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수녀원 다녀온 이야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5461114
안녕하세요!
얼마전 제 닉네임답게 수녀원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이 커뮤니티 특성에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그래도 기록을 남길 겸 적어봅니다.
제목 그대로 얼마 전에 수녀원에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제가 다니던 본당(성당)에 계시던 수녀님을 만나려요..!!
그 수녀님은 저의 고등학교 3년 생활과 입시지옥을 함께 지켜봐주신 분이시기도 합니다.
정기적 인사이동으로 인해 수능 직전에는 다시 수녀원 본원으로 가셨지만...
어쩌면 부모님보다도 속 터놓고 이야기했던 분이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학기말고사 채점도 수녀님방에서 했을까요ㅋㅋㅋ
수능이 끝나 수녀님께 감사 인사를 드릴 것을 상상하며 버틴 것 같습니다.
우선, 수녀원은 일반 성당과 다르게 사전 허가 없이는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며칠 전 수녀원에 전화해서 허락을 받았습니다.
드디어 수도원 문 앞...! 높은 소나무 숲과 절도있게 잘라진 회양목이 늘어진 길이 보였습니다.
길을 쭉-따라 올라가다 보면 아담한 크기의 하얀 성당과 수녀원 건물들이 보입니다. 잔듸밭도 있어요!
낮은 크기의 건물들이 띄엄 띄엄 있는 것이 작은 캠퍼스를 보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우선 저는 손님맞이방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녀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수녀님께 참 죄송스럽지만... 거의 학종의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한것 같네요ㅋㅋ큐ㅠ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포근-한 느낌의 방과 수녀님의 미소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저녁 6시가 되자, 수녀원 중앙 성당으로 이동하여 저녁기도를 드렸습니다.
수능이 끝난 요즘, 매일 미사를 드리는 저로서는 그냥 성당이니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성당에 들어갔습니다.
네, 물론 같은 성당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고요함이 저를 덮쳤습니다.
그리고 6시 정각이 되자 울리는 종소리는 저를 세상과 단절시켰습니다.
저녁 기도를 드리기 위해 약 60명의 수녀님들은 소리없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거룩한 고요함을 깨는 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주고 받는 노래로 되어있는 저녁기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맑다 못해 청량감까지 느껴지는 목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마치 뇌를 사이다에 담근 기분이랄까요?
맑은 목소리들은 성당의 높은 천장을 따라 천사들이 하늘로 가져갔습니다.
아직도 네우마 악보로 되어 있는 찬미가는 지난 세월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아주 오래 전부터 저를 기다려 온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여전히 대축일과 주일에는 라틴어로 찬미가를 바친다고 합니다.
라틴어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녁 기도가 끝난 후 저는 수녀님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여러 건물을 건너 건너 가는데 건축물 구조가 참 신기해지더라고요... 산에 있는 건물들에 특성상 그런 것 같습니다. 헤이대의 건물들이 생각나기도 했고요...
수녀원의 저녁 식사.
뭔가 거창한 음식은 없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집밥의 느낌이 물씬 풍겨져 왔습니다.
채소류의 대부분은 수녀원에서 직접 키운 것들이었고요...!
또한 꽃게탕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식사 후 수녀원을 떠날 저를 위해 수녀님께서는 주머니에 있었던 작은 열쇠고리까지 저에게 주셨습니다.
버스 정류장 앞까지 바래다주시는 수녀님의 따뜻한 손길은 여전히 제 손을 따뜻하게 합니다.
높은 건물들의 불빛에 비쳐 보이는 수녀님 얼굴의 검버섯은 알 수 없는 슬픔으로 다가왔지만 두 사람의 마음만은 여전히 따뜻했습니다.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The end-
(수정)
투표가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네요ㅠ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책 세워두면 자꾸 구부러지는데 왜이러는건가요 개빡침 진짜로 책꽃이를 바꾼것도아니고...
-
만우절퀴즈 답 6
수학아니야ㅠ
-
1억 번거였을텐데..
-
여기 부자 너무많음...
-
대성이나 메가에서 어떤게 좋으셨나요???
