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cella [419437] · MS 2012 (수정됨) · 쪽지

2018-01-11 04:02:05
조회수 8,643

정시상담은 펑크날 곳을 집어달라고 가는 점집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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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컨설턴트입니다.


매년 올라오는 컨설팅 관련 후기들을 살펴보면


또 올해 올라오는 컨설팅 후기들을 살펴보면서 마음이 참 아픕니다.


원하는 만큼, 기대한 만큼의 컨설팅을 받지 못한 분들의 상처와


또 그런 글을 보면서 상처받고 있을 컨설턴트들 모두를 생각하면 모두의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도


참 마음이 아픕니다.




***글을 다 쓴 이후에 읽어보니 너무 글이 길어졌네요. 글올리기 전 추가합니다.

제 얘기의 핵심은 마지막 두 문단이니 시간 없으신분은 마지막 두 문단만 읽으시면 됩니다.




제 얘기를 잠시 하자면


저는 08년도 수능을 친 사람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08년 입시는 딱 한 해 시행되었던 수능 등급제 입시였습니다.


성적표에는 표준점수와 원점수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오로지 1/2/3 등급만 찍혀 나왔던 시절이었지요


수많은 동점자들이 발생하였고, 그 해만큼 입시가 카오스였던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제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열심히 대학 통계책을 뒤져가면서 혼자 공부를 했고


이론들을 실제에 적용해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입시에 실패하였고, 황립 갓균관대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어찌어찌해서 그 다음해에도 수능을 보게 되었고, 또 입시공부를 시작했죠


그게 한 해 한 해 쌓여서 나름 입시판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아는 지인분들, 친구들, 동생들의 수능 성적을 보고 어디어디에 원서를 써야 할 것 같다 등등의 조언을 시작하면서


제가 말한대로 써서 자기 점수보다 높은 곳에 간 사람도 있고, 딱 자기 점수에 맞추어 대학을 간 사람도 있습니다.


고맙다고 연락 오는 사람들, 또 니가 안될 것 같다고 해서 안썼는데 뚜껑을 까 보니 되는 점수였더라 라면서 아쉬운 소리를 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내 말 한마디가 수험생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구나 라는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했을 무렵, 


자의 반, 상황적 흐름 반으로 컨설턴트의 길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저희 주니어 컨설턴트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컨설팅은 신내림을 받은 것처럼 펑크날 곳을 찍어주는 점집이 아니다.


받아온 점수를 가지고, 정보에 입각해서 정보를 '전달'해주는 사람이다.


'추천'은 할 수 있지만 원서를 씀에 있어 '권유'나 '강요'를 하지 말아라,


너의 말 한마디에 컨설팅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여태까지 공부했던 인생,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저울질한다.


단순히 '고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너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해라.





저와, 제 주변에 있는 컨설턴트분들은 그 해 입시의 정시 컨설팅을 하기 전


본인이 컨트롤 할 수 있을만큼의 슬롯을 정해놓고, 그 이상의 컨설팅은 받지 않습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첫 번째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피드백과 더불어 그 상담 전체를 본인이 컨트롤 하기 위함이며


두 번째는 본인이 상담한 학생들끼리의 이해관계가 겹쳐 지원인원을 조절하기 위해서입니다.


(오해가 있을 것 같아 인원 조절에 대한 말을 드리자면


상담했던 모든 학생에게 합격 확률이 높은 모집단위를 추천하기 위함이며, 그렇다고 점수가 높은 사람이 있음에도 더 점수가 낮은 사람을 합격시키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인원조절이란 이후에 상담했던 학생이 어떤 모집단위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시, 그에 따라 앞서 상담했던 학생에게 이런 일이 있으니 모집단위를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저희도 저희가 상담했던 학생들끼리 같은 모집단위 안에서 경쟁하여 한 명은 붙고 한 명은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일정 금액을 지불했던 것에 대한 당연한 서비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서 지인 추천 등으로 연락이 오지만


시간이 없어, 여력이 되지 않아 상담을 못 하겠다고 말씀드리는 것도 참 곤란한 일입니다.


