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8한 리뷰] 셰이프 오브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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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말 좋은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제 인생 최고의 영화 중 4위 정도 되는 것 같네요. 강대 모의고사로 인한 불쾌함을 깔끔히 없애줄 정도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암이 나앗읍니다) 헬보이 시리즈나 퍼시픽 림 시리즈 같은 영화를 만들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이런 영화들을 만들 줄이에요. 역시 사람은 오래봐야 아는거죠.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혼자 보는걸 추천드립니다. (내가 혼자 봐서가 아니라....ㅠㅠ 영화 같이 볼 친구도 없는 찐따새끼 ㅠㅠ)
때는 우주산업으로 한창 미국과 소련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1960년대, 미국의 항구도시 볼티모어에 말을 못하는 언어장애인 '엘라이자 에스포지토'라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극장 위 허름한 집에서 살며, 정부 소속 연구소에서 청소부로 일하면서 살아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소에 아마존에서 신으로 숭배받던, 물고기와 사람을 섞은 듯한 기괴한 모습을 지닌 '양서류 인간'이 실험체로 잡혀들어옵니다. 엘라이자는 일하던 중 조심스럽게 그와의 소통을 시도하고, 그 이후 그들의 사이는 점점 깊어갑니다. 그들의 관계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청록색이 맴돕니다. 화장실에부터 시작해서 탈의실, 주차장, 연구실, 출근길 버스 안, 심지어 연구소까지도요. 거기에 오묘한 ost와 1960년대의 음악, 클래식 음악이 뒤섞여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영화 중간중간에 당대의 영화들이 등장합니다. 그 영화들이 어떤 영화인지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제 지식이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했네요.
청록색이 이 영화에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개인적인 해석을 애기하자면, 청록색은 엘라이자를 구속하는 일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저에게는 보였습니다. 그녀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시간에 청록색 욕조에서 자신을 위로(?)하고 (이 부분이 좀 충격적이었음;;), 똑같은 시간에 청록색의 빛이 들어오는 버스에서 모자를 베게 삼아 쪽잠을 자고, 똑같은 시간에 청록색 출석체크표에 출석 도장을 찍고, 청록색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청록색 실험실에서 청소를 합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이런 청록색을 그녀를 자유롭게 해주는 색깔로 바꿔주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양서류 인간이죠. 그와 함께할 때의 청록색은 그녀를 피곤한 일상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고, 그녀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색깔로 탈피합니다.
극이 진행되다 보면 청록색 빛이 가득했던 그녀의 출근 버스 안에 붉은색 햇빛이 들어오는 장면이 몇 번 등장하는데, 이는 엘라이자의 마음을 투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청록빛의 칙칙하고 우중충했던 그녀에 일상에 양서류 인간은 말 그대로 한 줄기 햇빛이었겟죠.
이 영화는 이렇듯 색감을 통해 시각적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인물의 마음까지 보여주는, 상당히 섬세한 연출이 돋보입니다. 꽤나 눈과 귀가 행복해지는 영화였습니다. 잔인한 장면들만 좀 제외하면요. (귀여운 냥냥이를 그렇게...ㅠㅠ)
원래 저는 샐리 호킨스라는 배우가 누군지도 잘 몰랐습니다. 처음 딱 나왔을 때는 사실 그렇게 좋진 않았습니다. (왠 아줌마가...) 싶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선 이 분이 나온 다른 작품도 보고 싶어질 정도로 매력적이게 보였습니다. 감정이 폭발하려고 하지만 이를 표출해내지 못하는, 그 한이 서린듯한 손짓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이클 새넌의 악역 연기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극에서 가장 현실감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던것 같네요. 직장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더러운 짓거리를 서슴치 않는 그의 모습에 호감은 가진 않았지만 동정심이 느껴졌습니다. 꽤나 설득력 있는 악역이었습니다.
스토리 중간중간에 허점이 조금씩 보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개연성을 갖추었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비현실적이게 흘러가 다소 스토리가 붕뜨는 것을 현실적인 다양한 악역들의 모습과 당대 사회현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무게를 잡아줍니다.
본 작에 나온 당대의 가치관과 사회현실을 언급하자면, 극중에서 흑인들은 대놓고 차별당하고, 일터에서 여성이 노골적으로 성희롱 당합니다. 장애인과 동성애자 또한 멸시를 받습니다. 국가 간의 경쟁은 극에 치닫고, 이로 인해 개인은 완벽함을 강요당하고, 희생은 당연시되죠. (어? 이거 완전 요즘 애기 아니냐) 네, 그렇습니다. 사실 이 모습은 현재의 모습과 다를게 없습니다. 그 정도가 조금 나아졌을 뿐, 50여년의 세월동안 이 세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속에서는 수 많은 대사가 오갑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대화와 소통을 하는 이는 실질적으로 대사 한 마디도 없는 엘라이자와 양서류 인간, 그리고 엘라이자의 수화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밖에 없습니다. 말을 주고받는 이들은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할뿐, 다른 이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나요? 소통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앞에서 애기한 모든 건, 그냥 잊으셔도 좋습니다. 이 영화를 볼 때 필요한 건 비판적 시선도, 영화적 분석도 아닌, 그저 두 주인공의 순수한 사랑을 지켜볼 순수한 마음이니까요.
최종적으로 별점 ★★★★☆(9점) 매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번역해주신 황석희 번역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제발 박지훈은 좀 꺼져라...)
다음 리뷰는 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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