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 Pace [687617]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8-05-01 01:03:29
조회수 10,791

이 늦은 새벽 잠들지 못하는 N수생, 당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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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요


늦었네요 이 시간 까지 안자면 피곤 하지않아요?


혹 마음 한 구석 작은 멍울 처럼 뭉쳐진 외로움이


당신을 잠못들게 하는건 아니지요?


벌써 어느덧 1학기의 절반이 지나갔네요. 


학원 개강과 함께 3월, 4월이 어느새 지나가버리고 지금쯤 모두들 텐션이 최고조에 달아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바쁘겠네요. 


주변 친구들은 벚꽃 보러가서 SNS에 올리고 있고 대학 축제를 준비하고 있을텐데 나는 뭐하고 있나하는 생각도 슬슬 들고, 다시 보는 6월 모의고사는 떨리고,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되어버렸네요. 


반수하는 분들도 무언가 뒤쳐지는 것 같고 과 활동도 부질 없고 무엇보다 마음이 가장 심란해질 시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물어보고 싶어요. 


당신은 왜 그런 가시밭길을 그런 힘든 길을 택한 건가요? 


수능을 두번 세번 보아서 무엇을 얻고 싶은 건가요? 


수능을 더 잘 볼 수 있었어서? 


학벌이란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지금 학교에 만족하지 못해서? 


저마다 셀 수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을거에요. 


방에서 글이나 끄적끄적이는 저에게는 너무나 과분한 이야기들이에요.


그 이야기들을 듣기 전에 잠시 제 이야기해도 될까요?


저는 사실 욕망이란게 없던 거 같아요. 


예상되던 정시 성적과 과분한 수시 결과, 그리고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학교 생활과 동기, 선배들. 


솔직히 반수 한다고 했을 때 놀란 주변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니에요. 


그런 상황에 제가 왜 3월부터 학원을 다니며 반수를 하게 됬을까 기억을 되살려 보아도 될까요?


40년 후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 이 것이 제가 내세운 구호였죠. 


솔직히 조금은 위험한 생각이에요. 


전 겁쟁이거든요. 


욕심을 낸적도, 용기를 낸적도 없었고 언제나 휩쓸려 살아온 나에겐 너무나도 무거운 선택이었어요. 


하지만 하고 싶었어요. 


더 이상 후회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중학교 때 부터 도망만 친 내 자신을, 그 당시 과학고, 특목고 준비도 성실히 하지 못한 걸, 결국 혼자 실패하고 엄마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게된 걸, 좋아하던 한 사람에게 결국 그 한마디를 말하지 못한 것을. 


다시는 그때...로부터 시작되는 그 물음을 마음에 품고 싶지 않았거든요. 


전 믿었어요. 


실패하든 성공하든 무언가 얻을 것이라고, 내가 조금은 달라질 것이라고, 그리고 40년 후의 내가 고마워 할 것이라고. 


그런 단순한 이유로 저는 대학에 입학함과 동시에 학원을 다니게 되었지요.


잠시만 쉴까요? 


이야기가 조금 무거워 진 것 같아요. 


몸과 마음을 녹일 수 있게


차를 준비했어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 쟈스민 , 페퍼민트 , 허브..


음....커피는 안되요


밤은 생각보다 짧으니 따뜻한 차에 입술만 대어도


나쁘지 않을거에요 꼭 커피가 아니더라도


당신이 좋아하는 휘핑 크림 가득들어있는 


마끼아또는 내일 먹어요. 내일은 꼭 먹게 해줄게요


그렇게 차 한잔을 해도 잠이 안오면


양을 세봐요


한마리..두마리...세마리..


너무 뻔하다구요? 그건 그렇지만


정말 효과있어요. 아마 당신 머릿속 목장에


양 백마리가 들어가기 전에...


당신은 꿈 속 어딘가에서 놀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근데 참 이상하네요


새벽이 되었는데도 당신은 참 멋져요


워워 그렇다고 거울은 보지말아요


그렇게 굳이 멋진지 확인 안해도 되요


정말 멋지니까요.


그 대신 창 밖을 바라보아요. 


저는 구름 낀 밤을 정말 좋아했어요. 


학원이 끝나고 셔틀 버스를 타고 내리면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5분간의 산책, 


그 당시 제 삶의 낙이었거든요. 


아무리 힘든 날이라도 잠시 마음을 비우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집에 오면 전부 잊어버리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었어요. 


물론 아닌 사람도 많아요. 


제 말이 그저 오글거리게 들리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도 한번쯤은, 한번쯤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걸어봐요. 


혹시 모르잖아요 정말 기분이 좋아질지..?


자 이제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올게요. 


저는 말한 것과 같이 어쩌면 별거 없는 이유로 반수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생각보다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네요. 


친구들도, 선생님도 솔직히 말하자면 부모님도 절 이해해 준 것 같진 않아요. 


주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었어요. 


넌 남부럽지 않은 대학을 가놓고 왜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한거니? 


충분하지 않니? 


수시 납치당해서 그런거다(친구들은 그렇게 알고 있더군요). 


솔직히 많이 슬펐어요. 


