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y [747167]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7-12-28 18:24:06
조회수 3,454

안녕하세요 메인글갔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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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어올때 노저으라는말이 있듯이 한번더 가즈아아

안녕하세요 어제 실패수기 쓴 사람입니다
사실 제목에 실패수기 쓴사람이라 할랬는데 느낌이 오묘해서 메인글로 적었어요
가족끼리 갈비 먹고 친구랑 1987보고 집에오는 길에 시간 순으로 써보자 생각만 하고, 손에 달고 사는 휴대폰도 안만지고 2시간정도 썻던 글인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감사하네요
전에 썼던 학생회장 연설문, 스승의날 감사문처럼 쓰고 검토하고 고치고 이런 과정을 안 거쳐서 응집력이 부족할까 걱정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담임쌤 등쌀에밀려 4시간만에 썻던 자소서가지고 칭찬받은 적도, 친구들 자소서 읽고 교정해주기도 해봤는데 어제같은 글은 또 처음 써보는 지라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이번에 쓰는 거는 정말 별 내용 없을거에요
폰으로 치는거 이기도 하면서 아는형이 술사주고 재워줄테니 자기 동네오래서 버스타고 한시간거리 가는 중에 쓰는 글이라ㅋㅋㅋ 시간보내는 용으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처음에 글을 쓰면서 되게 고민이 많았어요 재수를 망한 사람이 나뿐은 아닐테고 3수 이상분들도 많이 계시는데 적어도되는걸까? 그래도 한 해 정리할 겸 내얘기해보자 한거였는데 좋아요 많이찍혀서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선천적따봉충이라 단톡 친구들한테 말하기엔 부끄러워서 같이 재수하면서 의지한 친구한테만 이거 내가썻다 읽어라 했는데ㅋㅋㅋㅋ 괜히 서로 새벽갬송터져서 이런저런 얘기하며 수고했다하면서 입교전에 한잔하기로 했어요

댓글 적어 주신 분들 너무너무 감사한데 일일이 감사하다 하기에는 너무나 많아서 답은 못해드리겠어요 죄송합니다아
댓글로나 쪽지로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라는 뉘앙스로 얘기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전혀 아니라 그냥 말하는거 좋아하고 친구랑 다니는거 좋아하는 20.9살 사람이에요

글읽으시면서 울컥했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사실 저도 글쓰면서 지난 일 생각하니까 괜히 슬퍼지고 눈물나고 그랬어요 헿 속에있던 걸 다시 꺼내보내 그런가 완전히 무뎌진건 아닌가봐요

부모님이 대단하신 거 같다 라고 하신 분들도 계신데, 덕분에 저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부모님들께서 항상 믿어주셔서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게 된 것같은데 오르비분들 덕분에 다시금 감사한 일이란 걸 알게됐어요
이러고 보면 비록 시험운은 없었어도(실력이 부족한거였지만) 사람복은 되게 많은 것 같네요
어릴 때부터 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찾을 수 있게끔 최소한의 간섭만 하시고 믿어주신 부모님,
고1부터 지켜보시면서 처음봤을땐 웃고다니는, 지킬 선과 깡이 숨어있는 꼬마같았는데 이제보니 숨어있던게 커진거 같다고 애늙은이같다고 해주시던 고등학교 은사님,
매일매일은 아니더라도 필요할때 연락하면 칼답해주고 힘들때 의지할 수있는 친구들

서로 같은 반인 적은 없었는데 축구하면서 친해진 친구들 다섯하고 술먹은 적이 있었어요
먹다가 네명은 바람쐬러 나가고 둘이 있었는데 친구가 말하더라구요

내가 맨정신으론 말 못할거같은데 취한거는 아닌거 알제? 니랑 같이 알게되고 친하게 지내서 좋다 내가 사람한테 잘 안다가가는데 니는 먼저 다가와주고 학교 졸업하고도 연락해서 이런 자리 만들어주는게 진짜 고맙고 생각해주는게 고맙다  라구요

오글거리는 얘기고 결국 자기자랑인데 나름 그래도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 주위에 좋은 사람이 참 많다 생각했는데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일수도 있다라는게 기분이 좋았고 앞으로도 주위를 자주 둘러보는 삶을 살아야겠다 생각했어요

수능치고 되게 마음이 울적했을텐데 잘 이겨낸거같다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사실 글 읽어보시면 아실텐데 그때 우울함이 어떤건지 느꼈어요
기차역 가는 버스 타는데도 그저 눈물이 날 정도였으니까
아버지하고 술한잔한거,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진 것도 있지만 앞서 말한 은사님도 되게 도움 주셨어요
스승의날때 찾아뵀었는데 찬바람불때 한잔하자 하셨죠
평소에도 너무 닮고 싶은, 덕이 높다라는 표현이 딱 맞는 선생님이셔서 힘들때 바로 연락 드렸어요
만나서 삼겹살,갈비/ 생고기 / 오뎅탕 3차까지 달리면서 친구하나 끼우고 3명이서 총 14?병정도 먹었어요