자본주의에 입각하여 말하자면, 그런 상담 다 받으면 저희도 돈 더 벌고 좋습니다.


단순히 돈만 생각하면 받을만큼 다 받아놓고 상담 1회 한 후에 피드백 안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저와 제 주변 컨설턴트분들은


돈도 돈이지만, 학생들 대학갈때 적어도 '손해 안 보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말도 안 되는 점수로 3스나 하겠다고 온 분들 상담하고 환불해드리겠다고 한 경우도 많고


너무나 명확한 점수조합이라 쓸 원서가 딱 3장 혹은 1~2장밖에 되지 않아


선택지를 드릴 수 없는 단 하나의 원서조합밖에 추천해드릴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어느 컨설팅에 가도, ~~~사의 모의지원만 돌려봐도 단 하나의 답밖에 나오지 않습니다(특히 Medical)


그런 경우도 저는 제가 유용한 정보를 전달해드리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환불해드리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개 열에 아홉은 그래도 선생님 시간을 투자하신건데 환불은 받을 수 없다고 하며 웃으며 돌아가시더군요


아마 파이널 피드백을 못받을까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일 수도 있죠. 근데 전 환불 해드려도 파이널콜 다 해드립니다


저랑 인연을 맺게 된 사람이잖아요.




제가 이런 형태로 자본주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바보같이 일을 하고 있음에도


나름 행복하고 보람차다고 느끼는 이유는


현역때 찾아오시고, 재수때 찾아오시고, 삼수때 찾아오시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아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아니구나. 나는 적어도 남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아니었구나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근데 웬만하면 다시 오시지 말고 대학 잘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반수원서 힘듭니다)




물론 저도 제가 잘못된 판단을 하여 욕먹은 적 있고, 그분들께 평생 미안한 마음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저때문에 피해 보신 분들. 정말 죄송합니다. 그분들 하나하나 다 기억하며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겠습니다 ㅠㅠ




잡소리가 길었네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컨설팅은 펑크나는 곳 집어달라고 가는 점집이 아니며, 그런 것을 기대하고 컨설팅을 받으신다면 차라리 점집 가세요


컨설팅에서 전달해주는 정보를 취합하여 최종 선택을 하는 용도로 컨설팅을 이용하시는 것은 매우 좋은 선택입니다.


그 정보의 가치는 본인들이 판단하시는 것이며, 그 금액에 맞냐, 맞지 않느냐도 본인이 판단하셔야 합니다.


특히 점수 안되는데 3스나 하러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 중 만족스러운 결과 내는 경우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컨설턴트분들께도 주제넘게나마 한 마디 부탁 드리겠습니다.


정확한 근거에 따른 판단, 정보를 전달해주세요. 


희망고문으로 행복회로 부팅시키기보다


날카로운 말로 상담하러 오신 분들 마음에 비수 꽂아주세요. 안될 건 정확히 안된다고 말씀해 주세요.

(실제로 저렇게 말씀드리면 알겠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빌만한데 없을까요?'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그거 알면 비트코인 하러갔죠...)




컨설팅 받고 오신 분들께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컨설턴트들은 상담을 위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수집, 분석하며


정시 컨설팅 기간동안 쪽잠자며 밥도 못먹어가며 여러분들을 위해 또 본인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그분들의 노력을 단순히 자본주의의 노예 이런식으로 폄하하지 말아주세요....


입시에 대한 열정, 말 한마디에 실려있는 무게들을 감당하시면서 노력해주시는 분들입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인건 읽지 않으신 분들이건


자기 점수보다 손해보며 대학을 가지 않으시기를 기원합니다.




합격! 모두가 이루어내는 이야기!