단순히 성적 때문에, 대학 때문에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서,


부모님도 내색은 안했지만 지금 대학도 당신은 만족하신다며 성공을 딱히 바라지는 않는다고, 알게모르게 저에게 상처를 주었지요. 


믿음만 주어도 힘든 시기에 


저런 말들은 솔직히 힘들었어요, 저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로, 저만 이해할 수 있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게. 


그리고 실패했을 때 지금의 마음가짐과 달리 남들이 하는 소리에 휩쓸려 절망하고 힘들어할까봐, 난 실패해도 좋은데 


남들의 시선에 신경쓰게 되어 나만의 페이스를 잃을까봐.


N수생 분들께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어요. 


당신은 옳아요. 


그 누가 뭐라해도 당신의 생각이 옳아요. 


당신의 판단이, 선택이 당신을 가로막진 않을거에요. 


스스로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말이에요.


어쩌다보니 또 무거워졌네요. 


제 반수생활이 별로 행복하지 않아서 그런거 같네요. 


미안해요 


괜히 기운만 빠지게 한 것 같네요. 


학원 다니면서 느낀 것이지만 같은 길을 걷는 친구도 사귀고, 나아가는 자신을 응원하는 부모님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정말 부러운...사람들도 많았어요. 


그런 분들은 저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지금에 페이스에 맞추어, 학습과 관련된 다양한 글을 읽으며 그대로 나아가면 될 거에요. 


그대를 응원해요!


세상엔 성격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외모도, 행동도 다른 사람들 뿐이에요. 


그렇기에 1년을 어떻게 쓰는가는 셀 수 없을만큼의 다른 방법이 있겠죠. 아마 대부분 학원을 다닐거에요. 


저 역시 학원을 다녔으니 학원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볼 게요. 


제가 다닌 학원은 작은 고등학교의 느낌이었어요. 


야자가 강제라는 것을 제외하면, 반 친구를 사귀고, 급식을 먹고, 이동 수업과 수능 공부를 하는 그런 모습. 


어떻게 보면 학교라는게 이런 모습을 따라간 건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정리하자면 어떤 모습을 원하느냐에 따라 1년은 다를거에요. 


친구를 사귀고 싶으면 사귀고, 아니면 말고, 모두 당신의 선택이에요.


저는 학원 친구를 사귀고 주말에 함께 공부하고 힘들 때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꼈지만 그 시간에 공부하는게 낫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면 돼요. 


당연한 말인가요?


그럼 미안해요.


저보다는 더 행복하게 수험생활을 했으면 해서


잔소리가 나왔나봐요.


그럼 이제 글이 길어졌으니 슬슬 끝을 맺어볼까요. 


이제 어느덧 6월 모의고사가 한달 남짓하게 남았고 슬슬 바빠져야할 거에요.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지금부터 팽팽해진 줄은 수능이 오기 전에 끊어져 버릴거에요. 


물론 느슨해져서도 안돼요. 


평가원 시험은 잘봐야 하거든요. 


왜냐구요? 


그래야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작년의 당신과는 확연히 달라진 점수를 실력을 미래를 상상해봐요. 


N수가 낙인이 아닌 미래를 위한 준비로 보일 거에요. 


물론 시험을못 볼 수도 있어요. 


생각보다 실력이 늘지 않아서, 컨디션 조절이 힘들어서, 트라우마가 있어서, 수많은 이유가 있을거에요. 


그럼 그대로 나아가면 되요.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고 당신은 당신의 부족함을 알게되었어요. 


무엇보다 실패를 느끼게 되었어요. 


그 다음에는 실패하지 않을거니깐, 떨지말고 열심히 앞만 보며 나아가요.


"도망쳐보지 않으면 나중에 먼 훗날 지칠 때 그 때 이런 삶에서 도망칠 걸하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역시 마지막은 명언 비스무리한걸로 끝맺게 됬네요. 


1년은 짧고도 긴 시간이에요. 


성공하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실패하는 사람도 있을거에요. 


그 무게는 결코 가볍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후회는 하지 말아줘요. 


모두 당신의 선택이었고 당신이 걸어온 과정이에요. 


성공한다면 1년으로 당신의 일생이 바뀐거에요. 


실패한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요.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의 정해진 운명을 바꾸기 위해 나는 가장 무거운 선택을 했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그 무게를 아는 당신이 앞으로의 삶에 후회를 남길 것 같나요? 


아니에요. 


그 모든 경험은 징검다리가 되어 그대의 삶을 한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거니깐, 


울지 말아요 그대.


자 그러니까 이제 눈을 감고 양을 세요


내일이 와야 당신은 파스타와 달콤한 마끼아또를


즐길 수 있으니까.


내일이 오려면 지금은 잠들어야 하니까.


양을세요.


난 당신의 그 달콤한 꿈 밖에서


그대라는 꽃봉우리가 필 수 있도록 도와줄게요


그러니 이제 잠들어요


잘자요


당신이 잠든 그 시간 만큼은


당신 주위를 흐르는 바람조차


달달하길 바랄게요.




intro/outro 출처 http://jungkooki.byus.net/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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