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34567890 [724461] · MS 2017 · 쪽지

2018-01-27 05:01:35
조회수 9,594

말할곳도 없고... 그냥 여기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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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12월이었나


건대입구에서 두 친구를 만났다. 서울로 대학을 다니는 녀석들이라 자주 가는 곳이 있다며 고깃집으로 안내해줬다.


하려는 얘기는 그 중 한 놈인데, 근근히 만나기는 했지만 음...반년만이었던 것 같다. 그 사이에 전화는 두어번 했고.



맛나게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돈이 안맞더라. 보니까 콜라 2000원을 계산을 안하셧더라구 그래서,


"우리 콜라 먹었지?"  "....."


" 저희 콜라 입력하셨어요?"


"아 콜라 시키셨어요?"   "네"


"그러면 ~입니다." 


하고 나오는데 그 녀석이

 

" 아 왜 말했어"


" ? 뭐가"


"그런거 말하는거 아냐"


"우리가 콜라를 안 먹은 것도 아니고 당연히 얘기해야지"


그 놈이"oo(필자)이가 아직 모르네~"  하고 다른 놈이 "그러니까 그걸 왜말해 아"


하길래 순간 짜증나서


"그럼 먹은걸 안먹었다고 하냐? 내가 분명히 콜라를 먹었는데 그 값을 지불하는 게 잘못된거냐? 시x 돈 때문에 그러는거면 내가 다 낼게 하 시x 어이없네.."


그러고 잘 놀다가 헤어졌다.




나는 작년 초에 대학을 자퇴했고, 재입학 신청을 했었다.


재입학 면접을 본다길래 급하게 보러갔다. 면접통보 다음날 오전 10시에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학생이 왜 자퇴를 했고 다시 재입학 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보세요."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자퇴했다고 말했고 무엇보다도 당시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자퇴했고 재입학하는 이유는 수능성적이 생각처럼 안나와서. 라고 답했다.


당연히 떨어질거라고 생각했고 떨어졌다. 면접관님이 이렇게 말하는 데 합격을 논할 수는 없었다.


"이런 자리에선 그렇게 말하면 안돼요"

"신청만 한다고 다 되는건 아니라는 것, 알았으면 좋겠고 이만 가보세요"


음... 바보가 아닌이상 붙을거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암튼 그러고 나서 그 놈과 전화를 했는데


"ㅋㅋㅋㅋ하 그렇게 말하면 어떡하냐 입 털어야지 너 잘하잖아"


"뭐 그렇긴한데 거짓말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어. 안되면 어쩔 수 없지." 


"아니 면접장에서 그러면 나같아도 안뽑겠다"


맞는 말인데 뭐 난 정말 있는 그대로 말했으니까 후회하지 않았다.




20살


육사 면접 갔을 때 자소서 문항을 빈칸으로 제출했다. 리더쉽 관련 질문을 .찍고 냈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생도대장님과의 면접에서 물어보시더라


"학생은 왜 리더쉽 부분을 안 썼어요? 할 말 있으면 해보세요."


"저는 작년에도 육사 면접을 보았고, 자소서 문항 또한 전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자소서 내용을 준비할 때, 장교로서 리더쉽은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라 생각했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준비한 부분입니다. 전부 입력해 놓고 마지막으로 쓴 내용을 검토하는데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작년 기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신다면 억지로 쥐어짜듯이 적었다는 걸 아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올해도 똑같은 내용으로 준비했는데....좀 부끄러웠습니다. '이 정도 활동으로 리더쉽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게 진짜 내가 생각하는 리더로서의 자질이 맞나?'  저는 성적이 많이 부족해서 가장 일찍 교실문을 여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가장 늦게 교실에서 나오는 사람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그냥 너가 반장하라고 했고 친구들도 그냥 저보고 하라고 했는데 1차시험이 얼마남지않아서 거절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글로 적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글을 지우고 그대로 제출했습니다."


당연히 합격.



19살


자소서 쓰기 바쁠 때, 나는 자소서 쓰지도 않으면서 다른 친구들 쓴 걸 봐주는 이상한 놈이었다.


