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383625] · MS 2011 (수정됨) · 쪽지

2018-01-30 00: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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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질문글에 댓글이 안 달리는 이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5836415

어제, 오늘 오르비를 달궜던 친목 논란에서 친목의 악영향의 하나로 공부 질문글이 묻힌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소위 친목하는 네임드 유저들의 별 거 아닌 잡담글에는 댓글이 많이 달리는 반면, 뉴비의 공부 질문글은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댓글조차 달리지 않는다는 거였죠.


저는 이 주장에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공부 질문글에 댓글이 달리지 않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2003년 말에 오르비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햇수로 16년째 오르비를 이용해오고 있습니다. 처음 오르비에 공부 관련 글을 올린 때는 2005년이었고 그 후로 쭉 한국사에 대한 도움글을 작성하거나 질문글에 댓글을 달고, 쪽지에 답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부 질문글이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감사할 줄 모르는 질문자


질문글에 댓글을 쓴다고 해서 대가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수험 관련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죠. 자신의 시간을 써가면서 말이죠. 하지만 감사하다는 한 줄의 대댓글조차 거의 받지 못합니다. 상식적으로 질문을 해서 답을 받았으면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해야 하는데 오르비에 올라오는 질문글에 그런 인사를 구경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대댓글이 달리는 경우는 대개 추가 질문이 있는 경우죠.


심지어 어떤 작성자는 원하는 답을 얻은 뒤 글을 삭제하곤 합니다. 오르비에서 열심히 장문의 댓글을 작성했는데 새로고침을 클릭했더니 글이 사라져버린 상황을 겪은 분들이 제법 많을 겁니다. 이럴 때 댓글 작성자는 힘이 빠집니다. 인사를 듣기는커녕 아예 자신이 쓴 댓글 자체가 날아가버렸으니까요.


이런 일 몇 번 겪다 보면 공부 질문글에 댓글을 잘 안 달게 됩니다.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듣지도 못하는데 왜 아까운 시간 써가며 남을 도와야 하나요?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낫죠.



2. 똑같은 질문의 무한 반복


오르비에 올라오는 공부 질문글의 대다수는 인강 질문, 커리 질문, 과목 선택 질문, 문제집 선택 질문 등입니다. 매우 정형화되어 있죠. 제가 답하는 한국사를 예로 들자면,


① 한국사 인강 누구 듣나요?

② 한국사 공부 언제 시작하나요?


이 두 질문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다른 과목도 대동소이합니다. 이렇게 비슷한 질문이 심할 때는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옵니다. 댓글 달고 돌아서면 또 같은 질문이 올라오죠. 전에 쓴 댓글 복붙하고 싶어집니다.


많은 오르비언들이 검색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내용은 며칠 전, 몇 달 전, 1, 2년 전 누군가가 이미 질문했던 내용이고, 또 누군가가 이미 답을 해놓은 내용입니다. 지구과학1 인강 오지훈을 들을지, 김지혁을 들을지 고민되시나요? 그럼 검색창에 '지1'이나 '오지훈', '김지혁'으로 검색해보세요. 수십, 수백 개의 글이 쏟아집니다. 그것들 먼저 읽어보고 그런 다음에도 궁금한 게 생기면 그때 질문글을 올려도 됩니다.



3. 나부터 댓글을 달아보자


커뮤니티는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르비를 보면 활동하는 사람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친목을 하는 사람도, 질문글에 댓글을 다는 사람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죠. 어떤 사람이 저격글을 올립니다. 친목하는 사람들 때문에 질문글이 묻힌다고. 저는 조용히 그 글을 쓴 사람의 활동 내역을 살펴 봅니다. 올린 글도, 쓴 댓글도 거의 없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럼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자기는 질문글에 댓글 안 달면서 남 탓을 할까? 질문글에 댓글 안 달리는 게 안타까우면 먼저 자신부터 댓글을 달아야 하는 거 아닌가? 자기는 아무것도 안 하고 질문글을 넘기고 있으면서 대체 누구를 탓하는 걸까?


댓글 쓰는 사람, 얻어가는 사람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누구라도 자신이 아는 선에서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누구라도 도움을 얻어갈 수 있는 곳이 오르비입니다. 오르비가 수험생 사이트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간다고 생각된다면, 먼저 본인부터 오르비가 수험생 사이트로 기능할 수 있게 질문글에 댓글을 다는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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