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국어 [795735] · MS 2018 · 쪽지

2018-01-18 13:05:03
조회수 731

옛날 국어 소설 기출입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5520535

지문 제목은 창선감의록인데 03학년 수능인가 그렇네요. 지문 좀 어려운거 같은데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뭔가 지문유형이 지금이랑 좀 다른것 같기도 하고

화욱에게는 세 부인이 있었는데, 심씨에게서 장자 화춘을, 정씨에게서 차자 화진을, 그리고 요씨에게서 딸 화빙선을 얻었다. 요씨는 일찍 죽었고, 후에 화욱과 정씨가 잇달아 죽었다. 성 부인은 화욱의 누이로, 과부가 되어 친정에서 지내고 있다.

하루는 요 부인의 유모 취선이 빙선 소저를 대하여 흐느끼며 이르기를, “어르신과 정 부인의 은덕으로 소저와 둘째 공자(公子)에 대해 염려하지 않았더니, 두 분이 돌아가시매 문득 독수(毒手)에 들었으니 이 늙은이가 차라리 먼저 죽어 그 일을 아니 보고자 하나이다.” 소저가 눈물을 삼키며 대답하지 않더니, 취선이 또 말하기를, “정 부인이 돌아가신 후에 그분이 거하시던 수선루(壽仙樓)의 시녀들이 가혹한 형벌을 받은 자 많으니, 아아, 정 부인이 어찌 남에게 해악을 끼쳤으리오?” 하니, 소저 또 대답하지 않더라.
이를 난향이 창밖에서 엿듣고 심씨에게 고한대, 심씨 시비(侍婢)를 시켜 소저를 잡아 와서 꾸짖기를, “네 년이 감히 흉심(凶心)을 품고 진이와 함께 장자(長子)의 자리를 빼앗고 나를 제거하고자 천한 종 취선과 모의한 것이 아니냐?” 하니, 소저가 당혹하여 말도 못하고 구슬 같은 눈물만 흘릴 따름이라. 심씨 또 화진 공자를 오라 하여 마당에 꿇리고 큰 소리로 죄를 묻기를, “네 이놈 진아, 네가 성 부인의 위세를 빙자하고 선친(先親)을 우롱하여 적장자(嫡長子) 자리를 빼앗고자 하나 하늘이 돕지 않아 대사(大事)가 틀어졌더니, 도리어 요망한 누이와 흉악한 종과 함께 불측(不測)한 일을 꾀하였도다.” 하니,
공자가 통곡하며 우러러 여짜오되, “사람이 세상에 나매 오륜(五倫)이 중하고 오륜 중에 부자지간이 더욱 중하니, 부친과 모친은 한 몸이라, 소자 선친의 혈육으로 모부인을 가까이 모시고 있는데 어찌 이런 말씀을 하시나이까? 누이가 비록 취선과 말하긴 하였으나 사사로운 정을 나눔이 큰 죄 아니고, 혹 원망의 말이 있었어도 취선이 하였지 누이가 하지는 않았으니, 바라건대 모친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베푸소서.” 소저 여짜오되, “큰집 작은집이 모두 혈육이니 이 자리를 빼앗고 저 사람과 협력한다는 말씀은 만만부당하나이다.” 하니, 심씨 크게 노하여 쇠채찍을 잡고 소저를 치려 하니, 공자는 방성대곡(放聲大哭)한대, 화춘의 부인 임씨가 심씨 손을 붙들고 눈물을 흘리며 만류하니 심씨 더욱 노하여 노비로 하여금 공자를 잡아 내치라 하고, 임씨를 꾸짖어, “너도 악한 무리에 들어 나를 없애려 하느냐?” 하더라.
이때 비복(婢僕)들이 황황히 중문 밖에 모여 흐느끼더니, 마침 빙선의 약혼자 유생이 화씨 집으로 오다가 공자가 찢어진 베옷에 머리를 풀어 헤치고 나오는 것을 보고 크게 놀라 물으니 공자가 부끄러워 대답을 못하는지라. 유생이 큰 변이 있는 줄 알고 화춘을 만나려고 시묘(侍墓)하는 곳에 가니 춘이 없는지라. 동자가 한송정(寒松亭)에서 낮잠이 드셨다고 아뢰니, 유생이 그곳에 올라 보니 과연 대공자(大公子)란 자가 창틀에 다리를 높이 얹고 코를 골며 옷을 풀어 헤치고 자고 있거늘, 유생이 탄식하기를, “쯧쯧, 도척(盜跖)과 유하혜(柳下惠)*가 세상에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더니, 어찌 오늘 다시 이런 형제를 보는가?” 하고 발로 차서 깨우면서, “그대의 집에 큰 변란이 일어났으니 빨리 가 보라.” 하니라.
화춘이 놀라 급히 내당에 들어가니 심씨 바야흐로 계향으로 하여금 빙선 소저를 매질하고 취선은 이미 6,70대를 맞고 다 죽어 가는지라. 심씨 화춘이 오자 손뼉 치고 펄쩍펄쩍 뛰면서 소저와 취선의 말을 더욱 꾸며서 화춘을 격노케 하니,
화춘이 이르기를, “소자 이미 진이 남매가 이 같은 마음을 품었음을 알고 있었으나, 둘이 고모와 합심하였으니 형세로는 지금 당장 제거하지 못하옵고, 아까 유생이 이미 이 변을 알고는 얼굴빛이 좋지 않았나이다. 또 고모께서 머지않아 돌아오시면 반드시 크게 꾸짖으실 것이니 이번은 의당 참고 때를 기다리소서.” 심씨가 땅을 두드리며 발악하기를, “성씨 집 늙은 과부가 내 집에 웅거하여 생각이 음흉하니 반드시 우리 모자를 죽일지라. 내 비록 힘이 모자라나 그 늙은이와 한판 붙어 보리라. 또 유생은 남의 집 자식이라, 어찌 우리 집안의 일을 알리오. 필시 진이 유생에게 알려 나의 부덕함을 누설하였으리니 내가 응당 네 앞에서 결단하리라.” 하니,
화춘이 부득이 화진 공자를 붙들어 와 가혹한 매를 가하니, 공자가 이미 그 모친과 형을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 한 마디 변명도 없이 20여 장(杖)에 혼절(昏絶)하는지라.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