-
아 배고파ㅣㅣㅣ
-
정상화 실검 2
(대충 네캎 내가 해냄 콘)
-
얼버기!!!!! 9
-
션티 키스타트 4회독쯤 하고 NF 2회독 했는데 뭔가뭔가… 아직 부족한 것...
-
과외 같은거 안 할 생각이라 지금 땡겨둬야할 것 가틈 짧은 방학동안 동기들이랑...
-
남녀혼합 자습실 0
별로임 신경개쓰여
-
시중 스킬 모두 마스터한 의대생이 집필한 생명과학 1 책 0
경북대학교 의예과 23학번 지니입니다. 아래는 제 간단한 소개입니다. [저자 소개]...
-
지방고에선 의대가기가 서울대가기보다 훨씬 쉽네
-
?gpt에서 갈아타볼만함?
-
절반 저축 절반 snp
-
인문논술용 최저 맞춰야해서 수학 빼고 국영탐(탐구 2개) 4개를 해야하는데 3합...
-
힘들다네요..
-
쥐뿔도 안 해줬는데 또 그걸 자랑하는
-
https://www.suneung.re.kr/sub/info.do?m=0401&s=...
-
예아, 무슨 돌아버린 일이 있길래 이리 떨떠름하게 있노
-
6모 신청 했음 0
학원 직접 안 가도 되는 거 개꿀이네
-
직통열차 예매한 자리 앉으려는데 그 자리에 모르는 독일인 앉아있어서 당황했네
-
확통만인가요 아니면 미적기하까지인가요?
-
어떤 교재 살까요? 원문풀이가 가장 좋나요
-
과외를 위해 수2 공부를 시작해야한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네
-
국정원 고1이 이해할 수 있는 난이도인가요?
-
작수 3컷이었고 공부 거의 안한 수준이었어서 이번에 처음 해보는데 비문학은 마더텅...
-
이젠 진짜 코파뿐이야... 그리지 코케 마지막 시즌일 수도 있는데 제발 코파만이라도 따게 해주세요
-
진짜 개 압도적이다 이게
-
뒤져도 별상관없자너
-
안녕하세요 '지구과학 최단기간 고정 1등급만들기' 저자 발로탱이입니다. 지난 1년간...
-
있나요...? 갑작스러운 약 처방 이슈긴 한데..........
-
https://atom.ac/books/13231-InDePTh+%EC%98%81%E...
-
종강안하나 0
할때됐는데
-
연계 지금 시작해서 낯선 주제 지문이 많아서 너무 많이 틀림 주제도 어렵고 근데...
-
80프로 회복 완뇨
-
안녕하세요 한방국어 조은우입니다....
-
내가 이해한 지문 내용이랑 해설이랑 논리가 달라서 질문했더니 말은 해설이 틀렸다는...
-
국어를 못하고 수학을 잘하는데 불리한가요???
-
60대 부부 일터 나간 오전 10시, 29살 아들은 방에서 나와 TV 켠다 6
2월 경제활동인구 통계 55~64세 女 61.5%가 일해 10년전 52%보다 확...
-
갑자기 삼도극을 빼질않나 과탐 죽이지않나 문학으로 승부보려하지를 않나 킬러배제같은 x소리를 하질않나
-
외야되...
-
얼굴뿐만 아니라 인성도 문제 있음
-
한완수 시작 0
기대된다 이걸 끝내면 나도 기하 고수가?
-
누가 또 기만런데
-
제가 논술을 아예 몰라서 그런데요.. 지원하는 과에 따라 지문과 문제가 다른 건가요??
와 님 엑소시스트 가능?
글 읽기만해도 마음이 편해져요. 믿음의 순기능인듯

마음이 편해지셨다니 기쁘네요!와....저도 수녀님같이 마음을 터놓고 제 얘기를 말씀드릴 수 있는 분이 계시면 좋겠어요ㅠㅠ
조금 느리더라도 신뢰를 주는 관계를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이게 참 어렵지만요ㅠ
대학가서도 늘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기를. 아멘.
아멘! STANFORD UNIV님도 평화를 빕니다.
라틴어성가쥬아
키리에 엘레이손 :):)
읽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자매님.^0^
마음이 따뜻해지셨다니 제가 더 감사하지요. 평안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
와 어떤 계기로 수녀님이랑 친해지셨어요? 신기하면서도 부럽네용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