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yBlue [639499] · MS 2015 · 쪽지

2018-04-08 16:43:26
조회수 1,847

꿈 같던 4년을 뒤로하고 난 물러간다...txt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6767595

꿈 같던 4년을 뒤로하고 난 물러간다...ㅇㅇ 2018.04.08 09:07조회3350댓글19

175.223.**.**크게

어제 술 진창 마시고 이제 정신차릴겸 고시원 옥상 왔다...

일요일 아침에도 바쁘게 움직이는 저 사람들도 목표가 있고

내 옆방의 순경친구도 아침부터 부시럭거리고 나가던데

나는 이제 휴지조각 책더미와 들어가기도 싫은 퀴퀴한 방과

공시 4년차 낙방 타이틀 밖에 없다...

시발...인생 좆같다. 임금체불 돼서 사장실에서 깽판치고 퇴사하며

사람답게는 살아야 겠다 싶었다.

공무원 하겠다고 말하니까 그래 한 번 해보라며 차표도 끊어주셨는데

혼자 계신 엄마한테 서울 잘 도착했으니 걱정말라고 전화히던데 엊그제인데

이제 내려간다는 전화를 해야하는게 좆같다...

학원 가는 길에 보이던 장수생들을 속으로 손가락질 하고,

컵밥에서 고시식당으로 갈아타고,

누가봐도 초시생인 듯 새벽같이 학원갔다가 페이스 잡고,

응시자 몰린다는 뉴스와 많이 뽑는다는 뉴스 한 두 줄에 일희일비 안 하고,

자습실에서 내가 마지막 퇴근도장 찍기도 하면서

합격생 루트 따라가는 줄 알았다.

근데 3년차 떨어지며 시발 나는 예외겠구나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번 들더라...

그래도 꾹 참고 매일 잔고 확인하며 올해가 마지막이라 생각했는데

어제 국어 국사 보면서 참았던 설움 터지면서 괜히 엄마 생각 나며 눈물 고이더라...

어제 중동중학교에서 코 훌쩍 거리는 병신 때문에

혹시 시험 못 본 사람들 미안하다...

1년만 더 하면 될 것 같은 마음이 지금도 올라오지만 이제는

그게 유혹이고 중독인걸 알기에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시험 몇 달 전에 고향 가니까 그새 또 엄마는 주름살 하나 늘으셨더라...

집에서 회사 다닐때는 몰랐는데 타지 나와 가끔 보니

하루하루 늙어가시는 게 보이더라...안 되는 것 붙잡고

고생하는 아들 걱정 때문인가 싶기도 하면 내가 여기서

3년이나 뭐 하고 있나 싶기도 하더라...

내려가서 책이랑 식권 고시원 지인들 주고 방 청소 해야겠다...

나는 그래도 경쟁률을 뚫고 합격할거라는

처음 노량진 역에서 내렸을 때 느낀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을 더이상 갖기에는

내 공무원 준비 햇수랑 엄마 주름이 너무 많아져버렸다..

고향 내려가서 취직자리라도 알아볼 생각이다..

이와중에도 안정권이라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그래도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이만 놓는 때인것 같다..

너희들은 합격해라.

안녕...


출처

http://m.dcinside.com/view.php?id=government&no=8849484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