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762906]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8-06-05 0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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옯문학) 앰생전.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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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생은 목동에 살았다. 국회대로 밑으로 곧바로 가다 보면 사거리가 하나 있는데, 그 곁에는 오래 된 가로수가 한 그루 서 있다. 앰생의 집 현관문은 그 나무를 향하여 열려 있다. 집이라야 오버사이즈 택배를 채 받지 못할 작은 원룸에 불과했다. 그러나 앰생은 오직 수특 읽기만 좋아할 뿐이어서, 그 룸메가 사설토.토를 함으로써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는 지경이었다.


 어느 날 앰생의 룸메는 너무 배가 고파서 울면서 말했다.

 “너는 평생에 수능도 보지 않으면서, 수특을 읽어 무엇에 쓰려고?”

 앰생이 웃으며 말하기를,

 “나의 독서는 아직 미숙하다.”


 룸메가 묻기를,

 “알바 노릇도 못하냐?”

 앰생이 말하기를,

 “POS 사용법은 배우지도 않았는데 어찌 할 수 있겠니.”

 

룸메가 다시 묻기를,

 “그럼 배달 양아치 노릇도 할 수 없단 말이냐?”

 앰생이 대답하기를,

 “딸배 노릇도 면허가 없으니 어찌 할 수 있겠니.”

 

룸메가 화를 내며 내쏘았다.

 “밤낮으로 수특만 읽었어도 배운 것이라곤 오직 ‘어찌 할 수 있겠니’뿐이냐. 알바 노릇도 못한다, 딸배 노릇도 못한다, 그러면 훌리짓도 못한단 말이냐?”


 앰생이 어쩔 수 없이 책을 덮고 일어섰다.

 “애석하구나! 내 본디 십 년 기한으로 수특분석을 하려 했지만, 이제 겨우 칠 년에 이르렀을 뿐이구나.”




 앰생은 문을 나섰으나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그는 곧장 대치동으로 가서 길 가는 사람을 잡고 물었다.

 “대치동에서 제일 가는 현강이 어디요?" 

어떤 사람이 강씨라고 일러주었다. 앰생은 드디어 대치 러셀을 찾아갔다. 그는 허리를 숙여 정중히 인사를 올린 후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자료가 씹노베인데 무언가 작은 일을 해보고 싶소이다. 바라건대 교재 풀세트로만 빌려 주시오.”

 강씨가 말하기를,

 “좋소이다.”

라고 대답한 후 선뜻 간쓸개부터 이감오프까지 빌려주었다. 그런데 풀커리를 달라던 그 손님은 고맙다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떠나 버렸다.




 그 집의 현강생들과 대취맘들이 앰생을 보니 거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가방이라고 메기는 했지만 지퍼가 다 빠졌고, 아디다스 삼선이라고 신기는 했지만 화이트로 칠해져 있었다. 명찰은 너덜거리고 머리는 떡에 쩔었으며, 입에는 허연 침자국까지 맺혀 있었다.


앰생이 간 후 모두 크게 놀라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저 손님을 알고 계십니까?”


 강씨는 대답하기를,

 “모르네.”


 “잠깐 사이에 평소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귀중한 현강자료를 헛되이 던져 주시면서, 그 이름을 묻지도 않으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강씨가 대답하기를,

 “이 일은 그대들이 알 바 아니네. 대체로 다른 강사에게 무엇인가를 수강할 때에는 반드시 자신의 모의고사 성적을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법이지. 먼저 자신의 내신를 내보이려고 애쓰지만 학교는 어딘가 아쉬우며, 그 말은 했던 것을 자꾸 반복하게 마련이네.


그런데 저 손님은 옷과 신발이 비록 누추하지만, 그 말이 간단했고 그 시선은 오만했으며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네. 이는 강의에 대한 욕심이 없어 스스로의 등급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지. 그가 한번 해보고자 하는 일도 결코 작은 일은 아닐 것이니, 나 또한 그 사람을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야.


게다가 주지 않았으면 또 모르거니와 이미 현강자료를 주었는데 그 이름을 물어서 무엇하겠는가.”

라고 하였다.




 한편, 이미 풀세트를 얻은 앰생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혼자 생각하였다.

 ‘오르비는 문과와 이과가 만나는 곳이요, 정시판을 통괄하는 입구렷다.’


 그는 곧장 오르비에 가서 가계정을 생성했다. 그리고 바탕, 상상, 서바이벌, 킬캠, 코너스톤, 트윅스, 연필통, 듄탁해등의 자료들을 강민철 자료들과 교환하여 스캔해 두었다.


앰생이 스캔본을 독점해 버림에 따라 중고나라에서는 온전한 시세로 거래를 치를 수 없게 되었다. 얼마 후 앰생은 저장했던 PDF를 풀었다. 앰생에게 두 배 이득으로 서바이벌을 팔았던 학생들은 이번에는 반대로 십 배를 주고서 살 도리밖에는 없었다.


앰생이 탄식하기를,

 “겨우 강민철 자료로 입시판의 시장를 기울였으니, 이 나라 사교육 시장의 얕고 깊음을 알겠구나!”













본 게시글은 패러디이며 작성자는 위 내용과 어떠한 연관도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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