그러다가 그 놈한테,


"야 애들 거 보는데 '재가 저런 걸 했던가?' 하는 게 많더라. 자소서 소감만 보면 자기성찰을 너무 잘해."


"ㅋㅋㅋㅋ 내거도 그래. 솔직히 나 공부 엄청 안했는데 안했다고 쓸 순 없잖아. 요즘 사는 것처럼 공부 열심히 했으면 이렇게 할 필요 없었을텐데ㅋㅋ"


"ㅋㅋㅋ뭐라 썻냐?"


"안돼 완성되면 보여줌 ㅋㅋ"


그 놈은 정말 성적만 보면 말도안되는 대학을 합격했다. '와 이게 말이되나?' 싶을 정도. 본인도 인정한 부분이다.




17살


중학교 동창인 그 놈은 고등학교 들어와서야 친해졌다. 그 전엔 이름도 몰랐다. (난 얼굴도 몰랐다)


그러다 기말고사였나? 다른 학교도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채점하고 한명씩 주관식 확인을 했었다. 점수가 맞는지 보라고.


한국사 확인을 하는데, 점수가 달라서 보니까 내 답이 틀렸는데 맞았다고 채점하셨더라, 그래서 말했다.


"선생님 이거 답이 틀렸는데 맞았다고 채점하셨어요."


"....어 그러네. 틀렸네. 와 너 진짜 대단하구나."


"??"


"보통 이런건 말 안하거든 굳이 말 할 필요 없으니까"


"아 네... 암튼 그러면 저 00점이죠? "그래"


그러고 자리로 돌아가는데 뒤에서 "자 박수"


박수 받고나서 반응이 다양했는데, 그냥 '신기한 놈이네'하고 쳐다보는 놈. '그래서 몇점인데?' '재는 저거 틀려도 점수 높잖아.'  '아 나도 재만큼 점수 나오면 저렇게 한다.' '좀 멍청한거지 저걸 왜말해'' '재는 저거 (손해) 크지않냐?' '오 그럼 나 00등이다.'


그 날 점심시간에 그 놈하고 이 얘길했었다.


"오~ oo이 멋있었다."


"야 난 솔직히 애들이 왜그러는지 모르겠어"


"뭐가"


"아니 난 그냥 당연히 할 걸 했는데 반응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한것인양 오바하잖아. 길가다 주운 지갑 근처 경찰서에 맡겼다고 박수 받을 일이 아닌 것처럼 틀린걸 틀렸다고 했을 뿐인데 뭔 박수야;"


"어...그게 맞지 그게 맞는데 그러는 사람이 없다보니까 그러는거지. 누가 내 불이익 감수하면서 굳이 그렇게 하냐? 내 잘못도 아니고 내 책임도 아닌데 가만 있으면 이득보는데 누가 그래. 그러니까 그러는거지."


"그래 그런사람 많지않지. 그런데 옳은 일을 했다고, 선행이 아니라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할 일을 했다고 박수 받는 것 자체가 웃기는거라고. 당연한 일을 했으면 내일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인양 받아들이면 되는데, 그러지 않고 특이한 일인 것처럼 대단하다느니 멋있다느니 말하는 거 자체가 그런 일들을 못하도록 막는거라니까? 틀려도 내 탓이 아니면 닥치고 있는 분위기. 그 틀을 깨면 관심 받는 분위기. 도대체 뭐하자는건지 모르겠어.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여기면 그러면 안되는거 아니냐? 다 알텐데 뭐하자는건지. 아 암튼 하지마라. 멋있다느니 대단하다느니 하지마라."


"ㅋㅋ알았다. 근데 참 멋있네 그 생각이. 방금 니가 말한 그 생각 자체가 너무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좋네 새x"


"ㅋㅋㅋ뭐래냐 들어가자"


이 때 난 멋있다고 하지말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콜라 값2000원을 더 낸 이유, 이 때의 생각을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가지고 있는 이유가 그 놈이 나한테 '생각이 멌있다'고 했기 때문이란걸 그 놈이 알까?


4년정도 지났는데 왜 이렇게 변했냐.








p.s 그냥 생각나서 썼는데 2시간 걸렸네 ㅋㅋㅋㅋ 글 쓰는게 만만치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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