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의 길을 따라 집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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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나왔다. 고등학교 2학년때였다.
좋은 대학나와 좋은 직업얻어 돈을 많이 벌고싶었다.
처음 목표는 서울시립대.
당시 평준화 인문계고였었고, 평소 내신성적도, 학교활동도 좋은편이 아니였었기에 정시를 결심했었다. 또 서울시립대는 등록금이 쌌으니깐.
그래서 자퇴를했다
독학을 했다.
수능에 수자도 모르는 무지한이였기에 남들이 좋다하는 프리패스를 끊고 인강교재를 몇권샀다.
대략 몇십만원정도가 들었다. 부모님의 등골이 휘었다.
집은 저당잡힌지 오래고 부모님은 나이가 들었다. 카드빚은 몇천이 남아있었다.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나의 이기심에 대한 원망이 한데섞여 난잡함을 이루었다. 엄마가 어렸을적부터 항상 나에게 하시던 말씀은 미안하다는말이었다. 학창시절은 나쁜기억뿐이다. 남들 다 가는 여행한번 못가봤었고 남들 다 가는 학원을 다녀본적도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삼촌의 지원으로 과외를 몇달 다녔을뿐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기억은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찍을때였다. 집에 뜨거운물이 나오지않아 샤워를 못했었다. 머리는 떡져있었고 옷은 친척이 물려준 다 헤진옷을 입었다. 그렇게 졸업앨범을 찍으러갔을때 반장이 나를 거지새끼라 비아냥댔다. 나는 그걸 묵묵히 듣고있었다.
운동회때는 항상 나 혼자였다. 졸업식때, 상을 받으러 교단앞에 섰을때 부모님은 계시지않았다.
엄마는 항상 앓는소리를 내셨다. 내 기억속의 엄마는 당당함과는 거리가 멀었을뿐더러 초등학교시절의 엄마는 고된 주방일로 힘겨워하셨다. 초등학교시절은 외로움으로 점철되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고나면 나는 항상 혼자였었다. 어느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서 돌아와보니 집안 방충망이 다 뜯어져있었고 방안의 장롱들이 온통 다 헤집어져있었다. 도둑이 든거였다. 나중에 엄마에게 물어보니 있는것이 아무것도 없어 도둑이 훔쳐갈게 없었다고 하셨다. 이후 항상 학교에서 돌아와서 집을 틈틈이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무기력에 학습된거같았다.
무언가를 얻기보다는 항상 뺏기고, 양보하고, 그로인한 박탈감을 가져야만 했다. 나는 여태까지 별다른 욕구를 가져본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고등학교에 올라와 어느순간부터 딱 하나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욕심은 학벌에 대한 욕심이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남들이 다 명문대라 칭하는곳에 들어가고 싶어졌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막연한 욕심이였다.
고등학교때 성적이 좋지않아서 나름의 심리적 마지노선이자 첫번째 목표로 시립대를 정해놨다. 나름의 결심을 한 뒤 자퇴를 하고 독학을 시작했다. 누나가 사는 타지로 떠나서 독학을 준비했다. 누나는 아침일찍 일나가서 밤늦게 돌아왔다. 매일 인강을 듣고 기출문제집과 리트문제집을 풀면서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을 챙겨먹었다. 누나는 일이 바쁜 와중에도 수험생인 나를 틈틈이 챙겨주었다. 개인적으로도 알바를 알아봤지만 미성년자를 써주는데는 없었다. 수능에 매진하기로 마음먹었다.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난 뒤 교육청으로 가 9월 모평을 신청했다. 항상 애매한 결과가 나왔었다. 안일했던걸까. 이후 수능에 응시했다. 안타까웠다. 나름 잘쳤다고 생각했지만 항상 기대에는 못미치는 점수가 나와버렸었다. "아는것들인데."라는 탄식이 나왔다.
부모님은 웃어주셨다. 고맙다고했다. 대견하다고하셨다. 차마 부모님에게 변명하는것같아 쓴웃음을 지었다. "인서울이면 뭐..." 안일한 생각이다. 수능 때 나는 최선을 다했을까? 확답이 나오지않았다. 이후 부모님에게 반수를 한다고 말씀드렸다. 남들은 돌아갈 학교를 만들기 위해 반수를 택했지만, 나는 당장 공부환경을 마련하기위해 반수를 택했다. 지방에서 지원해주는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재수는 당장 형편이 되지않는다. 더이상 누나에게, 부모님에게 폐를 끼치기 싫었다.
대학공부와 수능공부를 병행하자. 반수후기에 올라온 모 연세대생처럼, 괴물이 되어보자.
기숙사는 정말 좋은곳이다. 독서실, 도서관이 마련되어있고 삼시세끼가 꼬박꼬박 나온다. 그것도 월 20만원에. 아빠가 말씀해주신 그 내용에 나는 이보다 더 행복할 수 가 없었다.
작년에는 오직 쌩수능 하나만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수능과 논술을 병행하자. 서울에서 공부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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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응원합니다~
쪽지 확인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