이루어져라 모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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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uceteMoon · 751119 · 18/01/11 04:15 · MS 2017

    아우켈라님 로물콘 입시콘서트 끝나고 바쁘신데도 열심히 답변해줘서 감사합니다. 다행히 로물팀 신청됬었어요 ㅎㅎ 컨설팅은 로미오님이 해주셨는데 진짜로 선택지를 주셨고 각각의 근거를 설명해주셨고 깔끔하게 질문들에 대한 피드백까지 해주셔서 아직 정시 발표도 안 났지만 넘 만족스러웠습니다.

  • aucella · 419437 · 18/01/11 04:16 · MS 2012

    그때 그 학부모님들 중 한분이셨나요? ㅎㅎ 잘 됐으면 좋겠습니당

  • LuceteMoon · 751119 · 18/01/11 04:20 · MS 2017

    학생이었습니다 ㅋㅋㅋ 이러먄 바로 아실텐데 ㅋㅋ;;

  • aucella · 419437 · 18/01/11 04:21 · MS 2012

    ㅋㅋ 컨설팅 잘 받았다니 다행이에요 대학 꼭 가세용

  • 슬래임 · 768625 · 18/01/11 04:17 · MS 2017

    지금 컨설팅에 대해 만연해있는 불만은 왜 너는 빵꾸못냈니? 라는 게 아니고

    주로 태도, 운영의 문제입니다.

  • aucella · 419437 · 18/01/11 04:18 · MS 2012

    그런 피드백들은 당연히 반영하고 죄송해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 슬래임 · 768625 · 18/01/11 04:20 · MS 2017

    감사합니다 로물콘같은 경우는 후기 보니까 선택지에 대한 근거나 피드백이 원활한거 같더라구요 ㅠㅠ 당첨(?)돼서 컨설팅 보신분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 aucella · 419437 · 18/01/11 04:22 · MS 2012

    당첨이라니;; 많은 분들 못 뵈어서 저희도 참 마음이 그렇습니다 ㅠ

  • 뀨뀨대18학번 · 704459 · 18/01/11 05:05 · MS 2016

    저 이번에 로미오님 한테 상담받았는데 상담내용에 정말만족해요 만약에 서울대 떨어진다해도 컨설팅에는 만족해요 ㅋㅋ 정말 필요한 정보를 딱딱 주셨고 너무 무리하지 않게 조정도 해주시고 정말 한사람 한사람 정성스럽게 대하시는게 보였음

  • aucella · 419437 · 18/01/11 05:06 · MS 2012

    다행이네요~ 잘 갔으면 좋겠어요~

  • 럼펌펌 · 750455 · 18/01/11 17:53 · MS 2017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천년돌(千年アイドル) · 725811 · 18/01/11 18:03 · MS 2017

    흑흑 갓물콘

  • jessica22 · 395073 · 18/01/11 18:50 · MS 2011

    두 번의 수능을 볼때마다 운이 좋게도 두 번 모두 로물콘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항상 늦은 밤까지 자료 수집, 분석하시며 최상의 초이스를 제공해주려 노력하시던 선생님들의 모습에 얼마나 감동받았는지..언제나 잊지않고 감사하고있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컨설팅은 점집이 아닌것같아요. 말그대로 '컨설팅'을 받으러 가는곳이죠. 선생님들의 귀중한 한마디한마디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오늘도 아우켈라 선생님의 글에 감동의 눈물 흘리고 갑니다..뚝뚝..그리고 선생님들 사랑합니다♡

  • 알로이시오 · 782234 · 18/01/11 19:17 · MS 2017

    로물콘 못 받은게 한이 되네요~

  • 물량공급 · 311238 · 18/01/12 19:07 · MS 2009

    컨설팅을 하지 않았더라도 좋은결과가 있기르 기원!

  • 우주몽 · 539999 · 18/01/22 15:12 · MS 2018

    안녕하세요 쪽지 보내셨던데 답이 늦었습니다. 제가 쪽지가 답이 안되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