마음 터놓고 

선생님 저 진짜 힘들다고, 이런 말 하는건 아니지만 길가다가 누가 칼로찔러죽어도 원망보다는 고마워할 것 같다고, 모든 사람 기억속에 없어지고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되고싶다고 말했어요

그 때 묵묵히 듣던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내가 너의 지금 시련에 대해서 공감은 못해준다
구린 표현이지만 하늘이 무너진것같고 그 누구보다 힘들고 죽고싶고 울고싶은 시련일거라서 내가 어떻게 감히 니 마음 공감한다 다 안다 라고 하겠냐
근데 이거는 내가 말할 수 있다
삶은 시련의 연속인 거고 넌 그중에 한 과정을 겪는 중이다
또래애들을 보면 쟤는 쉽게 가는데 나는 왜이러지 하는 생각도 많이 들꺼다
근데 이건 기억해라 정말 힘든 시련을 겪은 사람은 그 다음 시련이 찾아올때 겪지 않은 사람보다 쉽게 이겨나갈 힘을 가지게 된다
이런말 해서 미안한데 지금은 대학 진학에 실패해서 죽고싶겠지만 시간지나면 그 이상의 시련들도 분명 찾아올꺼다
하지만 넌 이미 겪었으니 그때 다른 사람보다 덜 힘들거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학생회장하면서 교장실 벌컥벌컥문열고 들어가던 니는 이런걸로 쉽게 쓰러질 애가 아니다 꼭 견디고 이겨낼수있을거라 믿는다 쌤마음이 전해지나? 한잔치자


이 말씀도 정말 많이 도움 됐어요
어제 글에 썼으면 좋았을텐데 기억나는 대로 쓰다가 빼먹었고, 사실 지금 글을 쓰는 이유도 저 말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해서에요

사관학교 합격했으면서 그게 실패냐? 라고 하실 분도 계실거같아요
누군가는 사관학교를 못가서 한번 더 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이 부분 표현이 조금 경솔한것같아 죄송하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성공이란거는 서울대를 간다, 연고대를 간다 이런게 아니라 생각해요
지방사립공대 성적이었던 애가 지거국공대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해서 지거국 공대를 갔다
이거와
의대 목표를 하던 애가 연고대 공대를 갔다
둘중 누가 더 행복하다 느낄까요?
삶의 목표가 행복한 삶을 살자인 저로서는, 자기가 정한 목표를 이룬다는 게 행복하니까 그게 바로 성공여부라고 생각을 해서 했던 발언인데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릴게요


재수를 하면서 얻은 또 다른거는 남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에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사실 학교다니면서 되게 남 신경을 많이 쓰고 따라가자 하는 편이었어요
지금 오르비 닉네임도 학교선배중 설의성적찍고 연의 납치되신 ‘프레이’를 보고 pray할려다가 있는 닉이라 바꿨던 정도니까요
(작성자닉네임으로 프레이 검색하면 질문받은 글 있을거에욥)
그런데 대부분의 친구들이 자연스레 대학을 갔지만 저는 재수를 하면서 남과의 비교를 덜하게 된 것 같아요
남이 뭘하든 결국 중요한 건 내 삶이란 걸 알게 됐다고 할까요

또 그리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지나간 거에는 후회하지 마세요

과거를 보며 다음엔 안이래야겠다 다짐하는건 몰라도 과거에 잡혀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거 만큼 미련한 짓은 없으니까요

막상 또 적을 말을 생각 하니까 머리가 멍해지네요
무거운 분위기는 친구들이랑 소수로 고민얘기하자라는 전제로 술먹을때 빼고는 좋아하지 않는데 전글이나 이글이나 살짝 그런 분위기가 된거같아요

팔로우 해주신 분들 너무너무 감사해요
올해 입시판에 연이 없어서 오르비 들락날락 잘 안할거지만, 원래 똥글 자주 쓰는데 괜히 부담스러워졌다는... 혹시 보더라도 그러려니 해주세요

마무리를 어떻게 또 지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아 그래 영화 1987 꼭 보세요
신과함께 강철비 1987 모두 같은 남자애랑 둘이서 손잡고 봤는데 둘다 1987이 젤 재밌다고 결론지었어요
신과함께 보면서 운건 팩트지만 그래도 웹툰이 조금 더 낫고 강철비는 스토리가 좀 뻔하면서도 도깨비 김비서가 총질 빠바바바바 하는거 보니까 이미지가 겹치면서 집중이 안되더라구요
1987은 김윤석 출생지가 진짜 북한이 아닌가 싶을정도에서 놀라고
주연 배우라는 하정우가 유해진보다 적은 분량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놀라고
신문국장으로 나오는 고창석아자씨의 귀여움에 흐뭇하고
생각지도 못한 극중 유해진의 조카가 예뻐서 설레면서 나오는지도 몰랐던 강동원이 너무 잘생김 꼭보셈

그리고 운동도 꼭 하세요
헬스하고 샤워하고 나와서 찬바람 쏵 맞으면서 공원이나 놀이터 벤치에 앉으면 생각하기 딱 좋은 환경이에요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대로 썼던 글을 너무나도 잘 읽어주신 오르비 분들께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감사합니다요


그럼이만 버스내려 형아야 만나러 갑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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