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문과인데이과생 [813728] · MS 2018 · 쪽지

2018-05-30 21:49:03
조회수 652

[고전 문학] 예덕선생전인데 답 몇번이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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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귤자(蟬橘子)에게 벗이 있어 예덕 선생(穢德先生)이라 불리었는데 종본탑(宗本塔) 동쪽에 살았다. 그는 매일 마을의 똥을 지고 다니며 그것으로 직업을 삼았다. 마을에서는 그를 엄 항수(嚴行首)라고 불렀는데, 항수(行首)는 역부(役夫) 중에서 늙은이를 칭하는 말이고 엄(嚴)은 그의 성(姓)이었다.

 자목(子牧)이 선귤자에게 묻기를,

“일전에 선생님으로부터 벗에 대하여 듣기를 ‘벗은 같이 살지 않는 마누라요, 피를 나누지 않은 형제다.’라고 했는데, 벗이란 이처럼 중요한 것이 아닙니까? 세상의 유명한 선비와 벼슬아치들이 선생님을 따르기 원했지만, 천박한 자가 많아 선생님께서는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엄 항수는 마을에서 가장 천한 사람이고 역부와 같은 하층 계급으로 하는 짓이 치욕스러운데도 선생님께서는 그 덕을 극히 칭송하여 ‘선생(先生)’이라 부르시고 이같이 친교를 맺어 벗으로 청하려 하시니, 제자는 이를 매우 부끄럽게 여겨 문하(門下)에서 떠날까 합니다.”

 선귤자는 웃으며 말하였다.

(중략)

 “…하기야 엄 항수는 똥과 거름을 져서 벌어먹으니, 지극히 깨끗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의 음식을 취하는 방법은 지극히 향기로운 바가 있으며, 그의 행색이 비록 비루하나 그가 의로움을 지키는 것은 조금도 굽힘이 없어 그 뜻을 따진다면 비록 온갖 것을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야. 이로써 미루어 본다면 깨끗하다는 자 중에는 깨끗하지 않은 자가 많고, 더럽다는 자 중에서도 더럽지 않은 자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지. 그래서 나는 밥을 먹을 때도 반찬이 너무 없어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면 나보다 못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생각이 엄 항수에 이르면 견디지 못할 것이 없게 되지. 그러므로 누구라도 도적질할 마음이 없는 자라면 엄 항수의 행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테고, 그것을 확대한다면 성인(聖人)의 경지에도 이를 수 있을 게야. 무릇 선비라면 가난이 얼굴에 나타나면 수치스러운 일이요, 이미 뜻을 이루었더라도 온몸에 그것을 나타낸다면 또한 수치스러운 일이니, 그들을 엄 항수에 비추어 본다면 부끄러워하지 않을 자가 드물 테지. 그런 이유로 나는 엄 항수에 대해여 스승이랄 부를지언정 감히 벗이라고는 부르지 못하는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나는 엄 항수에 대하여 감히 그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호(號)를 부르기를 ‘예덕 선생(穢德先生)’이라고 하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3. <보기>를 참고하여 이 글에 대해 토론을 하였을 때, 그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박지원은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이신 실학자로, 북학론을 주장하였고 이용후생의 실학을 강조하였다. ‘예덕선생전’은 이러한 실학사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통해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① 이 글에서는 엄 행수라는 하층민을 등장시켜 참다운 사귐에는 신분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어.

② 엄 행수의 삶과 대조하여 무위도식하면서 허욕에 찬 양반들의 위선적인 생활을 비판하고 있는 것 같아.

③ 이러한 인물 설정은 문학에서 소외되어 있던 하층민의 삶을 조명한 것으로, 평등사상과 관련이 있어.

④ 이를 통해 신분 질서를 비판하고 근대적 인간형을 제시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군.

⑤ 이는 결국 하층민이라 할지라도 사대부와 같이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로군.



2번이랑 4번이 헷갈리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2번은 본문에서 가난함을 티내는 선비들을 비판한거라서 '허욕', '위선적'에 위배되는 것 같고,

4번은 신분 질서 비판이라기엔 애매한 점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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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고서 · 750682 · 18/05/30 21:51 · MS 2017

    2

  • 서고서 · 750682 · 18/05/30 21:53 · MS 2017

    높으신분득 거절하고 천한사람을 대우해주는걸로보아 간접적으로 신분제도가 의미없음을드러내서 4번은적절해보임

  • 천생문과인데이과생 · 813728 · 18/05/30 21:55 · MS 2018

    2번이라고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 서고서 · 750682 · 18/05/30 21:56 · MS 2017

    주어진글만으로 판단불가능한거같음

  • 서고서 · 750682 · 18/05/30 21:58 · MS 2017

    그냥 제 의견이고 정답아닐수도잇음 지금 배터리없어서 화면도어둡고.. 참고로 작년 69수능 문학은안틀렷음

  • 경제하는교대지망생 · 751160 · 18/05/30 21:59 · MS 2017

    답 4번아닌가요
    신분제비판은 전혀 찾아볼수가없는데 근대적 인간형도 그렇고

    무릇 선비라면 가난이 얼굴에 나타나면 수치스러운 일이요, 이미 뜻을 이루었더라도 온몸에 그것을 나타낸다면 또한 수치스러운 일이니, 그들을 엄 항수에 비추어 본다면 부끄러워하지 않을 자가 드물 테지.

    양반비판은 여기서 찾아볼수 있죠

  • 천생문과인데이과생 · 813728 · 18/05/30 22:14 · MS 2018

    비판은 맞는데 '허욕'과 '위선적인 생활'을 비판한것이 맞나요? 선비는 가난을 티내서는 안된다라는 내용같은데 좀 오버하자면 오히려 허욕을 장려하는 듯한 뉘앙스같아서요

  • 경제하는교대지망생 · 751160 · 18/05/30 23:59 · MS 2017

    저는 저게 선비는 가난을 티내는걸 부끄러워하기때문에 가난해도 티내지않는다(허욕)으로 읽히네요

    또한 깨끗한자 중에 깨끗하지 않은자 많다
    는 말도 뒷받침해주는 문장이라 보입니다

  • 천생문과인데이과생 · 813728 · 18/05/31 00:30 · MS 2018

    무릇 선비라면 가난이 얼굴에 나타나면 수치스러운 일이요, 이미 뜻을 이루었더라도 온몸에 그것을 나타낸다면 또한 수치스러운 일이니, 그들을 엄 항수에 비추어 본다면 부끄러워하지 않을 자가 드물 테지.

    라는 구절을 보면 "원래는 선비라면 가난을 티내지 않아야하는데, 지금의 선비들은 너무 티를 낸다."라는 뜻 아닌가요? 가난해도 티를내지 않으면 허욕이 맞는데 가난을 티내고 있음을 화자가 비판한 것이기 때문에 허욕이랑 거리가 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