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to.새내기] 9. 미련과 만족 사이(마지막)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5870303
안녕하세요, 연세대 총장입니다. 이제 최초합 발표도 막바지에 다다랐네요. 드디어 올해 입시도 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제 칼럼도 오늘을 끝으로 더이상 볼 수 없을테구요. 그래서 오늘은 모든 합격생 여러분들께 하고싶은 말을 해보려고 합니다.
합격과 불합격. 한 글자의 차이지만 전혀 반대되는 결과를 말하죠. 합격자가 있다면 반드시 불합격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결과가 단지 운에 의한 것이었는지, 확연한 실력 차이에 의한 것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죠. 하지만 어떤 전형이든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가르는 선에 걸쳐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유의미한 차이가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한 번'이라는 선택을 하는 것일거구요.
저는 여러분들께 이런 말을 하고싶습니다. 현재 자신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지라도 무턱대고 "나 반수할거야"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한 번 겪어보세요. 혹시 모르죠 그 학교가 여러분과 더 잘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한 학기를 생활하고도 그 학교가 나랑 안맞는다, 혹은 미련이 남는다면 반수를 하는 것도 괜찮아요. 하지만 한 번 다녀보지도 않고 그냥 이름을 위해 무턱대고 반수 선언을 한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 무조건 SKY가 답이다? 서울대가 답이다? 아니예요. 지금은 수험생의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맨 위에 있는 대학에 가기를 소망하고 또 그걸 원하겠죠. 하지만 맹목적으로 그것만 추종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 서울대라고 하면 모든게 다 될 것 같죠? 정말 최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죠? 이름 하나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죠? 아니예요. 대학교는 교육기관이예요. 취업사관학교가 아닙니다. 대학에 와서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생활하고 배우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대학의 이름 하나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특히 중경외시에서 서성한을 가기 위해 반수를 계획하시는 분들, '한 급만 높이면 될텐데'라고 생각하고 "서성한 상경에서 SKY 낮은 과라도.."라고 말하시는 분들, 굳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만약 고대 인문을 붙고 성대 상경을 붙었다면 성대 상경을 갈 확률이 더 높았을걸요. 맹목적으로 이름만을 추종하는건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거죠. 이 학교를 못 간게 아쉽긴 하지만 저 학교가 자신한테 더 잘 맞고 자신을 더 잘 챙겨줄 수도 있어요. 합격생 신분인 겨우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자기가 그토록 3년내내 선망하던 학교에서 떨어졌다면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죠. 그래도 한 학기는 다녀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그 때도 만족이 아닌 미련이 남는다면 그 때 반수를 시작해도 늦지 않아요.
"학벌 카르텔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저 말을 하냐"라고 말을 하시는 분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기 때문에 이 말을 하는 것입니다. 왜냐, 실상을 모르면 허상에 목을 매달 수 있기 때문이죠. 저 역시도 서울대가 가능한 성적이었는데 부모님이 불안하다고 해서 서울대를 안 썼었습니다. 결과는? 878 최초합 셋에 전장 둘이었죠. 딱 합격을 봤을 때는 기쁨과 동시에 '아 서울대 써볼걸'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1년 동안 학교를 다닌 지금, 제 생각은 제 선택에 대해 만족합니다. 학교생활과 학교가 제공하는 환경 모두 후회없이 만족합니다. 하지만 제가 만약 학교를 다니기도 전부터 반수를 계획했다면 이러지 못했겠죠.
미련과 아쉬움은 한 끝 차이지만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현재 만족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미래에도 만족을 하지 못할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그 불만족이 미련으로 계속 남는다면 어차피 반수를 하는 것이 정답일테고, 한순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면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고 그대로 열심히 살테니까요.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럼 제 칼럼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동안 오늘까지 아홉 개의 칼럼을 통해 새내기 분들께 조언 아닌 조언을 드리려고 했는데 큰 도움이 되셨으려나 모르겠네요. 다들 즐거운 새내기 라이프를 즐기시길 바라면서, 저는 이만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저를 보고싶으시다면 에피 오프에 지원하시면 됩니다! 2월까지는 제 임기라 탈퇴를 하진 않을거니까 따로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시거나 쪽지를 보내주세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최근 나온 “마인 캄프 더 무비“를 참고하도록
-
글도 교재 작업도 올 중단인 상태.... 5/9 이후에 옯북스 출판 예정 교재...
-
13 김기훈 피니싱터치 16 심우철 17 412 <- 이게 개씹레전드 19 구조독해...
-
황혼에서 추상적 관념을 구체적 대상으로 형상화하는 부분이 있음?
