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GG [29281] · MS 2003 · 쪽지

2005-01-08 14:44:03
조회수 7,060

[나의 재수생활] 운명의 12월 2일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435150

\"으아.. 오늘 영화 재미있었다. 그치 ㅇㅈ아?\"

\"응....\"

\"왜그래-_-; 무슨일 있냐? 아까부터?\"

\"아니..저기-_-; 나;; 답 제대로 옮겨 적었겠지? 성적 가채점 한대로 나오겠지?;;\"

\"-_-... 너 나 만나고 그말 100번 했거든?-_-+\"





수능 끝나고나서 당연히 친구들을 만나며 놀곤 한다.

가장 자유로운, 그리고 여유있는 이 시기에 나는..

이렇게 점수가 제대로 나올까 라는 걱정에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바람에 잠을 한숨도 못잘 지경이었다.




소심하다고 하는 당신. 입장바꿔서 생각해보라.

점수는 일단, 상당히 상위권으로 나왔다-_-;

서울대 법대 1차 반영점수 언수사외(+제2외국어) 점수가

배치표 상보다 6점정도 더 높았으니,

상당한 횡재(?)를 하게 된 것이다.

이것때문에 부모님들은-_- 아햏햏 자랑하시고 다니셨고,

나도 내 주위 친구들에게 1g, 눈꼽만큼(정말!정말!!) 자랑했다.

덕분에, 주위에 만나자는 사람들도 많고, 축하전화도 많이 왔다.

하지만, 그러나, But, 그런데-_-

가채점 점수와 성적표 점수가 다르게 나오는 테러가 나버리면..

지금까지 자랑하고 다녔던 부모님께 무슨 면목이 있단 말이더냐.

그런식으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니 한도끝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이시기에 가장 후회되었던 것이라면,

쓸.데.없.는. 걱정으로 허송세월 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책 정도는 읽었어야 했는데..





지금 수능을 보고 여유있는 사람들은,

일단 책을 읽기를 강권한다.

어떤 책이라도 좋다. 문학도 좋고, 사회서적도 좋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한다.

(만화책이라도 좋다만.... 가급적이면;; 그림없는 책이 좋다.)

이것은, 논술에도 도움이 될것이고, 면접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하다못해 대학에서 시험치를때도 도움이 될 수 있다-_-;

적어도 손해는 아니란 말이다.

그래도 한 해 또는 두 해를 먼저 겪어본 선배로서 하는 걱정이다.

(이래뵈도 새해 아니더냐-_-;)

어쨋든, 이런식으로 계속 되는 나의 걱정은..

12월 2일 성적 발표날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운명의 12월 2일..-_-;

학교에서 10시에 성적표가 오니 그즈음에 방문하라고 하였다.

불안감을 못이긴 나는 9시부터-_- 학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교무실에 들어가 선생님들과 노닥노닥 놀면서,

성적표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_-..두둥. 교무실 문이 열리며 성적표 도착!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종이들을 헤집으며 내 성적표를 먼저 찾았다.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1점도 안틀리고 그대로 나왔다..

정말 기뻤다..

마침 걸려오는 전화-_-;

아버지셨다.

\"-_-.. 성적 그대로 나왔니?\"

내가 하도 한달간 불안해있던걸 알고 계셨던 탓에,

아버지께서도 많이 긴장을 하셨다.

순간 발동되는 장난기..

\"(풀죽은 목소리로) 아빠.. 나 어떻게 해야돼.. 휴..\"

\"왜?왜?!\"

\"인생이.. 역시 사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라니까..\"

-_-

그렇다 나 불효자식이다.

하지만 장난은 너무도 재미있다. OTL.



수화기 건너편의 아버지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하였다.

\".. 잘 안나온게냐? 언어 밀렸니?\"

\"흐음....................................




아니요~~~+_+, 그대로 나왔답니다. 음하하하핫!!\"

\"-_-..\"

우리 아버지..;; 한성질 하신다.

정말;; 귀가 떨어질만큼. 야! 소리를 크게 내셔서-_-

주위에 선생님들마저도 놀라실 정도였다;;

\"장난 칠 게 따로있지! 집에 와바! 넌 죽었다! \"

-_-;;;;;;;;;;;;;;;;;

그냥 성적표 가지고 서울로 도피할까도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그렇게 12월 2일은 무사히 지나갔다.

이제 나에게는 원서접수와 1차발표, 그리고 면접과 최종발표만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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