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GG [29281] · MS 2003 · 쪽지

2005-01-01 03:31:37
조회수 5,202

[나의 재수생활] 수능후-면접기간까지 (2) - 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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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외국어에 대한 추억을 짚어보자면 참..

수학 다음으로 내 인생에 오점이 아닐 수가 없는 과목이었다.



내 모교인 광주 C고는 우리 학년부터 제2외국어에

독일어 말고 일본어 반을 만들었다.

평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때문에 일본어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당연히 2학년때 일본어 반을 들었다.

그.러.나.

일본어를 가르치려고 들어오신 일본어 선생님은,

중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치다가 2개월(!)동안 일본어를 배우시고 들어오신

야매선생님이셨다-_-

수업시간이 개판이 될수 밖에..

그렇게 2,3학년을 일본어 수업을 들었고.

그 결과 수능때 일본어 성적은

13점이었다-_- 40점 만점에 13점..-_-..



난 재수때 정말로 일본어를 열심히 하려고 했다.

서울대를 가든 고대를 가든 연대를 가든

어느정도 비율은 모두 일본어를 반영하였다.

단, 반영하지 않는곳은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일뿐.


만약 일본어를 포기하면 사과대를 넣어야했지만,

나는 어디대학교든 법대를 가고 싶었기 때문에,

일본어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재수때도 복병은 등장하였다.

일본어반 개강은 4월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4월에

병원에 입원했다-_-. 그렇다 다리때문이다.(내용을 모르겠음 앞에 수기를 참조해주세요=_=)

그리고나서 퇴원해 들어온 6월..

이미 기본적인 일본어 이론은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수업시간에 앉아있어도 무슨소린지 알아먹기 힘들었다...

결국 올해도 일본어 GG를 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된 이상 일본어를 포기하고 그 시간에

양호실에 가서 다리 재활운동을 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때문에 1주일에 한번 있는 일본어 시간에는

항상 양호실 가서 다리 재활운동을 하곤 했다.

덕분에 평소에 모의고사를 보면

일본어 점수는 20점을 넘어본적이(40점 만점)

장담컨데 단.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나서 수능-_-일본어시간..

역시 히라가나는 읽을수 있지만 , 무슨 뜻인지 모를 말들이 시험지에 적혀있었고,

그냥 다 찍어버리려다가 신중하게 신중하게

푸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게 출제위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이미 마음속으로는 서울대 사과대라도..ㅠㅠ 라는 생각을 하구 있었다...





..

내 프린트는 힘겹게 마지막 정답인 일본어 정답을 뱉어냈다.

언어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본어의 막막함이 내 눈앞에 다가와 더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점수가 잘나왔어도, 일본어가 반타작도 못하게끔 나오면

서울대는 사회과학대를 제외하고는

1차가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천천히.. 조심히 채점을 하기 시작했다..

..
..
........


Incredible..

믿을수 없다.....

말도 안된다..


여러분은 기적이라는 것을 경험해보았는가?

나는 내 인생에서 여러번 기적을 경험해봤다.
하지만

이번 기적이 제일 충격이 큰 기적이었다.




평소에 단 한번도 20점이 안넘었던 일본어가..

일본어 해보라고 하면 오하요 고자이마쓰, 다꾸앙, 오뎅, 막 이러던 내가..

36점을 맞았다..

수능에서.. 최초로..

-_-..

거의;; 이때는 눈물이 한방울 났다.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아직 전체적인 분위기가 파악이 안되서 내가 어느 위치인지는 잘 몰랐지만,

언어와 일본어로 봐서는

충분히 서울대 법대도 지원 가능할 것이라고 믿어졌다.

그렇게, 일본어때문에 우리 가족은

강강수월래를 한번 더 돌았다-_-.




그리고 나서..

나에게는 위기가 찾아왔다.

그날 저녁은 너무 감격해서 잠을 못잤다.

그리고 그 다음날 부터,,

나는 신경 노이로제에 걸리기 시작하였다.

내가 답을 정확하게 적었을까.. 라는 불안감이었다.

너무 점수가 잘나오다보니

이 점수가 그대로 성적표에 매겨질까 라는 불안감때문에

매일매일을 거의 힘들게, 그생각만 하고 지냈다.

불안하지 않아야 정상이지만, 하지만..만약이라는 것이 있기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행운이 너무나도 큰것이어서..

그렇게 불안하게 12월 2일.. 성적 발표날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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