 때 4등급이었는데? 그래도 9평땐 2등급이었어 임마!)


사실 수시도 6물리학과 썼었는데…


그래도 꼴에 중간고사 물리 성적은 잘 나오더라구요.


아무튼 잘 모르겠어요.


요즘 문득 문득 우울해져요. 학교 끝나고 집에 갈 때나(통학 시간이 왕복 4시간이나 되요.) 아니면 이렇게 새벽에나 가끔은 아무때나 뜬금없이요.


혹시 여기까지 읽어준 사람 있다면 정말 고맙고 잘자요.


쫀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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