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빈• [751211] · MS 2017 · 쪽지

2017-12-20 13: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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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총장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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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되는 나를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대구중학교를 다녔는데 공부하기가 싫었다. 1학년8반, 석차는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데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표를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했는데 꼴찌라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 나는 이를 떠올리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 68/68을  1/68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 드렸다. 아버지는 보통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결코 알아 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구로 유학한 아들이 왔으니 친지들이 몰려와 "찬석이는 공부를 잘 했더냐'고 물었다. 

아버지가 대답했다. " 앞으로 봐야제......   이번에 어쩌다 1등을 했는가베 "

"자식하나는 잘 뒀네 ! 1등 했으면 책거리 해야제"


당시 우리 집은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살림이었다. 이튼 날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오니, 아버지는 집에 한 마리뿐인 돼지를 잡아 동네사람들을 모아 놓고 잔치를 하고 있었다.


그 돼지는 우리집 재산목록 1호였다.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부지...."하고 불렀지만 다음 말은 할수 없었다. 그리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 뒤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드렸다. 겁이 난 나는 강으로 가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물속에서 숨을 안쉬고 버티기도 했고, 주먹으로 내 머리를 내려치기도 했다.


충격적인 그 사건이후 나는 달라졌다. 항상 그 일이 머리에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7년후 나는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 했을때, 그러니까 내 나이 45세가 되던 어느 날, 부모님께 33년 전 일을 사과하려고 마음 먹었다.


"어무이, 실은 저 중학교 1학년 때 1등은요....."  내가 말을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께서 말하셨다.  "알고 있었다.  그만해라. 손자 듣는다"


자식의 위조한 성적을 아시고도 재산목록 1호인 돼지를 잡아 잔치를 하신 부모님.  박사이고 교수이고 대학 총장인 나는, 그 부모님의 마음을 아직도 감히 알수가 없다.





rare-더 귀여운 오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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