-
으어 취한다~~ 1
-
귀뚫엇긔? 8
-
수학 과탐 수특 2
수학 3개, 과탐 2개 ——> 며칠컷 가능인가요?
-
작년에 수능의 ㅅ도 모를땐 그 ㅅ만 알면 ㅅㅑ대가 기다릴 줄 알았는데 정신이 정말...
-
넵
-
주변 고등학생들은 다 풀고있길래 풀어볼까 싶기도
-
글을 볼 가치가 없음 리밴지 포르노에 몸캠에 시발
-
제목 보니까 리벤지 포르노? 이런 류 유출 영상 같으면 볼거임? 안볼거임?
-
평범한 오르비언 노오르비언 노르비언 노르웨이 노로바이러스
-
앞으로 1년 반 동안 1,2과목 전부 공부해서 통합과학도 가르칠 수 있는 강사가 되야겠습니다
-
중등 독서고 뭐고 다 떠나서 모든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함...
-
아
-
안녕하세요. 현재 충남대 인문계열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학교는 수시 교과로...
-
6모때 5
백분위 많이 떨어지나요? 쳐맞아봐야 메타인지 쌉가능인가
-
돼지 5
4월부터 공부했는데 3키로 쪘다… 큰일이다
-
ㄹㅇ 손가락 검
-
좀 있다 어려운 문제 풀고 해설해야하는 데 머리가 무거움
-
이번에 가재서 끌려갈예정임
-
24(미적) 25(확통)수능 백분위 92정도면 뉴런부터 해야함, 드릴부터 해야함?
-
멜로디 자꾸 머릿속에서 멤돌아.. 퉁퉁퉁퉁퉁 사후르~ 퉁퉁퉁퉁퉁 사후르~
-
하남자 상남자
-
'릿밋딧 아직은 하면 안 되겠지..?'라며 무서워서 겁내는 사람 -> 인강...
-
… 2
너무 슬퍼하지 마라.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
문신한사람들 어쩌다가 그런 길을 걷게됐는지 궁금함 10
그냥 귀여운 타투 이런거 말고 무슨 꽃이나 뱀 이런거 다리나 목에 한 사람들...
-
2017 9평싱어O롤스O:절대 빈곤 해결을 위한 원조는 보편적 의무로 간주해야 한다...
-
이거 강제추행으로 고소될 가능성 있나요? 저 인생 망했나요? ㅠㅠㅠㅠ 4
고3 남자입니다 서울 시내버스 저상버스 앞자리에 앉아있다가 내리려고 뒷문으로 가는...
-
정승제 개때잡 0
쉬운 강의 맞죠..?? 개념 문제에 어3이랑 4점 집어넣고 풀게 시키는데 이게 맞나 싶네요...
-
난 기열수시가
-
미마정은 뭐지 2
닉 별로네
-
쉬운 시험지였나요?ㅠ 전 풀면서 뉴런에서 본 문제가 있어서 푼거지 그게 아니고...
-
어케 생겼나요
-
희미해지네 7시간 해놓고 으아아 졸라많이했다! 그러고 푹 쉬고
-
숨긴 사실이 있음 10
나 사실 9수임...
-
사탐런 4
생1지2한다고하니 주변에서 개미친새끼 취급받음 근데 생명 제외 나머지 과탐들은 짐짜...
-
시험기간이라서 그런가 스카에 ㅂㅅ같이 떠드는새끼들이 미친듯이와있네 시험 다뒤져라
-
힘들다
-
지금은 왜 듀 입술이 유행인것이냐
-
프사가 핑뚝임
-
안녕하세요. 어수강 박사입니다. [신성고] 2025년 공통수학1 중간고사 기출문제...
-
이새끼들 발표 처음에 똑바로 안했어 나쁜놈들
-
그러니 안나오지 평가원 인강 보는거 100퍼 확실
-
걸어감 ㅅㅂ
-
중장비같은거
-
19렙임
ㅠㅠ총장님글이제못본다니 똑땅
더 오래 남아있긴 그래여..
흐아ㅏㅏㅏㅏ2월끝마몀 탈르비하는건가요
빠빠이..
학....이렇기된이상에피오프를 신청해야겟어요
저 에피모임 신청해야하는데 ㅠㅠ
산화... 란초
이 말을 배재대생이 했다면......
오르비 계정을 탈퇴하시나요? 꿀팁으로 가득한 글이 산화되면 아쉬울텐데 ㅜ
글 감사합니다. 고대를 아쉽게 떨어지고 한양대를 가서 정말 반수 고민 많이 했는데 우선은 한학기 열심히 다녀봐야겠어요! 글 프린트해서 잘 보관해놓고 있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