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되려면 학부 학벌 좋아야 한다’ 현실 확인 … 교수 임용과정 체계적 연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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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취득별로 본 한국의 교수’는 학문공동체의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좀더 유의미한 이해틀로 읽어내기 위해 한국연구재단 연구자정보를 기초로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누가 어디서 공부하고 교수로 임용됐는지를 개괄한 송년특집 기획이다. 학부별 교수 수, 박사취득별 교수 수, 주요 해외대학 박사학위별 교수 수 등을 정리했다. 물론 이 데이터는 ‘누가 교수가 되는지’ 전체적인 현황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 의미가 한정된다. 관련 데이터에 대해 김종영 경희대 교수가 논평을 덧붙였다.
과학사회학에선 오랫동안 교수임용에 대한 연구가 수행돼 왔다. 이 연구들은 교수 또는 과학자의 계층화에 관심을 가졌다. 대학의 위계와 교수(과학자)의 위계 간의 상동관계 뿐만 아니라 학벌, 젠더, 국가, 종교, 인종 등이 실제 교수임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양적 연구들이 주를 이뤘다. 과학사회학의 태동이 로버트 머턴(Robert K. Merton)이라는 미국 학자로부터 시작됐기에 이 연구들은 다분히 미국 중심적이다. 그의 동료이자 두 번째 부인인 해리엇 주커먼(Harriet Zuckerman)은 노벨상 수상자에 대한 탁월한 사회학적 저서 『과학 엘리트: 미국의 노벨 수상자들』의 저자이기도 하다. 노벨상에 목마른 한국 과학계와 한국연구재단은 다수의 노벨상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주커먼의 책을 인용한 적은 거의 없다. 이 책은 어떤 사람들이 노벨상을 받는지에 대한 가장 탁월한 사회학적 분석으로서 한국 과학계의 정책입안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로버트 K. 머턴의 아들 로버트 C. 머턴은 199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교수(과학자)의 계층화 연구에서 가장 관심을 끈 논쟁은 보편주의 대 특수주의 논쟁이다. 보편주의란 학문 또는 과학은 실력(논문과 책 등의 저술, 연구비 수주, 특허 등)이라는 보편적 잣대에 의해 보상이 이뤄진다는 관점이다. 반면 특수주의는 교수 임용과 같은 학문 세계에서의 보상이 실력으로만 이뤄지지 않고 학벌, 젠더, 지도교수, 국적 등에 영향을 받는다는 관점이다. 머턴의 제자들은 능력주의와 합리주의가 압도할 것이라는 미국 대학조차 학벌과 지도교수의 영향력과 같은 특수주의가 만연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곧 그들은 보편주의 신화를 무너뜨렸다.
한국 대학의 교수임용에서의 문화적 문제점은 한국 교수들이 이 보편주의 신화를 처음부터 믿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학사회학 내에서 교수임용에 대한 연구는 국제적 비교가 결여된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교수임용에 대한 나의 비교연구는 특수주의가 만연한다는 미국 대학의 현실에 대한 미국 과학사회학자들의 한탄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적어도 한국 대학과의 비교에서는 그렇다. 한국 대학에서의 교수임용은 학벌주의와 성차별, 임용과정의 비민주성, 인맥과 학과내부 정치의 영향력이 매우 커서 미국 대학의 임용은 한국에 비해 대단히 합리적이고 민주적이다.
이 정리한 ‘박사학위취득별로 본 한국의 교수’ 데이터가 보여주는 자명한 점들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학부 기준으로 SKY 출신이 교수의 수(25,015)는 대략 3분의 1을 차지한다. 한국 대학의 숫자가 400여 개이기 때문에 이 세 대학의 지배력은 압도적이다. 교수직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학부 학벌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도 현실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박사학위 취득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의 교수시장은 국내파와 미국 유학파로 양분돼 있다. 유럽 유학파와 일본 유학파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것은 교수 집단의 인적자본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에서도 SKY의 3강 구도가 눈에 띤다. 이 지표에서 카이스트의 위상은 급격하게 추락하는 것으로 보인다. 카이스트 출신 조교수 비율이 다른 상위권 대학보다 낮다. 좀 더 정밀한 분석과 조사가 필요하지만 카이스트는 대학원 교육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흥미로운 점은 지방대학인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가 상위 10위권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재정적인 열악함을 고려한다면 대단히 이례적인 성과다. 앞으로 정부가 거점국립대학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다면 연구중심대학으로의 도약과 질 높은 연구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미국 박사의 위상은 여전히 강력한 것으로 읽혀진다. 일리노이대(어바나), 텍사스대(오스틴), 위스컨신대(매디슨), 오하이오주립대, 퍼듀대, 버클리대 등 이공계가 강한 대학 출신 박사들의 임용은 계속되고 있다. 지표상으로 국내박사의 수가 미국박사보다 많아 보이지만 연 단위 국내박사학위자는 미국박사학위자보다 7-8배가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점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미국 박사는 국내 박사보다 교수임용시장에서 훨씬 유리하다. 또한 명성 있는 대학일수록 미국 박사를 더 많이 임용하는 연구결과들이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국내 박사가 미국 박사와 대등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성급한 논리는 피해야 한다.
성별 교수임용자 출신을 보면 전반적으로 대단히 고무적이다. 서울대 박사의 경우 여성의 비율이 정교수는 12.5%, 부교수는 22.9%, 조교수는 35.5%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여성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연세대 박사 출신의 여성의 조교수 비율은 무려 46.5%로 미국 대학의 수준과 맞먹는다. 이유가 어찌됐건 표면적으로 연세대는 이 지표상 대학원 과정에서 성평등이 가장 잘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몇몇 대학들은 제외하고 여성 박사들의 임용은 확연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여성교수의 비율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여성 박사는 교수임용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해져 있다.
아쉬운 점은 교수임용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국내에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금의 데이터로는 심도 있는 분석을 할 수 없으며 대강의 그림만이 파악될 뿐이다. 한국연구재단과 교육부는 대학의 발전과 학문후속세대를 위해 교수임용시장, 패턴, 과정에 대한 좀 더 과감하고 체계적인 연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교수임용시장에서도 분명 보편주의적 요소가 좀 더 부각되고 특수주의적 요소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보편주의와 특수주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하는 향후의 연구들이 한국 대학을 좀 더 민주적이고 창조적인 공간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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