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찌볼 [789325]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8-01-07 01:34:16
조회수 11,902

진짜 안타까운 친구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5150801

원래 처음부터 공부를 하던 친구는 아니었어요.

1~2학년때는 놀기 바쁘고 내신은 6-5등급 받는 아이었죠(지방 일반고입니다).


예비 고3 겨울방학때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솔직히 옆에서 보면서 든 생각은 부끄럽게도 ‘과연 쟤가 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작심삼일이라고, 얼마 안 가 때려칠 거라고 생각했었죠.

1월달까지는 제 생각되로 됬습니다. 도서관에 나와서 자고, 폰게임하고, 유튜브 보고....

그러던 중, 갑자기 2월달에 아무말 없이 사라진거에요.

개학을 하고 나서, 그 애가 한달동안 절에 갔다온걸 알았습니다.

절에서 폰도, 태블릿도 없이 명상을 하거나 공부 계획을 세웠고, 나중엔 하도 시간이 안가서 절에서 공부하는 수험생 책을 빌려 공부했다는군요.


절에 갔다오고, 개학한 후에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EBS 공부의 배신 보신 분이 있다면 알 테지만 거기 나온 여자애처럼 하루에 적어도 11시간은 공부했어요.

아침에 학교에 가장 빨리 도착하는 애도 걔였고 학교 축제날 유일하게 야자를 하는애도 걔였죠.

대망의 6모날, 그 애의 성적표는 2와 3뿐이었고, 걔가 원하는 대학을 충분히 갈 성적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공부하고 그것밖에 못맞아?’ 라는 생각이 드실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던것처럼 완전 노베였어요. 수1,2를 고3때 공부한거니 말 다한거죠)


여름방학, 그 애는 다시 절으로 갔습니다.

방학이 끝나고서는 아예 친구들이랑 연을 끊었어요. 점심도 혼자먹는건 기본이고, 아예 대화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말 그대로 공부뿐이었죠.


9모 성적은 저도 모릅니다. 다른 아이들과 연을 끊다싶이 했으니 성적도 알 수 있을리가 없죠.

성적표를 받고 난 후 그 아이가 한 행동은, 교무실을 찾아간 거였어요. 교무실에서 선생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도서관에서 자습하고 싶다 말하더군요.

그 이후에, 그 아이가 교실에 온 건 청소시간뿐이었습니다.

아침 7시부터 밤11시까지 온종일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11시부터 3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했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그 아이 덕분에 수능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생각해요. 내가 무시했던 애가 주위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묵묵이 공부하면서 내 뒤를 바싹 쫓고 있다는 느낌...

살떨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각설하고, 그 애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던 건 수능 당일이었어요. 여름방학 이후로, 얼굴을 3초 이상 쳐다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얼굴살이 홀쭉 빠져있더라구요. 다크서클은 말할것도 없었습니다. 

잠시 시선이 마주친 후에,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돌리더라구요.


수능을 본 이후, 다행이 다시 그 애와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왜 친구들과, 나와 대화하는걸 피했냐 물어보니 자격지심 때문이었다는군요. 부끄러움이 용솟음쳤습니다. 내가 너보다 잘난건 단지 공부뿐인데, 그걸로 널 무시했던 내게 자격지심을 가진 거냐고....


수능 성적표가 나오고, 그 애의 성적표를 슬쩍 봤을때, 3~5가 뒤섞여 있더라구요. 

성적표를 본 그 애는 그냥 허탈하게 웃었습니다.

아마 자신도 이렇게 나올 껄 예상은 했었나 봐요.

왜 그런 성적이 나왔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한테도 지금까지 얘기해주지 않은걸 보니, 어쩌면 영원히 모를수도  있겠죠.


그 아이는 그 날 학교를 조퇴하더니, 다음날 학교에 와 저에게 재수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말하는 그 애의 표정의 아무런 감정도 없는 무표정이어서, 제가 해줄 수 있는건 어줍잖은 응원이 아니라 알겠다는 말뿐이었습니다.


글을 뭐라 마무리할까요...?


노력과 결과가 일치하는건 아닐지라도, 언제가는 그 노력이 빛을 발한다면 좋겠습니다.


야, ㅎㅊㅇ보고있냐??

나 오르비언이다 임마ㅎ

내년에 좋은 결과 나와서 입시준비하다 오르비 들어오고,

이 글 보면 글쓴정성 생각해서라도 밥 한끼 사라ㅎㅎ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